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년 반만에 뵙네요. 그동안 위와 같은 이유로 글을 못썼습니다..(와인처럼 미루는 것도 숙성시키는 게 최ㄱ..) 가 아니라 글을 쓰긴 했는 데, 미완성작으로 가득 해서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이번 글은 국내 화장품 시장에 대한 내용이고, 앞으로 간간히 살아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글을 계속해서 올리겠습니다 ;). 


1.아름다움(美, Beauty) 


아름다움에 대한 개념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혹은 생활 양식에 따라, 그 의미가 다양하게 해석되고 변해가지만, 기본적으로 아름다움이란, 인간의 오감을 흥분시켜 쾌감을 주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의식의 사전적 정의는 ‘아름다움에 대하여 느끼고 판단하는 의식’입니다. 결국, 미의식은 아름다움에 대한 마음의 상태, 태도, 가치관 그리고 사상을 나타냅니다. 이 모든 것은 개인에 따라 다르고, 같은사람 일지 라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남으로 일관적으로 통일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같은역사, 사회집단 속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경우, 개인적인 미의식을 뛰어넘는 동일한 취향성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각 사회마다 아름다움에 대한 정현된 기준을 가지고 있게 됩니다.


이와 같은 미의 기준에 사람들은 자신을 맞출려고 노력합니다. 자신의 신체적 외모에 대한 평가및 만족도를 향상시켜 현재보다 호감가는 이미지로 변환시키고, 아름다움을 유지/관리를 위해 의복, 체중조절, 화장, 피부관리등의 외모관리 행동을 취합니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외모는 타인에게 자신을 알리는 수단뿐만이 아니라,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업무적 능력에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창출 하는 힘을 가지고 있으므로, 또 다른 능력의 하나로 치부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보다 나은 외모를 가꾸기 위한 현대인들의 투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화장품 산업은 현재 성장률이 과거에 비해 둔화 되었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국내 시장 및 고공행진 할 것으로 보이는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토대로 성장이 지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해외 시장에서의 국내 화장품 회사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므로, 해외 매출이 큰 비중을 이루는 시기는 아직 멀었습니다. 그래도 해외 매출이 본격화 되기 시작하는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2.국내 화장품 시장, 성숙기 진입



1970-90년대, 국내 화장품 유통경로는 주로 방문 판매 였습니다. 2000년 초반이 되서야, 인터넷에서 판매가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여러 화장품 브랜드들의 성장에 따라, 홈쇼핑, 할인점, 백화점 그리고 면세점등으로 새로운 유통채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은 아모레퍼시픽의 전통적인 방문 판매를 통해 성장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통채널의 구조적인 변화에 인해 방문 판매 채널이 쇠퇴되어 실적이 약화 되었습니다. 이에 온라인이나 면세점, 그리고 홈쇼핑등의 다른 유통 채널들이 성잠함으로써 시장의 포화상태를 막아 줬습니다. 또한, 꾸준한 R&D 투자로 신규 제품 카테고리의 등장과 기존 제품의 세분화가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고객 연령층 추가 확보와 관련 기능성 제품 수요가 증가 되고 있고, 요우커들의 증가와 같은여러가지 이유들이 화장품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1)유통 구조의 변화


온라인 채널



2000년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합리적인 소비' 트랜드는 무조건 싼 제품보다는 합리적인 가격과 함께 질도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현상으로 변모 했습니다. 그리하여 저가 브랜드샵 성장률 또한 한자리 수로 떨어졌습니다

 

온라인 화장품 시장은 기존의 저가부터 고가의 소비자들 모두 흡수하며 고공성장하고 있습니다. 기존 백화점이나 브랜드 샵을 통해서 구매하는 방법에 비해 훨씬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1)카드 할인 혜택이나 오프라인 대비 높은 적립금 및 사은품 2)이동시간 단축에 따른 편의성 3) 비교검색 가능함 등의 장점에 따라 지속적으로 온라인 채널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온라인 화장품 거래액은 연 평균 15%가량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4년 화장품 온라인 거래 성장률은 26.8%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습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각각 6%,3%에 불과하지만, 이제 저예산 고마진 채널인 온라인 채널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 양사는 오프라인 채널과의 겹쳐지는 부분 때문에 카니발리제이션*(자기 시장 잠식) 의 우려로 온라인 채널 확장에 소극 적은 모습을 보이며, 오픈마켓에 치중했습니다.

 

*카니발리제이션 - 한 기업에서 새로 출시하는 상품으로 인해 그 기업에서 기존에 판매하던 다른 상품의 판매량이나 수익, 시장점유율이 감소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이란 동족살인을 뜻하는 카니발리즘(cannibalism)에서 비롯된 용어로, 자기잠식 또는 자기시장잠식이라는 의미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카니발리제이션 [cannibalization] (두산백과)

 

 따라서 과거에 온라인이라는 특성때문에 진입을 꺼려하던 고가 브랜드들 역시 잇따라 온라인 사이트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에스티로더'와 아모레퍼시픽의 고가 화장품인 설화수 역시 현재 아모레퍼시픽 몰에서 온라인 판매 하고 있습니다.  

 

화장품은 제품 특성상 개개인에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의류 산업과는 달리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체험하고 구매할 이유가 기본적인 일반 제품에 비해 크지 않습니다. 이 떄문에 화장품 업체들은 기본 유통업체에 지불하는 판매 수수료보다는 유통수수료가 저렴한 온라인 채널에 집중하게 됩니다. 기본 유통업체에 지불하는 판매 수수료가 매출액 대비 18%가량 되니 엄청납니다. 뿐만아니라 온라인 채널은 디스플레이나 고정적 투자가 적게 필요함으로 큰 투자 비용 없이 진출이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화장품 업계의 거인들 뿐만이 아니라 중소 업체들에게도 큰 기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합리적인 소비 트랜드가 벌 써 정착되있는 일본 화장품 시장의 경우는 온라인 채널 비중이 11%가량임을 고려해보면 아직 7.9%만 차지하고 있는 국내 온라인 화장품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 할 것으로 보입니다.


면세점 채널


국내 면세점 채널은 외국인 관광객 수의 증가와 내국인의 면세점 소비 증가가 합쳐져 시너지를 이루어 고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고가의 국내 화장품들을 선호하는 요우커들과 내국인의 해외 여행 증가에 따른 면세점 구매율 증가에 맞춰 면세점들이 관련 프로모션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유명한 한류스타를 섭외한 광고라던지, 면세 입점 브랜드와 제품의 다양화 그리고 면세 전용 상품 출시, 그리고 환율에 따른 환차 보상 제도 등 여러 노력을 통해 면세점 채널이 계속적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모레 퍼시픽과 LG생활건강 이 TOP 2의 국내 화장품 업게의 큰손들이 직접적으로 수혜를 받고 있습니다. 연 평균 30%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3년간 연 평균 20%이상을 기록 할 것으로 보입니다.

 

면세점 채널은 다른 채널 보다 매출 총이익율이 압도적으로 뛰어납니다. 주로 입점되는 브랜드들이 고가 브랜드 위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가의 제품에서 할인을 받는 것 보다는 고가의 브랜드 제품이 면세점 할인 혜택을 받는 것에 큰 메리트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면세점 채널 영업이익률은 약 25%¼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면세점 매출중 절반이상이 설화수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요우커들의 증가는 다른 채널보다 면세점 채널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해왔습니다. 다른 국가 관광객 보다 고가의 화장품 구매율이 월등이 높기 때문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는 국내 면세점 매출의 60%가 요우커, 30%는 내국인, 일본인 관광객이 10%이라고 발표 했습니다.

 

요우커의 입국자수는 지난 3년간 연평균 32% 증가했고, 향후에도 무리없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요 근래 메르스로 인해 중국인 인바운드 수요 감소에 따른 영향이 있습니다. 면세점 채널을 제외한 다른 채널들은 그다지 큰 여파를 받은 거 같아보이지 않습니다. 메르스 이슈로 인해 단기간 주가 흐름이 낮아보이니 조정기간이 들어갈 쯤에 저가 매수로 시장을 타보는 것도 좋아보입니다.


홈쇼핑 채널



국내 TV 홈쇼핑 시장은 현재 GS홈쇼핑, CJ 오쇼핑, 현대 홈쇼핑, 롯데 홈쇼핑, 농수산 홈쇼핑, 홈 앤 쇼핑 등 6개 방송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홈쇼핑 유통채널은 오프라인에서 유통경로를 확보하기 힘들거나 대중에 널리 알려 판로 개척을 위한 중소 화장품 기업들이 선호합니다. 홈쇼핑 화장품 시장은 지난 5년간 연 평균 10%로 양호한 성장률을 보여왔습니다. 다양한 구성품과 홈쇼핑 전용제품, 그리고 간편한 주문 및 빠른 배송, 쉬운 반품 절차등의 이유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홈쇼핑 채널은 단기간 내에 대량 판매와 인지도 확산을 통해 다른 유통 채널을 개척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타 유통 채널보다 뛰어난 아이디어와 즉각적인 효과를 보여줘야 합니다.


브랜드샵 채널




저가 화장품 시장은 브랜드 샵 채널을 통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로드샵 매장수가 전국 곳곳 깔려 있는 것을 보면 포화상태라고 우려할 수도 있지만, 대형마트, 면세점, 온라인등 다양화된 판매 채널을 진출하고 있으므로, 현재까지는 걱정할 필요 없다고 봅니다. 다만, 경쟁이 과열되어, 과도한 마케팅과 프로모션등으로 인한 이익 성장 둔화 현상이 보이므로, 경쟁력 있는 자본이 튼실한 우량 기업들만 살아남는 구조조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브랜드샵 화장품 시장은 다른 유통 채널보다 저렴한 가격, 공격적인 한류 마케팅이나 할인경쟁, 트렌드에 신속한 대응, 그리고 중국인 인바운드 관광객들의 저가 화장품 수요 증가에 의해 높은 성장률을 보여 왔습니다.


전통 채널 (백화점, 전문점, 방문 판매)의 매출 감소


백화점 채널



백화점내 화장품 시장은 과거에 비해 비중이 떨어졌습니다. 최근 백화점에서 실적이 부실한 해외 브랜드들과 국내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철수하고, 교체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백화점 채널은, 다년간의 경기 불황과 해외 직구 문제까지 겹쳐지면서, 매출 성장이 눈에 띄게 둔화 되었습니다. 해외 직접구매가 가시화 됨에 따라 현재까지 백화점에서 과도한 가격을 책정 했다는 논란에 악영향을 주었습니다


전문점 채널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이 전문점 채널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여러가지 베스트 셀러와 지속적인 제품 리뉴얼과 신제품 발매를 통해 건실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방문 판매 채널


방문판매 채널의 장점은 1) 이동 시간의 절약 2) 일대일로 제품에 대한 정보 습득 입니다. 하지만 이 두가지 장점들이 온라인, 홈쇼핑 등 신규 유통 채널의 등장으로 다 상쇄 되버렸습니다. 이에 따라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기 시작하다가 2013년에는 역성장 하고 말았습니다.



Posted by 알비노 호랑이



 음... 오랜만이에요 여러분- te verde에용. 한 일년 반 되었나요. 저는 그동안 많은 세사의 풍파를 직격탄으로 맞으며 급속도로 늙어갔답니다... 후... 세월이란(한숨)


 각설하고, 오늘은 모든 게이들의 적 탈모에 대해 이야길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실은 트위터에서는 몇 번 제가 다뤘던 주제이지만.. 귀찮아서 못쓰고 있었어요. 

 무서운 이야기 하나만 할까요. 남성 여러분 중 이마가 넓은 분들...  본인들 모르는 사이에 탈모가 진행중일 수 있습니다. 한 5년전 사진 중 이마 깐 사진 찾은 다음에 지금 이마까고 사진찍어서 비교해보세요. 열에 일곱은 이마가 넓어진걸 느낄 수 있(...) 

 제가 탈모에 대해서 제대로 조사하게 된 경위는 예전에 휴학전 교양레포트 쓰다가입니다. 그러다가 문득 아버지의 사진들을 보다보니 남일이 아닐거 같다는 위기를 느끼고 열심히 조사하게 되었었죠... 그럼 시작해볼까요.


1. 탈모(脫毛)... 그게 대체 뭐길래


 대부분의 생명체는 일정연령이 넘으면 탈모를 겪게되어있습니다. 여기서 탈모는 말 그대로 '털이 빠지는 것'을 말합니다. 많은 노인분들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젊은이들이 비해 상대적으로 머리숱이 적지요. 


 탈모는 크게 두가지로 나뉠 수 있습니다. 

  1) 스트레스, 위생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탈모와 

  2) 호르몬에 영향을 받는 유전적 탈모죠.


 여기서 1번은 누구나 다 걸릴수 있습니다. 남자 여자를 가리지 않습니다. 갑자기 동전만한 영역에서 집중적으로 머리가 빠진다구요? 일시적인 스트레스성 탈모입니다. 

 힐링(...)받으면 치유되요. 피부질환등으로 인해 염증등으로 탈모가 일어나는 경우도, 영구적인 모낭손상까지 입지 않았다면 대부분 원래대로 회복됩니다

 따라서 남자호모들에게 가장 큰 문제가 되는것은 2번, 유전적 탈모인데요.

 


2. 내 DNA가 탈모일리 없어!! (맞아!)

 유전적 탈모라고 해서 단순히 '호르몬이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호르몬이 있어서 탈모가 일어난다면 모든 남성은 일정 연령이 지나면 전부 대머리가 되게요? 아닙니다. 섹시아이콘 중 하나인 조지클루니 보면 ,나이먹어도 멀쩡하잖아요?

<왜.. 왜 결혼했어... 시발 독신으로 산다매>


 탈모의 원인은 여러분의 유전자에 있습니다. 눼, DNA문제입니다. (...)

 통계적으로 성인남성의 50%는 '눈에 띄는' 탈모를 20대 이후에 겪게 되어 있고 그 외의 사람들도 극 소수를 제외하고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탈모를 겼습니다. 그 이유는 유전자!!! 유전자 때문인 것입니다!!! 


 모든 남성은 정소 등의 기관에서 안드로겐 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물론 여성도 분비합니다.) 

 안드로겐은 성호르몬에 관련된 총칭으로, 흔히 남성호르몬이라 알고 있는 '테스토스테론' 을 분비하도록 자극한다고 아시면 됩니다.

 그리고 안드로겐의 영향으로 정소에서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지요. 그런데 이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리덕타아제라는 것과 결합하면서 '디하이드테스토스테론' 이라는 것을 만들어냅니다. DHT라고 줄여말하며 이것이 바로 남성들의 탈모의 직접적인 원흉입니다.


1) 안드로겐 ->  2) 테스토스테론 

                                                     +                     =      4) DHT

                            3) 5-알파리덕타아제

<도표로 보자면 이런 꼬라지지요>


 그런데, 유전자마다 DHT에 대한 민감도가 다릅니다. 이 호르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서 '엄마야 씨X 깜짝이야' 이러는 반응을 보이는 유전자라면 탈모가 우수수(...), 생까는 반응을 보이는 유전자라면 탈모가 안생기는 겁니다.


 고로 탈모에 대한 민감성은 유전적으로 계승됩니다. 따라서 보통 가족들은 탈모를 공유(...) 하죠. 대표적인 예가 영국 왕실인데요. 엘리자벳2세가 필립공과 결혼하면서 DHT에 매우 민감한 유전자가 영국왕실로 적극 도입되었죠.

 그 덕분에 아버지 필립-탈모, 아들 찰스왕세자-탈모아님, 손자 윌리엄 왕세손-탈모의 계보가 이어지는 것입니다.찰스만 운이 좋고 윌리엄은.. 아.. 눈물.... (이 나라 임금님들은 대대로 대머리라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서른 넷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은 중후함...휑함일지도>


 다시 말하지만 탈모는 개개인의 편차가 있을 뿐 50% 가량의 남성들에게 대부분에게 발생하는 사항이에요. 본인들이 눈치못채고 있더라도 탈모는 진행중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F&A

Q. 저는 군대에 다녀오니 탈모가 생겼어요

A. 고갱님 그건 거의 유전이에요. 


 스트레스성 탈모를 제외한 남성탈모의 대부분은 유전입니다. 단지 그게 20대 초반에 열악한 환경, 극심한 스트레스와 맞물려서 적극적으로 발현된 것일뿐.

 물론 군대를 전방인 말라리야 창궐지역에서 복무했다면... 말라리아 약의 부작용으로 탈모증상이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3. 나의 탈모는 어떤 타입일까

 이제 탈모의 타입으로 넘어가 볼까요. 보편적인 삼성 탈모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1) 앞머리가 까지는 타입(이마가 넓어지는)

 2) 윗머리가 비는 타입


 이 중에서 스타일링이 어려운건 2번이 훨씬 어렵죠, 1번도 빠르게 진행되면 어렵긴 마찬가지 이지만...

 왜냐면 앞머리 탈모의 경우는 대부분의 남성들이 겪기에 다양한 스타일링으로 커버가 가능하지요.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신경을 썼으니까요. 하지만 윗머리 탈모의 경우는 '나도 모르는사이에!!!' 도 꽤 많고, 머리카락이 전반적으로 힘이 죽는거라 스타일링이 좀 어렵...

 3번도 있긴 합니다. '앞머리 윗머리 둘 다 까지는 타입(..)'  음... 눈물...


<다시한번 윌리엄 왕세손을 소환합니다>


 하지만 약에 대한 효과는 반대입니다. 이마부분의 경우는 약에 대해 효과가 미비한 편이며, 이 부위에 약빨이 듣는 확률도 높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정수리부분 탈모는 약물 복용시 상당수 탈모가 정지되며 개선되는 효과를 얻지요.


4. 탈모 치료제....?

 그렇다면 방금 이야기된 탈모치료제에 관한이야기를 해볼까요. 탈모 치료제는 크게 1) 먹는 것 2) 바르는것 두가지가 있습니다.

 효과는 먹는것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고 하지만 기전이 다르기 때문에 둘 다 사용하면 더 좋다고 하죠.

 

1) 먹는 약 

 아까 테스토스테론과 5-알파리덕타아제의 결합이 탈모의 원흉 DHT를 만든다고 했는데요. 먹는 탈모치료약은 여기서 이 둘의 결합을 차단하는 방법을 취합니다.

 즉, 어차피 유전자가 DHT에 대해 반응하는 걸 막을 순 없으니까 애초에 원인이 되는 호르몬이 안생기게 막는것이죠. 그러나 테스토스테론 발생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탈모치료제를 먹는다고 고자(..)가 되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DHT도 남성호르몬으로써 기능을 수행하긴 합니다. 때문에 탈모치료제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약 1%내외) 부작용으로는 발기부전, 여유증, 어지럼증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약물을 끊을 경우 대부분 원상태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탈모도...)


 먹는 치료제는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두 가지 성분이 있습니다. 피나스테리드는 1988년 미국의 머크사에서 개발하여 FDA에서 최초로 승인받은 복용치료제입니다.


<머크사의 프로페시아 입니당>

 특허기간이 풀려서 아마 국내에서 같은 성분의 여러 카피약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 성분은 전립선비대증에 사용되는 성분이기도 해서 같은 성분을 지닌 약을 전립선비대증으로 처방받을 경우 탈모치료제로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점은 전립선치료용으로 나오는 약과 탈모치료용으로 나오는 약이 함유량이 다르다는것인데요. 전립선비대증 치료용이 성분상 4배가 많기 때문에 이것을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탈모치료제로 이것을 복용한다면 주의하셔야합니다.

 

 두 번째 성분은 두타스테리드입니다. 2001년 처음 전립선비대증용으로 GSK에서 출시한 이후 마찬가지로 탈모치료제로도 기능을 인정받았는데요. FDA의 3상은 받지 않아서 탈모치료용으로 미국에서 탈모 치료제로 정식판매되는 성분은 아닙니다. 그 이후 FDA 3상을 추가진행 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GSK사의 두타스테리드 약품 아보다트>

 하지만 웃기는 건 한국에서는 탈모치료제로 최종인정을 이미 받았다는거(...) 따라서 한국에서는 탈모치료약으로 제법처방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피나스테리스와 두타스테리드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5-알파리덕타아제는 1형과 2형이 있습니다. 모두 탈모에 영향을 주는데요. 피나스테리드는 1형에만, 두타스레리드는 1,2형 모두에 영향을 주어 차단합니다.

 얼핏들으면 '두타스테리드가 더 짱짱맨이네?'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세상엔 공짜가 없죠. 

 더 넓은 합성을 방해하는 것이면 더 높은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피나스테리드보다 높은 부작용율을 보이며 (약 2%내외) 이것 때문에 FDA의 최종승인은 어렵게 되었습니다. 

 체내에 잔류하는 기간도 피나스테리드는 반감기(체내 성분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기)가 24시간 남짓인 반면 두타스테리드는 약 2주가량이 걸린다고 하네요. 따라서 부작용이 있을경우 완전히 약빨을 빼려면 그만큼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뜻!

 약빨의 경우는 피나스테리드가 70-80%의 효과를, 두타스테리드는 90-95%의 높은 효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피나스테리드로 안되는거 같은데 두타스테리드를 먹고 괜찮아 질 수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피나스테리드를 쓰고 안되면 두타로 넘어가는 방식을 취하시는게...

 복용약의 경우, 먹는 즉시 효과가 시작되지만 이미 머리가 빠진 것, 빠지기 직전인 것들은 재생시키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시각적 효과는 3-6개월 (머리가 새로 자라는 시기)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F&A 2.

Q.탈모치료제를 보통 20대부터 복용하는건 추천안하던데 왜 그런거죠? 

나중에 내성생겨서 그런거 아닌가요?

A. 물론 내성이 생기긴 합답디다. 

하지만 탈모가 발생했다면, 그리고 본인이 미성년자가 아니라면 복용해도 됩니다.(개인의선택사항)


 피나스테리드의 경우 5년차부터 약간의 내성이 10년차부터는 내성으로 인한 효과 감소효과가 어느정도 나타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견으로는 그냥 미리 먹는게 훨씬 나을듯... 여러분의 청춘은 돌아오지 않아요.

 일반적으로 시각적인 효과는 1년정도까지 계속 발전하다가 그 이후부터는 거의 고정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다 시피 이마부위보다는 정수리에 더 큰 효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정수리가 비는 분이라면 어서 챙겨드시길.


F&A 3. 

Q. 전 머리가 원래 가늘고 숱도 적은데 먹으면 효과가 있을까요. 

A. 원래 머리숱이 적거나 가늘은 분이 드신다고 해서 머리가 굵어지거나 하진 않습니다.(...)



2) 바르는약

 바르는 약을 소개를 해 드리자면. 미녹시딜 성분이 있습니다. 이 성분은 1980년대 FDA로부터 세계최초로 탈모치료성분을 인정받은 치료제입니다. 역시 유명제약사인 화이자에서 개발했구요. 


 원래는 혈압약으로 개발했습니다만, 부작용으로 털이... 그래서 아예 증모제로 방향을 바꿔서 출시했습니다.

 바르는 부위에 털이 자라게 되는 효과가 있는데요. 먹는약들과는 작용기전 자체가 달라서 병행이 가능합니다. 참고로 먹는 약들은 기전이 같아서 두 종류 모두 먹는다고 더 좋고 그런게 없어요.


<화이자의 미녹시딜 성분약, 로게인입니다>


 다만 미녹시딜의 증모효과라고 해서 굵은 머리카락들이 자라진 않습니다. 약간 솜털의 느낌이랄까.. 이런게 납니다. 그리고 부작용이 꽤 많은편인데요. 일단 혈압약으로 개발된 만큼 혈압문제, 피부가 예민한분들은 홍조, 피부염, 원하지 않는 부위에 증모. 여드름, 심박수증가등이 있습니다. 


 함유 수준은 3% 5%가 보편적이고 그 이상도 있긴 합니다. 복용약이 절대 여자들은 먹으면 안되는 반면 (여성은 복용약을 맨살로 만지는 것도 안좋습니다. 특히 임산부는요) 바르는 약은 3%에 한해 여성도 왕왕 사용 합니다. 단 부작용 중 원치 않는 부위에 대한 증모 때문에 하다가 때려치는 여성분들이 많다고(...)

 이 약 또한 현재는 특허기간이 풀려서 다양한 카피약들이 있습니다.



5. 1부를 정리하며

 부작용이 없다는 전제하에, 20대에 탈모약을 먹어도 큰 문제가 있진 않습니다. 오히려 의사분들은 탈모가 적극 진행 되기 전부터 미리 차단하는게 중요하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어차피 머리 빠질건 정해져 있고, 약빨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때는 머리가 가장 많을 때' 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외모의 중요도는 젊어서가 훨씬 높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40대 이후 탈모도 물론 마이너스이긴 합니다만, 그 나이는 탈모인이 많아서 신경도 덜쓰여요.

 물론 규칙적이고 건강한 생활습관과 식습관, 스트레스관리 등으로 3-5년정도 편차를 줄일 수 있다 합니다. 

약물빨로 10년, 관리로 5년정도 늦춰서 15년정도 늦춘다면 상당히 괜찮지 않나요?

글이 너무 길어져서 귀찮네요... 다음 편에서는 모발이식수술에 대해서 다루도록 하지요 허허허... 그럼 20000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며칠 전 사이언스(Science)지에 엠바고까지 걸면서 출판된 논문이 있어서 궁금한 마음에 읽어보고 내용을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최근에 저도 인터넷 뉴스를 보고 찾아본 논문인데, 뉴스를 통해 소개된 내용은 대게 이렇군요.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3080259

http://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150102601021

뉴스에서 말하는 대로 학계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는지 까지는 잘 모르겠고이슈가 될 만한 내용이라서 내용을 공유해 봅니다.

 

암이 모든 조직에서 동일한 확률로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직 마다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폐의 경우 6.9%, 갑상선 1.08%, 0.6%, 골반 0.003%, 후두연골 0.00072% 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이미 백여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왜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지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연구들이 되어 왔고, 흡연, 알코올 섭취, 자외선 노출,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와 같은 인자들이 암 발생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만약, 암이 단순히 이러한 인자들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라면, 동일한 종류의 위험인자에 노출되는 장기들은 비슷한 수준의 암 발생률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비슷한 수준의 위험인자에 노출 되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소화관의 경우[각주:1], 식도 0.51%, 대장 4.82%, 소장 0.2%, 0.86% 로 암 발생에 있어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조직에 따라 그 편차가 더 큰데, 만일 외부 요인이 암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면 외부의 환경적 요인을 직접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장기보다 그렇지 않은 장기가 암 발생률이 더 낮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상을 보면 외부 물질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소장(0.2%)에서 보다, blood-brain barrier(BBB)[각주:2]로 보호받는 뇌의 암 발생이 3배 가량 높은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전적 소인과 암 발생 간의 관계는 어떨 까요?

APC라고 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증후군(familiar adenomatous polyposis (FAP) syndrome)이 발생하게 되는 데, 이것은 소장과 대장에 암을 유발시키는 매우 강력한 위험인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들 환자는 소장보다는 대장에서의 암 발생이 훨씬 많이 관찰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암 발생을 설명하는 데 있어 이러한 불일치를 설명하고자 이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자들은 기존에 알려져 있던 환경적, 유전적 요인 외에 제 3의 요인을 도입합니다. 어렵게 말하면 각 조직 내 줄기 세포의 평생 분열 횟수에 따른 확률적 영향 (The stochastic effects associated with the lifetime number of stem cell division within each tissue.)’ 이고 쉽게 말하면 운빨(bad luck)’ 입니다.

암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theory) 중에 체세포 돌연변이설(somatic mutation theory of cancer)’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암이 유전적인 또는 후성학적[각주:3]인 변화에 의해 발생하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배웠으리라 믿는데, 세포가 분열할 때 기존의 DNA를 주형 삼아 새로운 DNA를 합성합니다.

<반보존적 복제의 좋은 예>

그런데, 이 과정은 완전무결한 과정이 아닙니다. 인간의 DNA는 약 30억 개의 염기서열로 이뤄져 있고,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일정한 비율로 주형 DNA를 잘못 읽는 오류가 발생하고 이는 조직 마다 거의 동일한 비율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돌연변이는 무작위적으로 발생하고 대개는 중립적인 영향을 주지만, 일부 돌연변이는 암 발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게임의 크리티컬 데미지와 같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 까지는 기존부터 해오고 있던 생각이고, 딱히 새로울 것은 없는 시야입니다.

여기서 이 논문의 진가가 드러나는데, 논문의 저자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 그런데 조직의 항상성을 유지하려면 줄기 세포가 계속해서 분열해야 하잖아?[각주:4] 그럼 세포 분열을 많이 한 조직일수록 확률적으로돌연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겠네? 그럼 그러한 조직들은 그렇지 않은 조직들 보다 암 발생률이 더 높겠네? 어라? 그럼 이거 암에 걸리는 건 운빨이 중요한 거 아냐?” 라고 까지 사고를 확장시킨 겁니다.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연구자들이 직접적으로 실험을 하고 이를 통해 가설을 검증한 것은 아닙니다. 대신, 문헌 검색을 통해 기존에 조직 별로 줄기 세포를 정량적으로 측정해 놓은 논문들을 취합하고,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31가지 조직이 선정 되었고, 이들 조직에서의 암 발생 빈도를 대조하였습니다.[각주:5]

그래프가 2개 밖에 없는 간단한 논문이라서 데이터도 함께 보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도표의 X축은 사람의 평균 삶 동안 각 조직의 줄기 세포의 분열 횟수를 나타낸 것이고, Y축은 그 조직에서 암이 발생할 위험도를 나타낸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계산된 값들을 통계처리 해봤더니 줄기세포분열 횟수와 암 발생의 lifetime risk 간에 매우 강력한 상관관계가 발견되었다는 내용입니다.

논문에 따르면 이 그래프를 통해 각기 다른 조직들 사이의 암 발생 위험도 차이의 약 65%를 해당 조직의 줄기세포 분열 횟수로 설명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사람의 암 발생에 있어서 우연히 발생하는 돌연변이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된다는 것 입니다.

 

다음으로 저자들은 이 확률적인 효과를 환경적/유전적 요인과 구분하고자 하는 계산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를 위해서 “extra risk score (ERS)”라는 것을 고안하였고, 이에 따라 여러 종류의 암을 구분한 것이 아래의 그래프 입니다.

 

 

핵심만 말하면, ERS 수치가 높을수록-그래프에서 파랗게 표시된- 환경적/

 

유전적 요인이 암 발생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암이고 (그래서 deterministic-tumor/D-tumor 라고 명명함), ERS 수치가 낮을수록 줄기세포의 분열 횟수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는 (replicative-tumor/R-tumor) , 운빨이 중요한 암이라는 데이터 입니다.

 

아무튼 이 논문은 소위 운빨이라는 것을 암 발생을 설명하는 세 번째 원인으로 놓고 생각하면, 기존의 견해를 상당부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두 번째 그래프에서 초록색으로 표시되는 R-tumor들은 환경적/유전적인 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D-tumor 조차 이 운빨이라는 것에 환경적/유전적 요인이 부가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이언스 정도의 과학잡지에 암의 주요 원인이 운빨!’ 이라는 결과가 실리면, 직접 논문을 읽고 해석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뉴스 기사만 보고 ㅅㅂ 암 그까이꺼 어차피 복불복 이라는데, 술 쳐 마시고 금연 안해도 되겠구만!’ 이라는 이상한 결론에 다다를 수도 있는데요, 논문이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그것이 아닙니다.

일단 두 번째 그래프를 다시 보면 알겠지만, 동일한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환경적인 요인이 암 발생을 더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암들이 있습니다. 그래프에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을 보면 되는데, 건강한 간과 비흡연자의 폐에서 암이 발생하는 경우는 순전히 운빨로 작용하는 것이 더 크지만, C형 간염 바이러스(HCV)에 감염되었거나, 흡연자의 경우는 이러한 것들이 강력한 외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논문의 특성 상, 줄기세포의 분열 횟수에 관한 내용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조직들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각주:6], 이 결과가 모든 종류의 암에 대해서도 동일한 결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확대 해석하기는 아직은 어렵습니다 (물론 그럴 개연성이 상당히 크다고 말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면 이 연구에서 얻어 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일 까요.

일단 대개의 연구는 원인을 찾아내면서 특정 질병을 고치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의 연구는 원인은 알았지만, 이것이 통제 불가능한 것이므로 이를 이용하여 암을 고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개발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D-tumor에 속하는 암들의 경우 환경적/유전적 요인이 개입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이러한 것들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다면 관련 암의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겠죠 (물론 100% 억제 할 수는 없겠죠). 반면, R-tumor에 속하는 암들의 경우 어차피 개인의 생활 습관으로 예방이 힘든 암 이니만큼, 좀 더 적극적인 조기 검진과 수술적 요법들은 관련 암의 사망률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Referrence

Variation in cancer risk among tissues can be explained by the number of stem cell divisions. Science. 2015 Jan 2;347(6217):78-81


 


  1. 입~항문으로 이어지는 [본문으로]
  2. 혈뇌장벽 이라고도 한다. 뇌로 가는 모세혈관 벽의 내피 세포들이 단단히 결합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화학 물질이 뇌로 들어갈 수 없게 차단하여 뇌를 보호하는 기제. [네이버-실험심리학용어사전] [본문으로]
  3. http://en.wikipedia.org/wiki/Epigenetics [본문으로]
  4. 인체의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끊임없이 새로 만들어지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이를 통해 항상성을 유지한다.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이미 성숙한 조직들에도 성체줄기세포라는 것이 존재하여 조직이 계속해서 새로운 새포들로 교체 될 수 있게 한다. [본문으로]
  5. 때문에 이런 정보를 이용 할 수 없는 조직들은 이 분석 대상에서 제외 되었음. [본문으로]
  6. 주요 암이라고 볼 수 있는 유방암의 경우 분석되지 않았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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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글이 올라오지 않은 채로 그대로 말라죽어 먼지가 될 것 같은 이 블로그가 또다시 이렇게 생명연장을 하는군요.

여튼 예전에 "너희를 위한 주거래은행은 없다" http://homosurplus.tistory.com/27 를 쓰면서 산업은행의 kdb direct HiAccount(자유입출금예금)을 추천해드렸던 적이 있죠. 그 소개글을 쓴 지 어느새 1년이 넘게 흘러 내용상 변화가 있었습니다.

 

 

 

일단 세 개의 기사를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KDB다이렉트 상품 '역마진' 논란…감사원 "팔면 팔수록 손해" vs 산업銀 "예대마진 충분해 이익 - 한국경제

http://bank.hankyung.com/news_view.html?seq=13067&page=22

산은·정책금융공사 다시 통합… 정치에 휘둘리다 결국 원점으로

http://news.hankooki.com/lpage/economy/201308/h2013082003350321500.htm

산은 민영화 철회 불똥 튄 다이렉트 예금 - 한국일보  

http://news.hankooki.com/lpage/economy/201308/h2013082103341521500.htm

 

거칠게 요약하자면, 전 정권의 실세 중 한 사람이였던 강만수 전 회장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해 출시했던 파격적인 상품이라 평가받았던 산업은행의 KDB direct상품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을 넘겨받으며 정책기조를 바꾸는 바람에 대대적으로 그 혜택이 축소되었습니다. 산업은행이 사실상 민영화를 중단하면서 그 일환이었던 direct상품들은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셈이죠. 출시당시와 비교하면 기준금리도 더 낮아지기도 했고 감사원이 진행했던 감사에서 해당 상품 설계상 비용인상이 필요한 결함이 발견되는 바람에 금리인하 등의 혜택축소는 당연한 수순이었지만요. 세 번째 기사는 산업은행의 direct상품이 정부 및 은행이 주력해왔던 고졸출신 직원 채용의 밑거름이 되는 상품이기도 했는데 적극적인 영업이 중단되면서 그 앞날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제가 1년 전 KDB direct HiAccount를 추천해드린 이유로는,

1. 직접 은행으로 찾아가지 않아도 직원이 방문하여 계좌를 개설해주기 때문에 가입하는 번거로움이 없으며

2. 타은행 CD/ATM에서의 출금 및 이체 수수료가 무료

3. 편의점, 지하철 NICE 출금기에서도 출금 및 이체수수료까지 무료

4. 연이율 3.5%의 훌륭한 이율

이 있었습니다.

 

 

금리 외엔 딱히 축소된 바도 없지만 요사이 오갈 데 없는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한 KDB direct HiAccount와 비슷하기도 하고 더 우수한 혜택을 가지고 있는 상품이 다른 곳에서 새롭게 출시되어 알려드리기 위해 이 글을 썼습니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몰빵하는 게 아니라잖아요. 이런 상품은 다다익선입니다. 가입해놓고 보는 거에요.

 

 

 

바로 전북은행의 JB direct 가 바로 그렇답니다.

 

<홈페이지 디자인은 비록 쌍팔년도 시대의 그것을 연상시킬 만큼 촌스럽지만...>

 

JB direct의 장점으로는,

 

1. 직접 은행으로 찾아가지 않아도 가입전용 홈페이지 ( http://direct.jbbank.co.kr ) 에서 가입신청을 하면 직원이 방문하여 계좌를 개설해주며

2. 타은행 CD/ATM에서의 입금, 출금 및 이체 수수료가 무료

3. 연이율 2.5%의 나쁘지 않은 이율

 

 

앞서 소개한 KDB direct HiAccount와 비교했을 때 지하철/편의점에 설치된 NICE에서 운영하고 있는 출금기에서 출금 및 이체수수료가 무료인 혜택은 없지만,

타 은행 CD/ATM에서 무려이체,출금뿐만 아니라 입금을 할 때마저도 수수료가 붙지 않는 건 지금까지 어떤 상품에서도 없었던 유일무이한 혜택이죠. 타은행에서 입금을 해도 수수료가 없다니까요.

 

 

 

 

물론 그렇다고 1,2천원을 입금하면 수수료가 무료인 건 아니고, 적어도 5천원에서 1만원 이상 입금할 때 수수료가 무료인 것 같습니다. 타행입금시 진행화면에서 수수료가 부과된다고 표시되지만 실제로는 차감되지 않는 형식( 첨부된 그림 맨 아래에 있는 주1대로 수수료가 차감되어 입금된 다음, 차감된 수수료를 원상복귀시켜주는 방식)인데 1,2천원 등의 소액 입금시에는 해당은행 수수료가 먼저 차감되는 단계에서 입금을 시도한 해당은행에 따라 입금액이 0원으로 표시되는 경우가 다반사라서, 금융망 시스템상 입금이 되었는지 구분이 쉽지 않거든요. 결과적으로 1~2천원 등의 소액입금시엔 입금수수료가 무료로 처리되지 않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언젠가 다시 봬요!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글쓸만한 주제가 없을까 싶어서 과학저널 기사를 뒤적거리다가 한가지 공유하고 싶은 기사가 있어서 짤막하게 소개해 볼가 합니다.

뇌수막염이라는 질병을 들어보셨나요? 말 그대로 뇌를 둘러싸고 있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병입니다. 병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http://health.naver.com/medical/disease/detail.nhn?selectedTab=detail&diseaseSymptomTypeCode=AA&diseaseSymptomCode=AA000292&cpId=ja2#con 네이버 백과사전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 질병이 최근 몇년 사이 유행병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고 있나 봅니다. 특히나 게이 커뮤니티 사이의 전염병성 질병을 다루는 곳에서요. (좀더 학술적으로 말하면 MSM-men who have sex with men-에서요.)

 

이 그림은 최근 몇년간 MSM에서 뇌수막염으로 인해 사망한 케이스를 표시해 놓은 지도입니다. 뇌수막염 자체야 아이들과 이성 간 섹스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발생하는 질병인데 이게 무슨 대수냐 싶겠지만, 지도에 표시된 케이스들이 아마도 MSM간 섹스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이슈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위에 링크한 네이뇬 백과사전을 잘 읽어보시면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흔한 원인균 중 하나로써 수막구균(Neisseria meningitides) 이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이 균이 신체내에서 서식하는 장소는 보통 코와 목의 점막이라고 하는데요, 위의 케이스에서 사망한 게이 남성들의 경우 직장과 요도에서 균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막 연구가 이뤄지기 시작한 시점이기 때문에 아직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 알 수는 없지만, 한가지 가능성이 높은 설명은 Neisseria meningitides를 보유하고 있던 게이 남성이 다른 게이 남성에게 전파시켰다고 설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연구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Neisseria meningitides가 새로운 전파방식과 서식환경을 획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인가 봅니다. 또한 흡연이 상피세포를 보호하고 있는 점막층을 약화시켜서 Neisseria meningitides의 감염기회를 높이는 것처럼, 애널섹스 자체가 어떤 자극원인이 되어서 Neisseria meningitides에 대한 감염기회를 높이는 것은 아닐까 라고 여기고 있나 봅니다.

물론 아직은 가설에 불과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실험들이 이뤄져야 하겠습니다만, 생물학을 공부하는 저는 나름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설명이기는 하네요. 이에 대한 후속 연구는 아마 곧 이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생물학을 공부하는 저로서는 기존에 있던 어떤 병원성 세균이 새로운 전파방식과 서식환경을 획득한다는 것 자체는 크게 놀랍지는 않습니다. 진화론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사람의 몸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가 사람의 행동에 따라 진화적 선택압을 받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항생제를 많이 사용함에 따라 항생제에 대한 저항성을 진화시킨 세균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이 경우도, 오랄섹스와 애널섹스를 하는 집단이 늘어남에 따라 원래는 코와 목의 점막에 살던 Neisseria meningitides가 비슷한 환경의 요도와 직장 (이 두 조직 역시 상피조직과 점막으로 둘러쌓여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죠.)으로 생태적 지위를 확장했다는 설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뇌수막염은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한 질병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현재 몇몇 서구권 국가들 또는 도시들은 MSM들을 대상으로 한 뇌수막염 예방접종을 시행 또는 권고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럼 다들 더운 여럼 안전하게 포풍쎅쓰.

http://www.sciencemag.org/content/341/6144/328.full 의 기사내용을 참고하였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안녕하세요 te verde입니다. 어허허ㅓ허허허ㅓ허허 제가 반년가까이 글을 안썼네요. 모두 돌을 던져주시긔...

    오늘은 케케묵은 백화점들의 부동산 투자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용. 이번에 특집이라고 적은 이유는 이번호는 메코형과 제가 콜라보로 진행하기 때문이죠. 2편은 메코형이 올려줄겁니당. 저는 앞의 내용들을 커버하고 메코형이 현안을 다룰거에요 잇힝.

  저번에 영등포 백화점 전쟁 을 많은 분들이 즐겁게 읽어주신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이번편도 재밌는 글이 되었으면 하네요. 그러면 시작해보겠습니다.


1. 백화점은 무엇으로 사는가

    다들 학창시절에 읽었을 러시아의 대게이 대문호 톨스토이의 작품이 있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여기서 결론은 '사람은 사랑으로 인해 살아간다' 였습니다. (스포일러 ㅈㅅ...) 그렇다면 백화점은 무엇으로 살까요?

당연히 물건팔아 먹고살지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아 아니... 드립치려는게 맞긴 한데;;;; 물건팔아 먹고산다는건 좀 다시 생각을 해보세여 고갱님. 대한민국에서 백화점이 그동안 물건만 팔아서 돈을 벌었을까요? ㄴㄴ 한국 백화점그룹이 돈을 버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으요. 


1. 백화점 공간을 임대해 주면서 버는 수수료

 그리고....

2. 부동산 이 있습니다.


< ㅇㅇ 그러하다>


    눈치가 보통 이하더라도 아시겠죠? 지난 수십년간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꾸준히 올라갔죠. 특히 백화점들은 건물을 짓기위해 넓은 면적, 금싸라기 땅들에 돈을 부어놨습니다. 그리고 그 부동산들은 가치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갔죵. 롯데백화점 명동점을 판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2011년, 12년 명동의 땅값을 볼까요. 


    저기서 중구 충무로라고 써져있는데도 다 우리가 명동이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그러고나면 다 명동이라는 결론이 나죠. 고로 12년 기준으로 상업용지에서 제일 비싼곳은 강남? ㄴㄴ 명동이에요.  이런 명동에서도 노른자에 위치해 있는 백화점이 롯데백화점 본점입니다. 


     게다가 롯데 본점은 1979년 개장 후 100일만에 누적 방문자 1천만명을 돌파, 1980년 이후로 대한민국에서 단 한번도 백화점 매출1위를 놓쳐본적이 없는 백화점계의 절대강자입니다. 매출액을 잠깐 볼까요. 1999년 한국 백화점사상 최초로 연 1조원 매출을 돌파하여 현재는 1조 6천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다른 지점은 다 매출이 까져도 롯데 본점은 거의 매년 매출이 향상되었죠.


    이런 롯데백화점 본점? 쌩으로 수조원을 부어도 살 수 있을까 말까 할걸요? 이런 매물이 있어야지 사던말던 하지. 백화점 주변가는 항상 도시의 중심지로 성장하게 되어있습니다. 결국 백화점은 어마어마한 자산가치상승을 덤으로 얻게 되지요.


 

2. 하지만 땅을 안가져도 장사는 할 수 있나니

    그러면 땅 안사면 백화점 못할까요? ㄴㄴ 아니죠. 땅을 빌리면 되요. 다시 말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년동안 지속적으로 개발을 해왔죠. 이 말은 새로운 도시들도 계속 생겼다는 것이고, 기존 도시들도 확장을 거듭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도시계획은 누가하죠? 그러쳐. 국가. 가버먼트. 정부. 거깁니다 거기. 그런데 정부도 무작정 땅을 홀라당 팔 수는 없거든요. 고로 정부 또는 지방정부가 도시계획을 세울 때 상업용지(특히 백화점예정지) 등으로 내놓는 곳을 임차하면 되요. 아니면 그냥 자산가 또는 종교단체한테 20년씩 장기임대해서 건물을 짓고 영업을 하면 되죠.

    그리고 백화점이 새로운 지점을 내기 위해서는 부지 매입비 또는 리스비, 건축비 등이 필요해요. 그런고로 백화점들은 부동산의 비중을 과하게 늘릴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현금이 필요하면 매각을 해야 하죠.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신세계 그룹이 성장해 올 수 있었습니다. 신세계는 91년 삼성에서 계열분리가 시작되면서부터 백화점, 마트 매출을 제외하고는 큰 현금흐름이 발생할 캐시카우가 없었어요. 롯데같은 경우는 신격호 회장이 꽉 잡은채로 모든 계열사를 굴렸으니 어디서든지 융통이 쉬웠지요. 따라서 신세계는 항상 롯데보다 총알이 딸려서 화끈하게 막 사대고 그럴수가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95년 신세계 광주점 : 금호그룹으로부터 터미널부지 20년 장기임대

97년 신세계 인천점 : 인천시로부터 터미널부지 20년 장기임대

2000년 신세계 강남점 : (주)센트럴시티[각주:1]로부터 20년 장기임대

2010년 신세계 충청점 : 천안버스터미널 부지에 (주)아라리오로부터 장기임대

2012년 신세계 의정부점 : 의정부역 부지에 민자역사개발 30년 장기임대

<스타워즈 돋네....>

내 땅이 없ㅋ엉ㅋ

   2000년 이전에 이미 가지고 있던 마산점, 본점을 제외하고는 센텀시티, 경기점만이 자사 소유일 뿐, 전부 다 건물까지 임차한 상황입니다. 롯데는 37개 점포 중에서 오직 다섯개만 임대하고 있지요... 부동산 재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세계는 이렇게 땅을 빌려서 장사를 잘 해옵니다. 업계 2-3위권에서 현대백화점과 항상 엎치락 뒤치락했지요.
    실은 아들한테 물려줄 이마트 장사할 땅 사느라 돈이 없엉(...)
(신세계 그룹은 이마트관련 회사들이 아들 정용진 부회장에게, 신세계백화점 관련 회사들은 딸 정유경 부사장에게 상속되도록 계획되어있습니다. 이마트가 매출규모가 훨씬 크거든요) 

3. 그리고 2012년 9월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 백화점들의 시장점유율 순위를 살펴볼까요. 
    전자공시에 들어가서 2012년 백화점 시장규모와 롯데, 신세계, 현대 3사의 백화점 시장점유율을 살펴보았습니다.

시장규모(총판매액)(억원)

시장점유율(%)

 총 시장규모

290,881억원

100% 

 롯데백화점

129.174억원

44.4%

 신세계백화점

60,246억원

20.7%

 현대백화점

55,558억원 

19.1% 

 3사 합계

244,978억원

84.2%

<총 판매액은 매출액과 다릅니다. 백화점에 입점한 모든 업체의 판매액을 더한겁니다>


    상위 3사를 합치면 시장의 84.2%가 됩니다. 대다내..... 롯데가 압도적 1위를 지키는 가운데 신세계와 현대가 뒤따르는 형상입니다. 이렇게 셋이서 나눠먹는거면 사이좋게 나눠먹을법도 하지만.... 안타깝게고 백화점이 들어설 수 있는 지역은 어느정도 정해져있습니다. 따라서 이 셋이서 피튀기게 싸우는 형국이지요. 만약 새로운 백화점 낼 자리가 생기면 눈에 불을 켜고 들어가고, 상대가 장사가 잘 되는 지역이라면 목숨걸고 비집고 들어갑니다.


    그렇다면 인천으로 잠시 눈을 돌려볼까요. 인천에는 총 다섯개의 백화점이 있습니다. 롯데백화점 인천점, 롯데백화점 부평점,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신세계백화점 인천공항점, 서경백화점(지역백화점).

    이 중 서경백화점은 백화점이라 보기엔 규모가 너무 영세하니 제외하고, 인천공항점은 일종의 출장소입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인천시민들이 이용하는 백화점은 롯데인천, 롯데부평, 신세계 인천점 이렇게 세 곳입니다.


    여기서 롯데백화점 인천점은 2012년 매출이 2315억원, 부평점은 1276억원입니다. 반면에 신세계 인천점은 매출이 무려.......


7400억


<2012년 전국 백화점 매출순위>


    인천지역의 백화점 매출 약 1조 1천억 가운데 약 67%에 해당하는 매출을 혼자서 올리고 있는 엄청난 곳입니다. 전국구 규모죠. 전국매출 9위, 신세계 백화점 중 4위의 매출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신세계 백화점 매출중 15%를 차지함과 동시에 지난번 영등포 백화점 특집에 나왔던 현대백화점 목동점과 비슷한 규모죠.
    신세계가 인천에서 잘나가게 된 계기는 90년대 초 영등포에서 롯데한테 쳐발리고 교통에 '가까운'게 아니라 아예 '붙어있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터미널을 적극공략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그거 이제 롯데백화점 꺼

    망해쓰요. 

    다들 아실텝니다. 전임 인천시장 안상수(전 국회의원 안상수랑은 다른 안상수입니다. 안상수가 둘이여...)가 인천시를 4조 5천억 가량의 빚더미에 (관련 공기업들 부채도 합치면 7조원) 올려놓고서 현 송영길 시장은 부채에 허덕이게 됩니다. 아시안게임을 때려치고 싶은데 그럴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시 소유의 각종 자산들을 매각하기 시작합니다. 인천버스터미널부지는 그 중 가장 자산가치가 높은 부동산이었죠.


    2012년, 인천시는 인천교통공사 소유 터미널부지를 매각선언하면서 신세계, 롯데, 현대 백화점에 접촉을 시도합니다. 그 중 현대백화점은 관심이 없어서 바로 철회, 신세계와 롯데에 접근하게 됩니다. 그런데 신세계가...

 '우린 6500억 아니면 안사 풉ㅋ' 이라고 생깠죠..  감정가가 8500억인 건물, 토지에다가 저런 깡을 부린 신세계의 패기. 


    무슨 깡으로 그랬냐구요? 당시 신세계 백화점은 한창 증축공사를 진행하면서, 새로 짓는 공간에 대해 20년간 장기임대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입니다. 백화점 바로 옆에 위치한 주차타워와 증축공간인 5천평 가량의 매장은 2031년까지는 죽이되나 밥이되나 신세계가 운영하게 되어있는 상황이었습니다. 1층부터 5층은 롯데백화점, 6층은 신세계백화점 이런건 말이 안되니 결국 인천시가 자기네들한테 팔던지, 매각을 포기하던지 할거라는 생각이었죠.

    그러나 인천지역 상권에서 근 20년간 물먹어온 롯데가[각주:2] 출동하면 어떻게 될까?


롯!!

 데!! 


<고만해 미친놈아>


롯데가 8천 751억으로 입찰. 그리고 낙찰 땅땅땅

   

 방심하던 신세계는 20년동안 백화점 열심히 키워서 롯데한테 헌납하게 생겼지 뭐에요. 롯데가 착한마음을 먹으면 곱게 월 12억의 임대료만 받겠지만, 롯데는 이미 거기 다 밀어버리고 롯데몰로 바꿔버릴 생각. 덕분에 신세계는 앉아서 매출의 15%를 잃어먹게 생겨쓰요 ㅋㅋㅋ


    실은 신세계는 인천점까지 매입할만한 여유가 없었습니다. 처음에 말했지만 신세계는 애초에 롯데백화점 매출의 절반도 안되는데다가 상속과정에서 계열분리로 떨어져나온 회사기에 여유현금도 적고, 부산의 센텀시티, 죽전민자역사, 의정부 민자역사등을 이미 계약한 터라 있던 현금도 바닥나고 있었거든요.


조잘조잘

     물론 신세계는 그 이후에 소송, 가처분소송 등으로 맞서싸웠지만 개쳐발리고... 대신 공정위가 독과점 방지 차원에서 일종의 조치를 취해주긴 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세한 이야긴 다음편에서 메코형이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90년대 롯데에게 엿먹은 이후로 두 번째 빅엿을 먹은 신세계, 이 사건 이후에 신세계는 무리해서 투자자금을 끌어모아 서울 고속터미널에 있는 신세계 강남점 부지를 인수하게 됩니다. 신세계 백화점에서 유일하게 1조 매출을 넘기는, 신세계 백화점의 심장과도 같은 강남점도 비슷하게 롯데나 현대한테 뺏기면 그때는 진짜 혀깨물고 죽어야하는 상황이 생기니까요. 


세줄요약

- 백화점은 부동산도 중요하다

- 내가 우선순위라고 착각해서 방심하다간

- 모가지 날아가요<3


 이 글에 관심있었던 분은 제 이전글  건물에 관한 무언가3. 영등포 백화점 전쟁: 롯데 vs 신세계  

 서울의 공공건축들 1.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  서울의 공공건축들 2.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도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즐겁게 읽으셨다면 밑에 손가락 버튼도 꾹꾹 눌러주세용!


참고자료

http://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130401002106

http://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130401002279

http://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130515001495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1041339831&sid=0104&nid=004&ltype=1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30416017014

http://m.mt.co.kr/new/view.html?no=2013041509571094858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3261142291&code=950201

http://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695

http://isloco.com/attach/121/836096.jpg

 

  1. 통일교 계열자금입니다 [본문으로]
  2. (롯데는 인천점을 늦게, 살짝 안좋은 위치에, 작은 규모로 내는바람에 인천상권에서 근 20년을 쳐발렸습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연방대법원이 결혼보호법(Defense of Marriage Act: DOMA)과 캘리포니아 주 주민발의안 8번(Proposition 8)에 관한 판결을 드디어 내렸습니다. 우리 시각으로 네 시간 전인 저녁 11시에 선고가 났어요. 결과는 모두 들으셨겠지만, 결혼보호법은 위헌이라고 판결이 났고, 주민발의안 8번은 청구인이 청구인적격(Standing)을 가지지 못하여 각하되었습니다.


저도 (슬프게도 영문 리딩이 느린지라) 아직 판결문을 제대로 파악하진 못했는데, 우선 씁니다. 영문 자료를 얻을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 사이의 정보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나눔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무엇보다도 어찌 되었든 하나의 교두보가 될 승리,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1. 무슨 사건들이죠?




DOMA 사건은 뭐고, 주민발의안 8번은 뭘까요?


United States v. Windsor 사건에서 심판대상법이었던 DOMA는 클린턴 대통령 시절인 1996년 연방정부에서 (기존에 있었던 유사한 법을 고쳐) 만든 법을 말합니다. 미국은 연방제 국가인데, 주법과 주의 권한을 침해하진 못할지라도 적어도 연방법 상에서 “결혼”이라고 되어 있는 것들은 모두 “남성과 여성의 결합(Union of opposite sex)”으로 정의하겠다는 내용이 그 핵심입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군형법 제92조의6처럼 악명 높은 DOMA 3조였죠.


에디스 윈저(Edith Windsor)라는 여성은 티아 스파이어(Thea Spyer)라는 여성과 동성결혼이 일찌감치 합법화된 캐나다에서 결혼한 후, 이후 동성결혼을 인정한 뉴욕 주에서 이 결혼을 인정 받았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주에서 “동성결혼 할 수 있다”를 인정하는 것까진 각 주의 독립된 권한입니다. 그러나 티아 스파이어가 먼저 죽자 에디스 윈저에게는 36만 달러를 넘는 상속세가 부과되었습니다. 상속세는 연방법에 규정되어 있는데, 연방법에 의하면 결혼은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므로, 상속세의 문제에서 두 사람의 결합은 결혼이 아니었습니다. 결혼이었다면 면제되었을 상속세가 그대로 부과되었죠.


그랬기 때문에 윈저 여사는 세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합니다. 물론 연방법상 부부가 아닌 건 맞으니까, 그 제한을 불러온 근거조항인 DOMA 3조가 위헌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요. 미 법무부는 처음에는 반대 입장을 취하다가, 최근 이 법안을 포기하기로 노선을 선회합니다. 그러니까 미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이 깜짝 놀란 거죠. “그럼 우리들이 하겠다”라면서 원래 법안을 옹호해야 하는 법무부 대신 수십만 달러를 써가면서 변호사를 사고, 하여간 이만저만한 삽질을 한 게 아닙니다. 그런데 심지어 이번에 져버렸군요? ^^





Hollingworth v. Perry 사건의 심판대상이었던 캘리포니아 주민발의안 8번. 이야기 전에 주민발의안이라는 게 뭔지부터 봅시다. 주민들이 법을 제안하는 겁니다. 무슨 법을 제안하였을까요? 캘리포니아 주 헌법에 “결혼을 남녀의 결합”으로 정의하는 조문을 넣자고 하였습니다. 왜 이걸 가지고 헌법까지 바꾸려고 했냐면,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이 애초에 결혼을 양성의 결합으로만 파악하는 것은 캘리포니아 주 헌법 위반이라고 판결을 내린 바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헌법을 바꿔서 캘리포니아 주 법원에게 그런 판결을 내릴 수 없게 만들려고 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이 발의안은 실제로 통과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이제 결혼하고 싶은 캘리포니아 주에 사는 동성 커플이 이게 (주 헌법이 아닌) 연방 헌법의 평등 및 적법절차 조항을 위반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래서 연방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했습니다. 소를 제기하려면, 우리도 그렇지만 미국에서는 특히나 상대가 필요합니다. 법이 잘못되었다고 소송을 하는 것이니, 주지사와 주 정부를 대상으로 소를 제기했지요. 1심인 연방지방법원에서는 위헌이라는 판결이 났어요. 그런데 이미 민주당으로 바뀌었던 주 정부가 “우리는 이거 안 다투겠다”고 해버린 겁니다.


DOMA 사건의 공화당 의원들처럼,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저능한 주민들이 “그러면 어떡하냐. 우리가 대신 다투겠다.” 하고 제9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하고, 여기서 패하자 대법원에까지 상고했지요. 주 정부와 주지사가 옹호하지 않는 법을, 심지어 의원들도 아니고, 그냥 시민단체 하나가 옹호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2. 일단 ‘위헌’은 좋은 것 같은데, ‘각하’는 뭐고 ‘청구인 적격(standing)’은 뭔가요?



네, 결혼보호법이 위헌이란 소리는, 에디스 윈저가 당장 36만 달러를 환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 외에도 연금 및 사회보장수령권 등의 문제에서 차별받던 동성커플들이 승리했다는 걸 뜻하지요.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 주민발의안 8번은 조금 미묘합니다.


‘소’라는 건 그러니까, 법원의 판단을 요구한다는 걸 말합니다. 그런데 아무나 소를 제기할 수 있으면 곤란한 경우가 있지요. 예를 들어 A라는 재산을 두고 B와 C가 서로 자기 것이라고 싸우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권리도 주장하지 않은 D가 끼어들어서 “A는 E의 소유임을 확인해 주세요.”라고 했다고 해보지요. 이런 소송까지 인정하게 되어 버리면 법원의 부담이 매우 커지고, 불필요한 분쟁관계가 너무 많아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소송에 낄 수 있는 사람들을 제한해둔 게 ‘당사자적격’이란 겁니다. 민사소송에선 이런데, 공법소송에서는 조금 더 복잡해요. 헌법소송에서 쓰는 말은 당사자가 아니라 청구인이니 ‘청구인 적격’이라고 해두지요. 아무튼 법을 옹호할(defend) 권한은 주 정부에 있는데, 최초로 항소법원에 소를 제기한 동성커플이 주 정부를 상대로 제기했을 때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정작 주 정부는 상고를 안 했는데 이 과정에서 소송에 ‘참가’했을 뿐인 주민단체가 상고를 한다? 그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이 주민발의안 8번이 미국 연방헌법에 의해 합헌인지 위헌인지를 따지기 전에 이미 대법원에서 다룰 자격을 갖추지 못해서(=소송요건이 흠결되어) ‘각하’된 것이지요. 다시 말하자면 “왜 이걸 나한테 들이밀어?!”가 되겠습니다.




3. 상황이 좋은 건가요? 얼마나 좋은 건가요?



옛날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게이운동가들이 동성결혼을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을 때 결혼보호법 같은 게 있었지요. 미국도 각 주 별로 정치 지형이 많이 다른데, 캘리포니아나 뉴욕, 혹은 오대호 연안의 대도시권 같은 경우에는 진보적인 편이고, 남부 주나 중부 일부 주의 경우 보수적입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빨간 곳(공화당, 보수적) vs. 파란 곳(민주당, 미국진보)를 생각하시면 될 듯) 그런데 1996년에 결혼보호법이 만들어졌다고 했었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연방 차원에서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두고 게이 운동가들이 연방을 비난했어요. 왜 연방이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해서 거기까지 왈가왈부 하느냐고요.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조금 바뀌었죠. 일부 진보적인 주에서는 주 권한 내에서 동성혼을 인정하고 있고, 심지어 연방의 결혼보호법이 위험하게 되었죠. 동성혼을 반대하는 논리들은 하나하나씩 복멸되었습니다. 사회학적, 생물학적 연구결과의 나름 성과라고 할까요. 이렇게 되니까 이제는 동성혼 반대론자들이, 연방 차원에서 동성혼이 “허용해야 하는” 상황을 걱정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요즘 동성혼 반대론자들은 “결혼제도를 정하는 것은 주의 권한이다!”를 외치고 다녀요. 오히려 진보적인 사람들과 게이운동가들은 연방이 나서서 동성혼 금지하는 저 무식한 애들 좀 어떻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외치는 지경이 이르렀지요.


DOMA가 위헌이 될 것은 뭐 사실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습니다만, (변론절차에서 DOMA를 옹호하는 측은 단 하나도 제대로 된 논거를 내놓지 못했죠. 절반만 번역이 되었지만 제 개인 블로그 글을 참조하시길)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캘리포니아 주민발의안 8번에 관한 것이었어요. 이미 이전에 Romer v. Evans 사건에서 주 헌법에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의한 평등추구조치를 금지하는 조항을 넣는 것”은 금지된다는 연방대법원의 판례가 나왔지만, 동성혼을 금지하는 주 헌법 조항은 어떨까? 라는 게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였거든요.


여기에서 “주민발의안 8번은 위헌!”이라고 연방대법원이 때려주었으면 경우에 따라서는 모든 주에서 동성결혼이 허용되는 극적인 효과까지도 있었을 수 있던 거지요. (아주 옛날에 인종간 혼인을 금지하던 시절 이런 적이 있습니다) 그 외에 Seven-state solution이라고 해서, 이미 동성간 시민결연(citizen union)이 허용된 7개 주에서 동성결혼이 금지되는 것은 평등하지 않아서 위반이라는 판결을 내린다거나 예전에 허용되었던 주에서 갑자기 금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등의 여러 중간적인 해결책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연방대법원은 ‘청구인 적격’이 없어서 상고가 각하되고, 그러므로 원래의 연방지방법원 판결(이미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로 돌아가라는 중간책을 취한 것으로 보이네요. 그러므로 이 경우에는 연방항소법원에서 애초에 주 정부가 포기하였지만 주민단체가 대신 한 항소를 받아준 것부터가 잘못되었다는 것이지요.


뭐, 저도 물론 “이런 거 하지 마!”라고 호탕하게 말해주는 쪽을 바랐습니다만, 사실 연방대법원은 그렇게 진보측에 호의적이지 못합니다. 종신직이다 보니 Scalia 대법관 같은 꼬장한 늙은이가 십몇년 째 해먹고 있지요. 전임 부시 대통령 때 다수를 임명하다 보니 아직도 진보 4: 보수 5의 정치적 지형이 유지되고 있고, 대법원장 로버츠 또한 보수 쪽이라고 합니다. (이에 관해서는 제 이전 글을 보십시오)


그런 만큼 일단은 다행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워낙에 반대측 논거가 말도 안 되어서 반대의견 쓰신 분들도 좀 어려웠던 것 같지만요.





4. 정말로 “미국에서는 동성커플도 세금, 복지, 주택 등에서 차별을 받지 않게 되었”나요?



관점에 따라 다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갈 길이야 멀죠. 일단 50개 주 중에서 동성결혼이 인정된 주도 몇 개 안 되고, 시민결합이 인정된 주까지 합쳐서 1/3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말이지요. 미국은 연방제 국가라서 이런 제도들을 각 주에서 다 정합니다.


하지만 에디스 윈저의 경우에는 연방법에 의해서 차별을 받고 있었죠. 그리고 적어도 한 주에서 결혼을 하고 다른 주에 가면 그 결혼의 성립은 대개 인정이 되는 듯합니다. (물론 동성혼에 대해서는 여전히 판례가 분명치 않고 논란이 있다고 합니다) 연방법에 의한 차별이 철폐된 이상, 이제 실제적으로 미국 동성커플은 자신들의 권리를 찾지 못할 일은 없지 않을까요? (자, 이제 정말 미국에서 게이 이혼 전문 변호사의 꿈을 키워야…)


그리고 주민발의안 8번을 위헌이라고 판결한 미 연방지방법원 판결은 살아남았어요. 아쉽게도 연방지방법원 판결은 기속되는 선례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 판결 때문에 다른 판결도 이와 같이 판결을 내려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적어도 동성혼을 금지하는 주 헌법 개정이 위헌이라는 연방 하급심 판결 하나가 살아남은 이상, 충분히 참고가 될 만 하지요.


여전히 어떤 주에서는 동성혼을 허용하지 않고, 주 차원에서 주는 혜택을 주지 않으려 들 가능성은 있습니다. 타 주에서 성립한 결혼을 자기 주에서는 인정하지 않으려고 들겠죠. 아마 다음 번 투쟁은 그 방향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겠네요. 하지만 적어도 싸움의 근거는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동성애자들은 차별 철폐에 한 걸음 다가섰다고 표현할 수는 있겠네요.




5. 동성혼을 반대하는 게 그렇게 말도 안 되는 건가요?



내 의견을 상식으로 포장하여 남 의견을 상식 이하로 만드는 화법을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한 번만 해봅시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자유의사에 의해서 결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건 근대법이 보장해온 권리인데 말입니다. 그 “두 사람”의 생물학적 성이 같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최근 실증적으로 밝혀졌어요. 그렇다면, 그걸 반대하시려면 제대로 된 데이터와 실증적 근거를 들고 와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점이 안 좋아서 동성혼은 안 됩니다”라고 주장을 할 책임은 너한테 있는 거에요.


결혼한 자녀의 성 정체성에 영향 좀 미치면 어떠하며, 그런데 심지어 안 미친다는 과학적 결과까지 나와있고, 사회학적으로도 심지어 레즈비언 커플 아래에서 자란 아이들은 정상가족 부부 아래에서 자란 경우보다 더 좋은 가정환경을 보장받는다는데 말이지요. 사회학, 심리학, 생물학이 모두 입을 모아서 동성결혼을 반대할 근거가 아무 것도 없다고 외치고 있어요.


지금까지 그 많은 돈을 쏟아 부으면서도 이거 반박도 못 해놓고, 한남대교 근처 음습한 집에서 동성애 치료 따위 자위질이나 하고 있으면서 뚫린 입이라고 지껄이면 다니? 머리는 왜 달고 다니는지.




6. 미국 일인데 한국 게이/한국 레즈인 나에게 중요한가요?



네, 중요합니다.


제가 이 바닥 처음 나왔을 때부터 그랬지만, 미국이나 유럽 가서 산다는 언니들이 좀 계셨어요. 가서 행복하시다면 좋은 일입니다. 안 말립니다. 근데 갈 수 있는 분은 얼마나 되세요? 아니면 무턱대고 갈 수 있는 용기라도 낼 수 있는 분은?


그렇지 않은 우리들에게 한국이 살아야 하는 터전인 건 분명하지요. 갈 수도 없고, 갈 마음도 없으면서 부러워만 하는 게 다는 아닐 겁니다. 지금 이 곳을 바꾸는 데 미국의 사례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실제로, 미국 판결이 뭐가 나오면 그걸 분석한 논문들이 뜨고, 우리나라 법체계를 바꾸고 법을 개정할 때 미국과 유럽의 사례는 중요하게 작용하지요. “남의 일”이지만, 완전 남의 일은 아닌 겁니다. 그리고 내가 조금이라도 발버둥 치고 더 알리고 그러면 그런 날이 조금 빨라질 것도 사실이겠지요.


이 정도의 마음으로 이번 판결을 기꺼이 여기고 있습니다. 동성결혼 합법화를 궁극의 목적으로 보는 건 아닙니다. 차별과 평등의 국면에서 해결될 일은 산적해 있겠지요. 합법화되기 전에는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과하게 별 거 아니라며 폄하할 일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우리도 쟤네들 한 거 보고, 일단 군형법 제92조의6부터 어떻게 해봅시다. 폐지 입법청원이 국회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Posted by MECO


인터넷공간에서 소란이 이는 곳엔 언제나 정치가 자리하고 있을 정도로 그만큼 자극적이고 폭발력이 강한 건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가끔씩 정치적 이슈가 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반가운 마음보다 근심이 한 걸음 앞선다. 첨예한 정치적 갈등이나 이슈를 소재로 했다는 이유만으로 대개의 영화들이 극장에 걸리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데 그런 과정을 거쳐 세상의 빛을 본 영화치고는 맥아리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둠 속에서 고정된 자세로 스크린을 가만히 응시하거나 또는 눈을 내리감는 선택지밖에 고를 수 없는 영화관이라는 공간은 자기 자신과 반하는 무엇인가를 장시간 견뎌내는 일에 그리 적합하지 않다. 산제이 릴라 반살리의 영화 <청원 Guzaarish, 2010>에선 주인공이 판사에게 안락사를 허하는 판결을 구하며 자신이 가진 전신불구를 사지멀쩡한 남자가 좁은 상자에 팔다리를 구겨넣어 갇힌 채로 수십 년을 버텨야 하는상황에 비유하지 않았던가. 스크린이 앞에 놓여져 있단 사실만 제외하면 영화관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영상이 나오는 스크린이 있어 영화관은 고통의 공간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각자마다 그 고통의 근원은 다르기 마련이라 틀에 박힌 로맨틱 코미디가 그 대상일 수도, 혐오감을 저 깊숙한 곳에서 끄집어올리는 피칠갑투성이의 공포영화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또한 정치적 견해가 다른 영화일 수도 있는 모양이다. 바로 오늘 개봉하는, 제주 4.3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지슬 끝나지 않는 세월2>은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만의 고유한 지역성을 띤 시각으로 이야기를 서술함으로써 정치적 소재가 가지고 있는 양날을 전부 무화시키고 있는 놀라운 영화이다.

이 영화의 오프닝이 시작하자마자 우리가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은 흑백의 색감과 풍부한 질감 속에서 표현된 굳게 닫힌 장지문이다. 이윽고 장지문이 열리며 카메라는 미끄러지듯이 집 안으로 들어가 먼지가 켜켜이 쌓인 마룻바닥에 나뒹구는 제기들과 무기질적인 인형처럼 가구 위에 아무렇게나 처박혀 있는 시체가 공존하는 다소 비현실적인 정경을 잡는다. 최근까지 나온 한국영화 중에서 화사로움을 전부 털어낸 이 흑백영화는 영화 <지슬>만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지슬>에는 탈락되어 있는 다양한 색채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는 관객들은 총천연색으로 표현되는, 더욱 현실감이 드는 세계를 결국 무의식적으로 찾아나서게 된다. 흑백으로 구성된 <지슬>은 자신 바깥으로 실제 같은 현실계를 구축함으로써 스스로를 더욱 비현실적인 세계로 밀어넣고 그곳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지슬>을 흑백으로 옮긴 기법은 영화의 신비로움과 비현실성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하게 치솟을 수 있는 감정을 조율한다. 영화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현실의 색들을 부여받았을 때 가상과 현실과의 거리는 수축되고 그 사건들은 영화에서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더욱 돌출되기 쉽다. 그리하여 색깔을 부여받았더라면 영화에서 발생하는 매 사건마다 강조되는 비극성으로 인해 찰나의 슬픔과 분노로 휘발되었을 감정들은 흑백의 필터를 통해 영화 안으로 수렴되어 마지막까지 시종일관되게 정서의 장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국가의 압제적인 폭력 앞에 일방적으로 희생당하는 제주사람들이 더욱 안타까워 보이는 덴 영화 군데군데 머리를 내밀고 있는, 천진난만하기까지 한 휴머니즘과 삶이 가지고 있는 절절한 감각들 덕분이다. 가지만 앙상한 나무 밑에서 벌거벗은 채 덜덜 떨고 있는 청년이 겪는 매서운 추위, 동굴 안으로 깊이 숨어들어 칡뿌리 하나를 아쉬워하고 작은 감자 하나에도 크게 기뻐하며 먹는 마을사람들의 배고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군인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좁은 동굴 안에서 매운 고추를 태우면서 거기서 나는 연기에 매운 눈물을 흘리는 마을사람의 통증은 영화관 안에서 모든 감각과 격리되어 있는 관객들을 엄습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빨갱이 하나도 못잡는다면서 온갖 가혹행위를 당하던 군인이 결국 이를 만회할 기회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총을 쏘지 못하고 내려놓는 장면, 그러면서도 자신이 사살하지 못한 여자가 사로잡혀 어떤 치욕스러운 일을 당하더라도 끝내 살아남는 게 좋다는 그의 말에서, 차마 일제강점기의 앙금이 채 가라앉지 않은 시점에서 갑작스러운 용서가 오고가는 움푹 패인 구덩이에서, 어떻게 생명을 함부로 죽이냐며 부상당한 군인을 죽이지 못하고 동굴로 데려와 같이 지내는 마을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극한의 휴머니즘은 그들에게 가혹하고 잔인할 따름인 비극의 땅에서 도리어 선명하게 피어나고 보는 이로 하여금 애틋하게 만든다.

영화 <지슬>에서 슬픔은 결코 눈앞에 과하게 전시되는 법이 없다.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집에 남겨놓고 피난 온 아들은 다시 그곳으로 되돌아가게 되지만 남겨진 것은 불타다 남은 집의 잔재들과 시신, 그리고 감자 몇 알뿐이다. 집의 불타고 남은 잔재들과 나뒹구는 감자들만을 하나하나 옆으로 천천히 훑는 카메라는 현장에서 중요하게 여겨질 수 있는 노모의 시신을 담길 거부한다. 대신 끊어질 듯하면서 끊어지지 않는 통곡소리가 어느새 멈추고 마을사람들이 피난한 동굴로 돌아와 노모의 소재를 묻는 이들에게 그저 침묵으로 일관한 채 구석에서 주저앉아버리는 아들과 노모의 시신 근처에 있었을 감자가 분명한 것들을 나누어먹는 마을사람들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비로소 그 비극이 본디 가지고 있었을 슬픔은 더디지만 더욱 강렬하게 그 사이를 메운다. 이 침묵은 <지슬>에서 일회성으로 그저 소모되지 않고 되풀이되어 활용된다. 남몰래 연모하던 소녀의 처참한 죽음을 목도한 청년은 아무에게 이를 말하지 못하고 슬픔을 내면에 꾹꾹 눌러 담다가도 이내 이겨내지 못하고 산등성이 위를 달려간다. 어둠 속에서 그 위를 달려가는 청년의 질주는 익스트림 롱쇼트로 포획된다. 그들이 달려가는 언덕의 등선은 어느새 나신을 드러낸 여자-청년이 연모하던 그 소녀의 시체일 가능성이 높다-의 신체로 화한다. 이 익스트림 롱쇼트는 가히 미하엘 하네케의 영화 <히든 Hidden, 2005>에서 그려낸 마지막 장면, 고아원에 가기 싫다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다 결국 어른들에게 끌려가고 마는 한 어린아이의 절망적인 발버둥이 인물이 점으로 보일 정도로 먼 거리에서 관찰되었던 것과 비견될 만하다. 비극성을 찾아내 클로즈업 기법으로 관객의 눈에 들이대지 않아도, 익스트림 롱쇼트의 아득히 먼 거리에서도 슬픔이 선명함을 유지한 채로 이 곳에 도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다시 한 번 현장에서 존재했을 슬픔의 농도와 크기를 미루어 짐작하게 되는 것이다.

 

 

학살이라는 단어로 압축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는, 민감하고 폭발력이 강한 소재를 가지고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지슬>은 그리 폭발적인 영화가 아니다. 비슷한 류의 사건을 다룬 <화려한 휴가, 2007>와 비교해보았을 때 <지슬>에서 슬픔의 정서는 극도로 정제되어 있어 예스러움마저 느껴진다. 이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흑백의 색료로만 처음부터 끝까지 표현된 영상 안에서 감정들의 숨이 점차 재워진 탓도 있고 이 영화가 이야기를 엮어내는 방식으로 제사를 지내는 형식을 차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의의 각 단계가 의미하는 바와 <지슬>의 이야기가 조응하면서 감정은 결코 단번에 격발되는 법이 없고 그저 긴 호흡을 유지하며 신위-신묘-음복-소지에 따라 조율될 뿐이다. 그 과정에서 중후반부에 속하는 음복과 소지는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관여하며 그 안에서 장악력을 충분하게 가지는 반면에 전반부인 신위와 신묘는 다소 간접적으로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국 영화 안에 제사를 지내는 형식을 불러들임으로써 <지슬>의 목적은 더욱 분명해진다. 이 영화는 과거의 어느 한 순간에 있었던 비극을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 관객에게 드러내고, 고발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의 움직임으로 그 비극의 현장을 더듬으며 그들을 위로하는 데 있다. 제주도 방언과 제주도만이 갖는 지역성을 온연하게 표현해낸 건 <지슬>의 탁월한 성과임에 틀림없다. 이전에도 방언이 한국영화에서 활용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 용례는 항상 <황산벌, 2003> 주위를 맴돌 뿐 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지슬>에서도 해학적인 수단으로 이따금씩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 <지슬>에서만큼은 표준어가 거할 곳은 자막이 위치한 영상 하단뿐으로 옥신각신하며 한바탕 만담이 펼쳐지든, 목전에 닥친 위험으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형세에서든 마을 사람들의 입에선 “~수꽝?”로 끝나는 토속적인 언어가 흘러다닌다. 여기서 중심소재로 다뤄지는 4.3사건만큼이나 중요한 키워드가 제주도라는 걸 생각해볼 때 제주도의 토속적인 언어가 <지슬>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에서 등장하고 인물들의 입 속에 오르내림으로써 이 영화가 갖는 뛰어난 향토성은 강화된다.

 

무엇보다도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면서 감자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인 지슬4.3사건에 밀착되어 무거리에 위치한 단어이다. 빨갱이를 잡지 못해 밥을 먹지 못하는 군인을 걱정하며 동료는 그에게 지슬을 건냈고 군인들에게 험한 꼴을 당한 순이를 위로하기 위해 박 일병이 가져간 것 또한 지슬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집에 홀로 두고 불편한 마음으로 피난길에 나서는 부부에게도 지슬은 귀찮아질 정도로 끈덕진 데가 있던 노모의 그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아니었던가. ‘음복의 장에서 지슬은 더할 나위 없이 가장 중요한 사물로 등장하기까지 한다. 노모를 모셔가기 위해 집으로 다시 돌아온 아들은 집의 잔해와 노모의 시신을 발견하고 망연자실하다가 그 주위에 나뒹구는 지슬들을 거둬 동굴로 돌아간다. 그리고 노모의 안부를 묻는 말엔 입을 굳게 다문 채 마을사람들과 지슬을 나눠먹는데 이는 그 사건이 속하는 음복파트-제사를 마치고 참석했던 사람들이 신에게 올렸던 술이나 제물을 나누어먹음-과 정확히 일치한다.

영화 <지슬>과 동일하게 제주도 4.3사건을 소재로 한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삼촌>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순이아지망은 죽어도 발쎼 죽을 사람이여. 밭을 에워사고 베락같이 총질해댔는디 그 아지망만 살 한점 안상하고 살아났으니 참으로 신통한 일이랐쥬.”

아매도 사격 직전에 기절해연 쓰러진 모양입니다. 깨난 보니 자기 우에 죽은 사람이 여럿이 포개져 덮연 있었댄 허는 걸 보민...그때 발쎼 그 아지망은 정신이 어긋나버린 거라 마씸.“하고 작은 당숙어른이 말을 받았다.

해필 그 밭이 순이아지망네 밭이었으니.” “그 밭이서 죽은 사름들이 몽창몽창 썩어 거름되연 이듬해엔 감저농사는 참 잘되어서. 감저가 목침덩어리만씩 큼직큼직해시니까.”

그핸 숭년이라, 보릿겨범벅 먹던 때랐지만 그 아지망네 밭에서 난 감저는 사름 죽은 밭엣 거라고 사름들이 사먹질 안했쥬.”

그 잔인했던 시절 이후로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가 더 이상 목침만한 감저와 지슬은 나오지 않지만 매 해마다 때가 돌아오면 감저와 지슬 역시 성근 알맹이를 계속 맺는다. 비록 그때처럼 갓 갈아나온 것 마냥 선명하고 날카로운 날이 있어 한밤중에 소스라쳐 놀라 일어날 정도는 아니지만, 아직도 제주도의 땅과 동굴, 그리고 사람들은 그 사건을 삭이지 못하고 가슴에 품고 있다. 소설 <순이삼촌>의 감저와 영화 <지슬>의 지슬이 가리키는 대상이 서로 다르면 그게 또 어떻단 말인가, 무고한 사람들이 그곳에서 억울하게 죽은 이래로 똑같이 그 땅에서 자라나고 크는 것들인데. 동일한 사건에 대한 아픈 기억들을 분유하고 있어 결국 4.3사건의 비극을 압축적으로 물화한 것이라는 점에서 감저와 지슬은 동일하다.

다만 <순이삼촌>에서 비록 흉년이라 먹을 것이 없어 주린 배를 움켜잡아가면서도 한사코 사람들은 큼지막한 감저를 보기만 하고 사먹지 않았다. 그 풍성하게 성근 감저는 시체를 거름삼아 자란 것들이라 이를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4.3사건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대면하고 견뎌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사먹는 건 더욱 지난한 일이었음이 분명하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 있는, <지슬>에서 아들이 군인들에 의해 처참하게 죽은 노모의 시신 근처에 나뒹굴고 있었던 감자들을 가져와 마을 사람들과 나눠먹음으로써 음복의 예를 취한 부분의 이야기와 대조되는 일이기도 하다. <지슬>의 감독 오멸이 신묘-신위-음복-소지의 형식을 갖춰가면서 4.3사건을 직시한 이유도 분명, 특히 음복을 통해서 비극성의 총체인 지슬(또는 감저)를 마주하기를 더 이상 회피하지 않고 제의형식를 차용하여 사실상 그 앞에 제사를 지냄으로써 이를 극복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노모를 잃은 아들이 지슬을 가져가 모두와 나눠먹음으로써 그 비극을 견뎌내었던 것처럼 감독은 <지슬>을 통해 그날의 기억을 제주사람들과 자신의 영화를 보는 관객과 나누길 희망했을 것이다.

이제 영화 <지슬>이 자신 안에 갈무리한 아픈 기억들을 모든 사람과 나누기 위해 찾아온다. 이를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제주만의 토속적인 언어와, 그 사건에서만큼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뛰어난 이해도와 성취동기를 가진 제주사람들을 배우로 하고 제주의 풍광을 병풍 삼아 진혼제를 올리기 위해 반드시 올 것이다, <지슬>.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MECO



얼마 전 딴지일보에서 필독이란 필자가 고은태 씨의 성희롱 사건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SM에 관한 글을 싸질렀다. ‘싸질렀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글이 이 따위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은태의 고독한 커밍아웃’이란 제호 하에 뭔가 길게 써놓긴 했는데, 피해자 이름으로 사건을 호명하는 등 (지금은 수정되었다) 기술적인 난감함부터 시작하여, 난-잘-모르지만-에세머가-보면-기분-나쁠-것-같은 소리들을 꽤 많이 해두었다.


아 이거, 좀 문제가 되겠다 싶어서 글을 시작하긴 했는데, 공사가 다망하여 며칠을 미루다 보니 레디앙에 이런 글이 나와 버렸다. 애초에 나는 SMer가 아니다 보니 에둘러서 설명할 수밖에 없는 것을 당사자의 입으로 들을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글 쓸 필요 없겠네, 블로그에 글 올려야 하는데 어이쿠 아쉬워라, 하고 읽어 내려가다가 마지막 줄을 보았다. 그리고 여전히 내가 말할 지점이 있다는 걸 느꼈다.



“PS. 마지막으로, 고은태는 고독하게 커밍아웃한 거 아니다. 아웃팅 당한 거다. 그 차이는 아시는지?”


- 딴지일보가 SM을 알아? (누구야)



트위터에서 이 사건에 관한 논의는 두 방향으로 진행되었는데, 하나는 성희롱을 사회적으로 비판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몰이해와 불합리한 대응에 관한 비판이었다. 이 사건에 관한 높은 관심으로 인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피해자에게 추가적인 피해를 불러왔고, 성폭력을 단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이미 감당한 것보다 더 큰 피해를 보는 것을 어떻게 방지하는가에 대하여, 기존의 논의와 이어지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다른 하나가 바로, 필독의 글과 같이 SM에 관한 것이었다. 나름 트위터 세계의 유명인이었던 고은태라는 인물이, 소위 ‘변태성향’으로 알려져 있는 SMer라는 사실의 센세이셔널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필독과 딴지는 이 사건에서 굳이 SM을 다루는 자신들의 못된 관음증을 합리화하기 위해 고은태가 SMer로 커밍아웃 하였다는 프레임을 짰다. 그 의도는 괘씸하지만, SM이 성희롱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고 하여 누군가가 이에 영감을 받아 SM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막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생각의 흐름을 막을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그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지 못했다면 비판의 대상이 될 뿐이다.


퀴어 운동단체였던 Queer Nation이 벽장 속에 머물러 있는 게이 유명인들을 ‘out’ 시키고, 타임지가 이는 자기 성별정체성과 성적 지향의 긍정인 ‘comingout (of the closet)’이 아니라 ‘outing’에 가깝다고 규정한 이후 “커밍아웃은 장려해야 할 좋은 일, 아웃팅은 범죄”는 일종의 공식이 되었다. 필독이 굳이 따지자면 아웃팅에 가까운, 고은태의 성적 취향이 드러난 사건을 ‘커밍아웃’이라고 포장한 것은 성소수자 사회 일반에서 중요한 이들 개념에 대한 몰이해와, 그 이전에 이해할 마음도 없으며 복잡다기한 맥락을 임의적으로 삭제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몰지각함은 이 글 전반에 매우 잘 드러나 있다.


논술 수업에서 선생들은 잘 쓴 글보다 ‘전형적으로’ 못 쓴 글이 나왔을 때 환영하고 좋아한다. 필독의 글은 SMer에 대한 몰지각함을 드러내기도 하였지만, 성소수자에 관한 논의를 진행할 때 전형적으로 일어나는 실수를 참으로 차근차근히 저지른 글이다. 레디앙 기고로 이미 충분히 무지함이 드러난 글이지만, 아니 그러므로 적절한 수준에서 동성애와의 유비추론[각주:1]을 통해 이 글이, 그리고 우리가 흔히들 저지르고 있는 잘못을 다시 한 번 짚어 보자.




우선 짚어보자. "이쪽 바닥 사람들의 성적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필독의 뇌까림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당신이 성소수자라는 점 또한 당신을 항상 성적 자유주의를 실천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주변의 남자에게 내가 게이라고 말하면 그는 순간 본능적으로 나와의 스킨십을 꺼리게 되고, 오묘한 사적 거리를 유지하게 되더라. 설령 나에게 애인이 있더라도 마치 당장 당신을 덮칠 수 있다는 듯이.

물론 나의 스탠다드한 대응은 "넌 남자라도 안 되거든!"이지만, 게이라는 사실만 말했을 뿐인데 본능적으로 나와 당신의 성적 긴장 가능성에 생각이 미치는 그 기민함은 짜증나지 않을 수 없다. 게이 남성이 성적 지향을 커밍아웃하는 이유가 당신을 성애적 의미로 좋아하기 때문만은 아닌데도 말이다. 섹슈얼리티는 많은 것을 결정하고, 의외로 이야기하지 못하면 답답하다.


시작부터 빈정 상하는 부분에 맞닥뜨린 당신이 더 읽어 내려가면서 마주하는 광경은 가관이다. '때리면서 하악하악, 맞으면서 하악하악' 같은 설명이 얼마나 SMer들의 감성에 부합하는 설명인진 모르겠지만, 섹슈얼리티를 설명할 때 간단하고 '친근한' 어휘를 사용한답시고 복잡한 맥락과 역사적 기호를 생략하고 왜곡하는 경우는 결코 적지 않다.


가령 트랜스 여성(MTF)을 설명하며, '머리는 여잔데 몸은 남자인 거야'와 같은 설명을 한다면 이는 그들이 스스로를 인지하는 방식에 대한 중대한 왜곡일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이 글을 참조하기로 하자) 이러한 왜곡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가끔은 전투와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대개 오독의 상태 그대로 넘어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넘어간다는 사실이 문제가 없다는 점을 방증하진 않지만.


시작하면서는 SMer의 일반화를 통해 이들이 얼마나 '다른지'를 이야기하던 필독은, 갑자기 전략을 선회하여 이들 또한 다를 게 없는 동등한 사람임을 강조한다. "에세머들은, 그 용어가 가리키는 취향의 특이성으로는, 욕 먹을 이유가 일절 없는 사람들이다."라고 그는 말한다.


이러한 모순적인 내용의 나열은 성소수자를 설명하는 전략에도 상존한다. 아마도 한 사람이 설명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설명방식의 총의가 이러한 혼돈을 불러온 것일 터. 하지만 확실히 게이들 또한 피부 미용에 신경 많이 쓰는 그루밍 한 예쁜 남자 인간이다가도 갑자기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일 뿐, 다른 것은 전혀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 덧붙는다.


우리 모두는 같으면서 다르지만, 그 중 무엇을 기준으로 같고 다름을 판정할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이다. 성소수자의 성적 실현 방식을 제외한 나머지 요소가 우리 모두와 과히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는 입장은 결국 국가적 테두리 안에서 이들의 보편적 인권을 주장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굳이 욕 먹을 이유가 없다'는 건 이의 러프한 표현일 것이다.


그럼에도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왜 그 다른 점이 차별의 근거가 되어선 안 되는지를 설명하는 것에 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같으면서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적으로 조심스럽게 고려하여 서술할 문제이지, 필독의 사례에서처럼 자기 편한 대로 한 글 안에서 이랬다 저랬다 해도 될 내용이 아닌 듯하다.


아무튼 성폭력이 문제이지, 그 성적 실천의 방식이 문제가 아니란 점을 설명하는 딴지식-방식은 잘 보았다. 저걸 저렇게도 설명할 수 있구나. 흠... 청바지... 생머리...




이와 같은 연습게임들을 거쳐, 필독은 마침내 본격적으로 논쟁적이라 할 부분으로 진입한다. 이 부분은 좀 중요하니 원문을 좀 보기로 하자.



타인의 취향을 좋아해 줄 필요는 없다. 따뜻한 시선을 보내줄 필요도 없다. 걍 늬덜은 그렇게 살라는 의미로다가 인정하기만 하면 된다. 똘레랑스라는 게 어차피 ‘인내’잖냐. 고종석의 말이 맞다.


- 난 DS라는 거 역겹지만, 둘이 합의하고 하는 거면 누가 뭐라 그럴 수 있나.


- [타인의 취향] 고은태의 고독한 커밍아웃 (필독)



맞긴 뭐가 맞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인정하거나 지지할 필요 없이 그저 참아줄 수만 있으면 된다는 태도는 충분할까? 성소수자에 대한 이러한, PC하다는 단어로 포섭할 수 있을 태도는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무언가를 참아줄 수 있으려면, 일단 그것이 존재해야 한다. 지지는 몰라도,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참아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어떠한 성적 취향/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역겹다. 그렇지만 합의 하에 있는 일이라면 뭐라고 할 수 없다.

라는 문장과 같이 보자. 어차피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합의 하에 서로 좋아서 하는 어떤 일도 막을 수 없다는 자유주의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면, 앞의 문장을 굳이 명시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적었다는 사실 자체에 화자의 태도가 드러나 있다. 이러한 문장은, 성적 실현에 대해 쓰였을 때 기묘한 효과를 가져온다. 바로 해당 성적 취향/지향/정체성을 행위의 문제로 치환한다는 점이다. 두 사람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합의하고 하는 ‘동성애 행위’, ‘SM 행위’에 무어라 할 마음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말을 하는 사람은 둘 이상의 사람이 합의한 해당 행위가 아닌, 예컨대 ‘동성애자’ ‘SMer’와 같은, 사람들의 존재 양식에 대해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일까? 그 태도는 과연 필독이 말하는 바와 같이 ‘똘레랑스’일까? (아, 참고로 똘레랑스는 인내가 아니라 ‘관용’이다.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당신은 히로히토인가?) 그리고 성소수자들이 주장하는 차별 없는 사회란, 당연히 내가 하는 섹스에 대한 지탄 없는 사회라기보단 내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 사회이다.

필독은 성소수자들이 원하는 사회 형태를 자기 맘대로 재단해가면서, 오히려 이에 대한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대하고 있다.


에세머들한텐 그냥 이 태도면 된다. 더 이상 바라지도 않고. 아, 가학/지배 - 피학/복종 성향인 게 무슨 특권 유전자를 가진 양 착각하는 에세머들도 있다. 그리고 BDSM을 종교나 철학처럼 추상적으로 떠 받드는 그룹도 있다. 즉 자기애(愛)가 적정선을 넘은 나머지 에셈 취향과 일반적 취향을 동등하게 보는 게 아니라 아예 에셈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건데...

- 위의 글, 이어서


SMer 중 '특권 유전자를 가진 양 착각하는 에세머'로 표현된 이들의 주장이 어떠한 것인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분명 내가 아는 성소수자들 중에서도 자신의 성적 실현에 대한 자긍심을 품고 살아가는 '게이 프라이드'를 적극 권하는 사람이나, 혹은 남성-여성의 성차와 레즈비언의 소수자성을 민감하게 통찰한 (정치적) 레즈비어니스트도 있다. 혹은 시스젠더-이성애자[각주:2]인 당신 또한 어떤 의미에선 퀴어할 수 있다는 퀴어 이론가들이 있다. 이들은 필독의 기준에서는 '퀴어함을 종교나 철학처럼 추상적으로 떠 받'든다고 표현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자기애가 아예 개입되지 않았을 수는 없겠지만, 자기애는 그 정도로 말살되어야 할까? 앞의 사례들은 오히려, 자기애의 왜곡된 발현이라기보단 억압적 사회에서의 방어기제와 생존전략일 때도 있고, 치밀한 논리적 사고의 결과인 경우도 있었다. SM세계의 ‘그룹’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나 이 또한 주장되는 맥락의 탈각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설령 삐뚫어진 자기애일지라도, 우린 그러한 주장에서 이런 맥락을 읽어내야 한다. 지금의 사회는 충분히 성소수자 친화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성소수자에게 어떠한 병리적인 현상이 발생한다면 이는 충분히 그 개인 이상으로, 우리에게 함의를 가진다.



그리고, 마침내 아웃팅에 관하여. 가장 고약한 부분이 이 부분이었다. 역시나 별 재미는 없지만 조금만 필독의 글을 보도록 하자.


에세머임이 드러난 고은태씨. 커밍아웃을 (당)하는 방식 중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케이스이지만, 에세머들은 이럴 때 무척 재미있어한다. 사실 에세머가 바닐라(일반적인 성적 취향자를 이렇게 부른다.)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적절한 비유일진 모르지만... ‘필독미남조’라는 어떤 새가 국내에 자생하는 걸 뻔히 알고 있던 조류학자가 있다고 치자. 이 학자는 모종의 이유로 필독미남조를 세상에 알리지 않고 있다. 그러다가 이게 최초로 발견되었다고 세상이 떠들썩해지고 방송팀이 출동하고 리포터가 상기된 목소리로 보도하는 걸 보고 있으면 꽤 흥미롭지 않겠는가. 느긋한 구경거리랄까, 여유와 결합된 묘한 즐거움이 느껴지는 거다.

물론 에세머들은 ‘바닐라’들이 자신들의 취향을 얼마나 역겨워하는지 익히 알기에, 고은태처럼 아닌 밤중에 커밍아웃으로 워프한 이가 인간쓰레기로 매장되는 모습을 봐도 별 감정 없다. 슬프거나 비참한 건 어불성설이고, 안쓰럽긴 하지만 어쩐지 재밌기도 하다. 다 안다, 에세머 니네 이 사건 보면서 속으로 한 번 쯤은 웃는 거.


- 위의 글


커밍아웃을 당한다는 묘사는 ACT UP에서 분화된 과격 퀴어 운동 단체인 Queer Nation이 아웃팅 운동을 수행하였던 시대, 즉 아직 커밍아웃과 아웃팅의 개념이 미분화되었던 시기라면 모를까 지금은 이미 적절하지 않은 어휘 사용이다. 여러 차례 설명된 바와 같이 고은태가 당하였다고 필독이 주장하고 싶은 것은 아웃팅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한 번 짚어보자. 고은태가 당한 것은 아웃팅일까? 그리고 그것은 전세계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그러하듯 비난받고 재발해서는 안 될 일일까? 커밍아웃과 아웃팅은 모두, 숨기고 있는 사실이 있음으로서 발생하는 상황이다. 과연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통해 보건대 고은태는 확고한 SMer로의 정체성을 가진 멜돔이라 할 수 있을까?

많은 정황이 고은태가 자신의 SMer로의 정체성을 확립한 멜돔과는 달리 상대를 찾고, 그 상대에게 의사를 타진하는 데에 미숙하였음을 보여준다. 이는 고은태가 평소 DS 경험이 일천한 돔이라는 걸 뜻할 수도 있고, 아니면 포르노그라피 등을 통해 발현된 호기심을 주변의 여성에게 시험해본 성폭력범이라는 사실을 뜻할 수도 있다. 그 중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운지는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누군가의 비밀을 폭로하는 것을 아웃팅이라고 최광의로 정의한다 할지라도, 그 비밀을 확증할 수 없는 상태로 두는 것이 아웃팅이 될 수 있을까? 피해자의 고발은 ‘고은태는 SMer이다’와 같은 형태가 아니라, ‘고은태는 나에게 이러저러한 행위를 강요했다’의 형태였다. 이는 적어도 고은태의 SM 취향에 대한 확증 있는 폭로는 아닌 셈이다. 그 실례로, 이번 사건 관련하여 보도된 자료를 부모님께 보여드렸을 때 가장 먼저 나온 반응은 무엇이었을까? “그 교수 참, 야한 동영상 많이 봤나 보구만.”



그리고 설령 아웃팅이라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연락하겠다는 등의 뻘소리를 작렬한 고은태를 제재하는 방법 중 이와 같은 폭로의 순기능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면, 역시나 아웃팅이 합리화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성폭력의 해결에 폭로라는 방법이 ‘적절’하다는 가정 하의 이야기지만, 성적 실현의 방법으로 나를 부르는 것이 멸칭이 될 수 없다면 아웃팅이 그토록 막아야 할 최악의 사태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실상 내 생활에 많은 불편을 불러오는 이상, 커밍아웃의 기반을 닦을 때까진 없었으면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애초에 커밍아웃과 아웃팅이 이 글에 등장해야 할 이유를 별로 찾진 못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웃팅을 당한 성소수자를 보고 같은 성향의 사람들이 비웃을 수 있다는 서술은 사실을 잘 모르거나, 악의적으로 왜곡하거나 둘 중 하나에 해당한다. ‘필독멍청미남조’의 존재를 알던 조류학자는 그 새가 아니다. 새들이 생각할 수 있다면 이제 자기 서식지가 짓밟히지나 않을까 걱정할 것이고, 발견되어 포획된 새의 안위를 걱정할 것이다.

필독은 글을 통해서 자신이 SM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잘 모르는 부외자이거나, 아니면 그 분위기를 나쁜 쪽으로 왜곡하여 SMer에 대한 어떤 이미지를 형성할 의도가 있었다는 것 중 적어도 하나를 ‘커밍아웃’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본인의 주장을 본인에게 적용해보진 않은 모양이다. 필독은 본인 의사에 반해 성적 실현 방법이 폭로된 사람을 보며 비열한 즐거움을 느끼나 보다. 우린 보통 이러한 사람들을 공감능력이 결여된 소시오패스 같다고 부른다.

물론 자기 자신의 성격적 결함을 소속 준거집단의 특성으로 뒤집어씌울 수 있을 정도로 집단을 의식하는 걸로 보아 필독은 소시오패스는 아닌 것 같지만, 적어도 SMer와 철천지 원수 사이인 가보다. 이젠 진실이 좀 궁금해질 지경이다.



그 외 본인도 SMer라면서, 그리고 이 상황을 아웃팅에 준하는 상황으로 파악하였으면서도 굳이 고은태의 잘 나온 사진 한 장을 떡하니 박아 놓은 점 등을 보면 다시 필독은 SM 커뮤니티와 어떤 사이일까 궁금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점에 특별히 관심이 더 가진 않는다. 모든 성소수자가 자신의 소속 커뮤니티에 대해,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합리적이고 온정적인 관점을 가지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필독의 글에서 계속적으로 드러나는 그림자-감성, 혹은 시스젠더-이성애자들로 이루어진 정상 사회가 존재하고 성소수자들의 사회를 그 하층에 있는 게토로 파악하는 관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사실 좀 신기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 달리는 장군님왕부치 언니, 퀴어 이론가 주디스 버틀러가 젠더는 패러디인데, 그리하여 동성애가 모방한 것처럼 보이는 이성애에 여러 원본-복사본에 관한 철학 이론을 도입하였을 때 사실상 이성애 또한 하나의 복사본일 뿐임을 설명해내고서 이런 관점은 심지어 이성애자 먹물들 사이에서도 설 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버틀러를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자신을 말로써 설명할 필요를 느낀 어떤 성소수자가 저런 관점을 여전히 택하고 있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닌 말로, 지금 이게 쌍팔년도 이태원 주말 새벽 두 시 말싸움도 아니고 말이다. 아니다, 그것도 이 따위 글보단 수준 높았을 것 같다.



필독과 딴지가 커밍아웃이란 이름으로 유사-아웃팅을 호명하고, 심지어 아웃팅도 아니고 커밍아웃도 아닌 것을 굳이 그리 포장해가며, 굳이 SM에 관한 자신의 왜곡된 관념을 자극적 필치로 다루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는 이 글을 다 쓴 지금도 모르겠다. 아니 정말로 모르겠다.

항상 그렇지만 나 또한 짚지 못한 맥락과 오독에 관한 지적은 항상 환영한다. Homo Surplus는 딴지와 같이 지적 DS(intellectual DS)를 즐기진 않기 때문이다.


  1. 이는 커밍아웃과 아웃팅이라는 기표에서 시작한,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글이 될 것이지만 SM에 관한 글이기도 하다. 섹슈얼리티의 범위를 획정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유비추론은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 ‘SMer는 성소수자인가’라는 질문에 내가 감히 결론을 내릴 수야 없을 것이다. 게일 러빈이 이미 80년대 초에 제기한, 페미니즘이 탐지하는 성차와 억압의 근원은 무엇인가, 그리고 섹슈얼리티로부터 시작한 독립된 사유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가에 관한 질문은 이미 SM의 성소수자성과 같은 문제는 초월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에겐 의문이 있고, 답이 필요하다면 그 출발점을 표지하기 위한 자그마한 시도로 우선 논의를 연다. [본문으로]
  2. 시스젠더=트랜스가 아닌, 그리고 이성애자. 트랜스-이성애자, 트랜스-동성애자 등의 조합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점에 우리의 상상력을 발휘해보도록 하자. [본문으로]
Posted by MECO


안녕하세요 te verde입니다. 한 동안 얼굴뵙기 어려웠죠? 다 제가 게을러섭니다. (당연한걸...)

 우리 멤버들의 반 수 이상이 (MECO, 야생형, te verde) 부농인 것을 기념하여, 실은 그냥 제가 제 애인에게 만든 선물을 포스팅에 써먹고자, 발렌타인 특별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발렌타인데이날 저는 애인에게 파베초콜릿 (생초콜릿), 브라우니, 초코칩쿠키를 만들었는데요, 귀찮아서 하나씩 나눠서 포스팅 할게요. '파베초콜릿과 초코칩쿠키, 브라우니 모두 인터넷에 레시피가 범람하고 있는 현실에 이게 무슨 필요입니까' 라는 질문은 조까. 그냥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거라니까요.  

<이런거요 이런거>

 자 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당. 오늘의 노동요는 허각&지아의 'I need you' 


파베초콜릿 (생초콜릿)- 사전준비

  얘는 과정만 놓고보면 무지무지 쉽습니다. 중간에 함정이 있긴 하지만...(?!)


식재료

- 커버춰 초콜릿 (벨코라도, 깔라바우트 등등) 400g 

- 생크림 (우유제형) 200ml

- 깔루아 2T (럼주 등등 과일향 종류의 리큐르면 괜찮습니다. 생략가능)

- 코코아파우더, 녹차파우더, 슈가파우더 조금씩

제과도구

- 생크림과 초콜릿을 중탕할 수 있는 기구

- 냉장고(...)

- 가로세로 20cm 정도의 틀

- 알루미늄 호일

- 유산지

<계량컵, 계량스푼 등등이 자취방에 왜 있는지 물으시면 묻지마>

 커버춰 초콜릿은 완전 싸구려만 아니면 어떤것이든지 괜찮습니다. 단 코팅된 초콜릿은 안되요. 

 인터넷에 떠도는 여러 레시피의 경우 버터나 물엿을 첨가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버터나 물엿을 첨가하는 이유는 초콜릿을 굳힐 때 생크림만 넣어서는 잘 굳지 않아서입니다. 그러나 냉동실에 잘 얼리면(...) 되는데다가 생크림이랑 초콜릿만 넣었을때가 혀 안에서 가장 부드럽게 녹으니 저는 생크림만 넣겠습니다.

 제과 재료들은 을지로 4가 근처에 있는 방산시장에서 구입가능합니다. 그러나 제과도구가 모두 있는 상태에서 대량으로(10만원 이상) 구매할 것이 아니라면 그냥 홈플X스나 이마X같은 대형마트 온라인 페이지에서 구매하는것도 괜찮습니다. 방산시장이 저렴하긴 하지만 시장까지 오가는 차비 + 시간을 고려하면 그냥 집까지 배달시키는게 더 싸게 먹힐수도 있으니까요. 이제 조리단계로 넘어가 볼까요.

2. 초콜릿과 생크림 중탕

 그렇죠, 초콜릿을 녹여야 합니다. 그러나 초콜렛은 직화에 녹이면 타요(...) 반드시 냄비에 물을 붓고 그 위에 스탠 등의 재질로 된 그릇을 얹은 후 거기다가 녹여주세요. 중불정도에 슬슬 녹이면 됩니다. 꾸준히 후덕후덕 저어주면 잘 녹아요.

 동시에 생크림도 중탕을 해주셔야 합니다. 초콜릿부터 녹이고 나서 생크림 온도 올리느라 초콜릿의 온도가 너무 내려가면 섞을 때 두개가 분리가 됨(...) 생크림의 경우 그냥 냄비에 넣고 가장자리가 끓어오를 때 쯤 불을 끄고 살짝 직힌 후 사용해도 됩니다.

 그러나 전 애인에게 줄 음식에 정성을 사리지 않(...) 기 때문에, 이것도 중탕했슴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 그냥 새끼 손가락 살짝 찍어서 따끈따끈한 정도까지 중탕하시면 됩니다. 생크림 가열하는 불은 중불정도면 됩니다. 중탕냄비가 크면 강불로!

 초콜릿과 생크림의 비율은 2:1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그 이상 생크림의 비율이 넘어가면 실온에서 완성된 초콜릿의 상태를 장담할 수 음슴..

주의 : 절대로 초콜렛과 생크림 모두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합니다.

<자취생 주제에 오만가지 다 해쳐먹고.. 그러니까 살림이 거덜나는거야>

3.초콜릿과 생크림 섞기

 직접 끓였다면 생크림을 한김 식힌뒤 (너무 뜨거워도 초콜릿과 분리됩니다), 중탕하셨다면 바로, 초콜릿이 녹아있는 볼에다가 생크림을 부어주시고, 준비한 깔루아나 럼주를 2T (1T는 15ml) 부어주고서 쉐킷쉐킷.

 처음에는  '아 ㅅㅂ 이거 안섞이는거 같은데? 재료비 어쩔 ㅈ망 ㅠㅠㅠㅠ' 이런 상태로 보이지만 계속 저어주다보면 광택이 자르르 흐르는 모습으로 섞이게 됩니다. (실은 저도 처음에 안섞이는 줄 알고 식겁해서 사진 찍을 새도 없이 열심히 실리콘주걱으로 저어주느라 막 부은 상태의 사진이 없슴)

<이게 대충 70%쯤 섞인 모습입니다. 처음엔 안섞이는줄 알고 완전 쫄음...>

4. 틀에 붓고 냉장고 ㄱㄱ

 중탕을 시작하기 전에 초콜릿을 부어줄 틀을 만들어놔야 하는데요. 나중에 꺼내서 자르기 좋게 바닥과 옆면에 유산지를 끼워주세요. 전 평소에 사용하던 브라우니 틀에다가 부었지만 없으신 분들은 그냥 락앤X 이나 아무 네모박스에다가 유산지 깔고 부어도 됩니다. 유산지는 그 왜 슈퍼나 마트가면 종이호일이라고 파는 그것입니다. 아아 이 저렴한 설명 보소...

<윤기가 자르르르>

<냉장고 잡내가 안들어가도록 쿠킹호일(알루미늄 호일)로 덮어주세요>

 이제 이 녀석을 냉장고에 넣고 굳혀주면 되는데...

 아무생각 없이 냉장실에 한 시간 반동안 넣고 굳혔으나 냉장고에서 꺼내서 빵칼로 썰려고 보니까....

<안 굳었쪙>

 인절미 반죽처럼 흐믈거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매토끼처럼 실패 흔적의 현장을 남기지 않는 사람이라서 사진은 찍지 않았습니다. (실은 당시에 패닉이라서 찍을 겨를이 없었음...)

 그래서 냉동실에 넣고 한 시간가량  추가로 얼려줬습니다. 여러분.. 생크림만 넣은 아이는 꼭 냉동실로 보내주세요. 냉장실에서는 연성이 안되 (또르르...)

5. 썰어서 각종 가루에다가 비비긔

 드디어 다 굳음 ㅠㅠㅠㅠ 각자 선물할, 혹은 자르고 싶은대로 칼로 자르세요. 전 제과하는 남자라서 자취방에 제과용 칼이 있음 캴갸략캴갸럌략캴걀캭랴갸 (...죄송합니다.) 물기없는 칼을 가스불에 한두번 쉭쉭 뎁혀주면 더 잘 잘려요.

 저는 가로세로 2cm 정도로 잘랐긔.

<아래부분 긴 것은 냉장실에 넣었다가 잘라서 실패한 흔적.... 또르르>

 이제 이것들을 코코아파우더, 녹차파우더, 슈가 파우더 등등에 비벼주면 되는데요, 손으로 집으면 녹아흐르니 반드시 젓가락으로 집어서 굴려주시긔. 비닐봉지에 파우더를 넣고 초콜릿들을 넣은 후, 쉐킷쉐킷 해도 괜찮아요.

<코코아파우더, 슈가파우더, 녹차파우더. 애인님은 녹차파우더에 불만을 표시하심... 내가 녹찬데 흑흑.. 내가 낸데..>

<요렇게 굴려주면 됩니다>

6. 포장

 방산시장가서 준비한 30구(훗.... 30구다 보고있냐 애인!! 아 아닙니다...) 짜리 선물케이스에 가지런히 담고 유산지 맞춰서 잘라 덮은 후 뚜껑 닫으면 파베초콜릿 끝!

<이거 다 먹는데 몇 분 걸렸으려나..>

<만드는덴 반나절 걸렸당께...>

<유산지 덮고>

<뙇>


그럼 여러분 모두 즐거운 발렌타인데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해피 발렌타인!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셋은 언제나 불안정한 숫자이다. 둘로 나누었을 때 그 꼬리에 나머지를 달고 다니거나 대충 타협을 봐서 15라는 숫자 사이에 있는 좁은 틈을 기어이 비집고 들어오는 소수점을 견뎌내야 한다. 둘과 하나 또는 하나와 둘. 좀처럼 가시지 않는 비균질적인 덩어리들. 셋이 가지고 있는 찝찝함은 이보다 얼마든지 분명해질 수 있다. 서로에 대해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일대일 관계만을 뜻하게 된 연애와 사랑의 의미, 서사구조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선과 악의 대립, 남자와 여자, 테이블에 놓인 마주보는 의자 두 개로 대표되는, 두 사람에 최적화된 삶의 공간들 등의 조합은 우리가 어느새 2에 포위된 채로 살고 있다는 현실을 일깨워 줄 뿐이다. 둘로만 견고하게 조립되어 있는 세계 속에서 셋은 그저 둘이 직조하는 무게균형을 방해하는 존재일 뿐이지만 이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에너지가 둘을 능가하는 강력함을 가질 시기가 오기도 한다.

 

 

양아체 감독, 계륜미 주연의 <여친남친 Gf*Bf> (2012)은 그 어느 영화보다도 3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그 안에 녹여낸 영화이다. 이 영화가 품고 있는 복잡성은 셋에서 기인한다. 영화 <여친남친>의 외부액자에 해당하는 현재시점에서 리암은 그를 아빠라고 부르는 두 딸과 함께 셋이서 살아가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로 구성되는 사회의 정상가족이 아닌 3명으로 구성된 가족들. 두 딸이 학교에서 복장과 관련해서 시위를 일으킨 뒤 학교와 경찰을 내세운 사회가 가정환경과 집안문제를 지적하는 그 손가락 끝에는 그 불안정한 조합이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리암은 공식서류로는 그들의 오빠로 기재되어 있지만 스스로 그들의 아빠라는 사실을 부인하지도 않는 기묘한 위치에 있다. 그는 두 딸이, 그리고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자신의 가정이 비정상이고 문제적이라는 지적을 거부하며 기억을 저 아래로부터 길어올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영화 <여친남친>은 전반부부터 셋에서 또 다른 셋으로 선을 그어나간다.

2012년의 세 점으로부터 뻗어나간 선은 1980년대 중반의 세 점으로 내려간다. 대만이 40여 년 동안 군사계엄에 기초하여 사회의 국민당화를 강력하게 시도했던 그 시대의 가운데서 반짝이는 학창시절을 보내는 세 남녀, 리암과 아론, 메이바오가 바로 그 점들이었다. 메이바오는 리암을, 리암은 아론을, 아론은 메이바오를. 세 점은 제각기 다른 한 점과 연결되기 위해 수없이 선을 긋고 있었다. 서로의 빈 곳을 채우는 완벽한 단짝처럼 보였던 메이바오와 리암의 관계가 메이바오는 내 여자친구가 아니야.”라는 말로 그 비어있는 곳이 드러나면서 셋 사이의 기묘한 삼각관계가 맞물려 돌기 시작한다. 서로 다른 개인적 욕망들이 갈등을 일으키고 때로는 팽팽한 긴장감을 빚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사이를 가득 메우고 있던 풋풋하고 밀도 높은 청춘의 에너지는 이를 땜질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하지만 서로가 원하는 대로 욕망이 충족되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이러한 땜질은 일시적이다. 메이바오가 리암을 간절히 원하지만 리암이 동성애자이고 그의 마음이 아론만을 바라보고 있는 이상, 리암이 아론을 그렇게 사랑하고 있지만 아론의 마음은 이미 메이바오에게 가 있는 한 그들의 이야기는 밝게 명멸하던 과거를 바라기하다가 점차 시들어가는 성년으로 끝나게 될 운명을 피할 수 없는 비극성을 내포하고 있다.

연결되어 직선이 된 두 점과 이에 포함되지 못한 한 점의 관계를 양 감독은 다양한 미장센을 통해 그들의 거리감을 강조함으로서 가시화시킨다. 메이바오는 계곡에서 짖궂은 장난으로 아론을 떼어버리고 리암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지만 리암은 이를 부담스러워 하며 밀어낸다. 리암이 떠나고 화면에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메이바오를 근거리에서 잡은 다음 다시 롱쇼트로 제시하는 방식은 메이바오와 리암의 심리적 거리를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체험시킨다. 또한 타이페이로 발령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하며 메이바오가 연인 아론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그 뒤로 지나가는 리암은 마치 생명이 없는 정물처럼 화면에서 배치, 처리된다. 카메라가 메이바오와 아론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 앞으로 당김으로써 후경에 있던 리암은 그 형체를 잃고 마치 처음부터 그 공간에 없었던 것처럼 무화된다. 미처 그 둘에 연결되지 못한 하나가 불청객으로서 이질감을 조성하고 있는 장면은 영화 <여친남친> 내내 수없이 반복되는 것 중 하나이다. 아무도 없는 교내에서 아론이 메이바오에게 고백을 하고 꼭 껴안는 그 순간에도 리암은 멀리 떨어져 있는 저 건너편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다. 또는 술자리에서 만취한 채로 리암에게 비틀거리며 다가간 아론이 리암에게 장난스레 키스를 하는 상황에서는 메이바오가 그 둘로부터 거리를 두고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내는 관찰자로 등장하기도 한다. 감독은 그러한 미장센 속에서 단단해지고 두터워지는 관계와 결속 바깥으로 작용하는 배타적인 상황과 그로 인해 소외당하는 한 사람을 거듭 스케치하는 듯이 보인다.

 

 

온통 흰빛으로 가득한 가운데 아론과 메이바오가 사랑을 속삭이며 성애를 나누는 장면은 리암이 그의 동성 연인과 수없이 몸을 겹치는 장면과 뒤섞인 채로 편집된다. 이는 아론과 메이바오, 메이바오와 리암, 리암과 아론이 마치 동일한 시간과 공간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유토피아적인 환상을 살짝 열어보인다. 하지만 끝내 이는 결코 그렇게 될 수 없는 현실과 충돌하게 되면서 그 이면에 품고 있는 절망을 포함하고 있다. 거듭 되풀이되는 이대로 계속 꼭 껴안고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대사와 너를 강뚝에서 기다리고 있으면서라는 노래가 그 대사를 나누는 인물들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어떻게 마모되어 가는지를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되는 것도 꽤나 흥미롭다. 그 대사와 노래가 환기될 때마다 그들이 처음 의미하던 순수한 열정과 사랑이 현재의 마모되고 연소된 모습과 부딪치며 빚어내는 안타까움을 더한다. 다행히도 영화 <여친남친>은 그 비극적인 결말 속에서 힘없이 주저앉지 않고 출구를 마련해 그쪽으로 걸어나간다. 영화의 외부액자이자 현재시점에서 또다른 셋으로서 쌍둥이 딸들과 리암이 쌓아가는 일상의 밝고 행복한 나날들은 과거의 감옥에서 걸어나오는 희망적인 대답이기도 하다.

영화 <여친남친>의 주요 서사주조는 아니지만 동성애자로 등장하는 리암의 이야기는 무시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아론과 메이바오, 리암 세 인물의 불안정한 관계를 부각시키는 도구 정도로 활용된 것 같아 아쉽다. 침대 밑에 아무도 모르게 숨겨놓은, 아론에게 줄 선물상자에서 집약되어 구체화되는가 싶다가도 이내 메이바오와 아론으로 연결되는 순간 어린 시절의 미로에 갇힌 청춘남녀의 불안정한 사랑이야기를 강화하는 데서 멈춘다. 영화의 외부액자에 해당하는 이야기의 시작과 결말 역시 동성애자로서의 리암을 부각시키기보단 다른 기능에 치중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형태를 가진 사랑을 결국 긍정하고야 마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반갑긴 하지만 과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진 않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보다도 리암이 물에 입수해서 헤엄치는 씬에서 전환, 감각적으로 연결된 게이 결혼식 장면이 훨씬 사랑스러웠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유통되는 옷들의 원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물건의 원가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유통 경로에 대해 미리 한번 집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거의 모든 브랜드의 유통 경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공장에서 완료가 된 제품들의 출하

2. 홍콩 항구로 이동


3. 엘에이 항구로 갈 배 안으로 선적


4. 엘에이 항구에 도착

5. 항구에서 창고로 하역

6. 창고 밖에서 창고 안으로 운반

7. 구입 주문 받은 후 픽&팩

8. 패키징 되어있는 물품 대기

9. 다른 창고나 상점으로 운반


그림으로 쉽게 보실 수 있도록 준비 했습니다. 



<브랜드 유통 경로>


브랜드의 유통경로에 대해 논할 때, 제일 먼저 이야기 해야할 것은 디스트리뷰터, 즉 유통업자입니다.

디스트리뷰터 (유통업자, Distributor)




디스트리뷰터란 특정 생산 물품이나 저작물의 판매권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독점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기업을 뜻합니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능력은 업계마다 다릅니다. 패션 리테일에서의 디스트리뷰터란, 다년간 세계적으로 축적돼 있는 인맥들을 빌려줄 수 있는 능력과 로컬 마켓의 복잡함을 이해하고 이에 맞춰 조언을 줄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충분한 자본금을 기반으로 브랜드가 시장에서 가질 기회를 극대화시켜 자본화할 수 있는 능력들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디스트리뷰터들은 b2c보다는 b2b 관계를 주로 합니다.(b2b 관계는 business to business의 준말로써 기업이 기업을 대상으로 각종 물품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로컬 마켓의 소매업자들과 많은 거래를 합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로컬 마켓의 소매업자 뿐만이 아니라 이커머스 사이트들과의 거래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커머스 사이트들의 매출이 오프라인 상점들보다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많은 디스트리뷰터들이 로컬 마켓에서 활동하는 이커머스 사이트를 통하여 대량의 제품들을 판매합니다.


이번 미국의 추수감사절 맞이 세일 축제가 벌어진 '블랙 프라이데이'에서 미국 오프라인 상점의 매출은 온라인 상점과 대조적으로 1.8퍼센트 가량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2012년 블랙프라이데이 이커머스 사이트들의 매출은 작년 대비 26 퍼센트 증가하여 약 1조원 가량이었고, 방문자 역시 18퍼센트 증가, 5,700만명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통계를 통해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트랜드를 볼 수가 있습니다.

*각 브랜드의 디스트리뷰터는 http://알고_싶은_브랜드_사이트의 연락처나 인터네셔널 섹션에 나와있습니다. ie) 아메리칸 어페럴 사이트 


다른 업계에서는 패션 리테일링 업계와는 달리, 로컬 디스트리뷰터가 각 지방마다 고유영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을 예를 드는 것이므로 한국의 사정과는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식음료와 주류 업계를 예로 들면 좋을 듯 합니다. 지리상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는 식음료 업계들이 지역별로 유통 경로 (Regional Distribution을 뜻합니다)가 나뉘어 있습니다. 각 지역마다 많은 인구가 있을 뿐만 아니라 물류 관리/보급 계획을 편성하는 것이 아주 힘들기 때문입니다. 제 친구가 2010년에 투자했던 오가닉 시리얼 회사를 예를 들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 친구가 남가주 지역[각주:1]에서 오가닉 시리얼을 지역 시장과 전국적 기업 체인에 유통 거래할 수 있는 권리를 구매하여, 남들과는 차별화된 가격으로 오가닉 시리얼을 구매할 수 있게 됐습니다. 덕분에 Jason은 남가주 오가닉 시리얼 마켓 인사이트를 키우는 것에 집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소매업자들과 단단한 유대관계를 구축한다든지, 그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맞춰 1센트까지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짤수 가 있다는 지 말입니다. (예를 들자면, 엘에이의 작은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어린이 뮤직 페스티벌이라든지 자선단체 마라톤과 같은 곳에 부스를 설치, 광고하는 등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뜻합니다.)



리테일러 (소매업자, Retailer)




브랜드의 내수시장 내에서 도매가격Whole Sale Price (도매가격은 상점에서의 가격보다 50~55%가량 저렴합니다)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을 일반적으로 밴더Vendor 라고 칭합니다. 리테일러들은 이들 벤더에게 구입주문Purchase Order 을 넣습니다. P/O를 받은 벤더나 브랜드는 대략 4~6개월 안에 생산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완성된 물품들은 창고Warehouse나 공장Factory에서 리테일러들에게 배송됩니다. (배송하는 장소는 리테일러들이 다루는 물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국에서의 밴더는 외국에서의 밴더와 의미가 다릅니다. 한국에서의 밴더는 공급자뿐만이 아니라 구매대리인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XYZ마트 (Big Box Retailer)에서 스키 물품들을 취급하려고 한다는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이런 경우, 취급하려는 상품의 종류가 한 두 가지 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몇 달만 팔고 말 물건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모든 상품에 대한 구매 과정을 총괄하는 것은 인력면에서나 시간면에서 효율적이지 않고 위험부담도 크게 됩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이 스키 물품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소규모 공급업자들 사이에 발이 넓은 사람/회사를 통해 일괄 구매하게 됩니다. 이때 그 사람/회사를 벤더라고 부릅니다. 이와 달리 미국에서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을 에이전트라고 부릅니다.]

간단한 리테일 상점의 유통 경로를 써보자면 이렇습니다.

1. 리테일러가 브랜드에 주문을 넣는다.

2. 브랜드의 창고에서 패키징 한다.

3. 창고에서 상점으로 배송된다.

4. 손님이 상점을 방문한다.

5. 손님이 구매한다.


그러나 메이시즈Macy's이나 노스트롬Nordstrom 같은 미 전역에 8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거대 소매업체를 이야기 할 때는 위의 모델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 한 상점의 재고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대 소매업체들은 브랜드 수송품을 자회사 창고로 운반 시킵니다. 이후 창고에서 각 지역 상점들의 차후 재고현황을 예측한 후, 이에 맞춰 흩어지게 됩니다. 대다수의 경우 저런 방법을 통해 각 지역 상점으로 유통되지만, 가끔은 즉시 주문처리 fill-in order의 방법이 더욱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즉시 주문처리가 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스턴 지점에서 28 사이즈 회색 바지의 재고가 떨어졌다고 해봅시다. 이런 경우에는 노스트롬이 28 사이즈 회색  바지와 원래 보내져야할 다른 재고들을 합쳐서 지역 유통센터에 보내는 것이 뉴욕 지점에서 28 사이즈 회색바지 하나를 꺼내서 보스턴 지점으로 보내는 것보다 비용 효율성이 좋은 것입니다.

리테일러들의 역할



1.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를 확고하게 함으로써, 쇼핑 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2. 고객중심적인 브랜드 문화를 제공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고객들의 브랜드 인지도Mind Share높힐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합니다. 예를들어 "퇴근하고 니만 마커스나 들렸다 갈려고 해요." 같은 이야기를 고객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길 원하는 것입니다.

3. 지역 고객들의 기호와 특성에 맞춘 토탈패키지들을 소개할 수 있는 통찰력을 키워야합니다. 이러한 통찰력은 지역 패션과 트랜드, 그리고 가게의 성격에 대해 깊은 이해력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합니다.

4. 그 지역 특색에 맞춘 광고매체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과, 지역 트랜드에 맞춰 광고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남가주 지역은 다른 광고들보다 위트있는 지역 페스티벌들과 연계되있는 페이스북 선전이 우세합니다. 이와는 달리 텍사스나 미주라등 중남부 지역은 고등학교 풋볼 팀이나 다른 스포츠 팀을 후원 하는 것이 우세합니다.


이커머스 (전자 상거래,E-Commerce)



소매 업체와 이커머스는 관계의 본질에서 조금씩 다릅니다. 물론 둘 다 B2C 모델을 추구하고 있으며, 고객 관계를 쌓아가는 것을 중요시하고, 고객관련 데이터를 수집하여 매출을 극대화 시키려고 하는 점, 그리고 소비자의 수요 발생을 다루며 광고에 투자 하는 것 같은 공통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세 가지가 다릅니다.


디지털 매체 사용 : 당연히 가장 큰 차이점은 이커머스가 웹사이트를 사용해서 판매할 동안 리테일러들은 오프라인 상점을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운송과 주문처리 : 오프라인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타고 상점에 가서 자동차 주차를 하는 노력을 쏟아야 하고, 빨리 집에 가고 싶어하는 세일즈 직원들을 대면해야 하고, 구매하기 위해서 줄을 서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불편함을 겪어야하죠. 하지만 오프라인 상점의 가장 큰 장점은 배송을 기다리지 않고 당장 구매를 함으로써 즉각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온라인 상점은 위 같은 불편함을 겪지 않아도 되는 대신, 소비자가 구매를 하고 적어도 4~5일 후에야 받아 볼 수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 없으므로 당장 실물을 원하는 구매자들에게는 불리한 모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온라인 리테일 업체들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타개하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커머스 업계의 선두자 중 하나인 이베이Ebay는 소매업자들과 연계하는 방법을 사용한 'ebay Now'라는 당일 배송 서비스를 런칭 하였습니다. 현재 샌프란 시스코 지역에서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소 주문 금액은 25달러, 한 시간 안에 배송이 이루어 지게 하고 있습니다. 월마트 역시 오프라인 상점과 온라인 상점의 장점을 합치려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얼마 전부터 버지니아, 필라델피아, 미니애폴리스, 샌프란시스코, 산호세등 여러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온라인 주문 상품에 대한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였습니다. 구글 역시 이러한 큰 파이를 차지하고 싶어합니다. 때문에, 현재 구글은 샌프란 시스코 지역에서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범 운영 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다른 업체들과 달리 리테일러 단체와 배송업체들을 통해 당일 배송을 합니다. 그렇기에 다른 기업처럼 자신만의 창고나 재고를 두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심도 있는 고객 인사이트들 (Customer Insights): 리테일러들은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체크아웃할때 집코드Zip Code를 알려달라고 함으로써 데이타 베이스를 수집하려고 합니다. 반면에 온라인상 에서는 이러한 수고없이 웹상에 고객들의 구매 태도나 행동 등, 소비패턴들이 남기 때문에, 더욱 더 탄탄한 고객 데이타베이스를 쌓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데이타 베이스들을 고객 인사이트로 전환시킴으로써 여러가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고객 인사이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쟁력들


온라인 리테일러들은 큰 두 가지 이점을 레버리지로 가지고 있습니다.

거대한 타겟 마켓: 당연히 오프라인 상점들과 온라인 상점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들의 고객 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상점들이 물리적인 여건때문에 지역 마켓밖에 커버를 못할 때, 온라인 상점들은 전국을 -솔직히 전세계라고 말할 수 있는데, 전세계 까지 이야기하자면 내용이 산으로 갈 것 같아서 나라 전체로 리밋을 두겠습니다.- 타겟합니다.

타겟화된 디멘드 제너레이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판매 속도가 느려 팔아야할 제품들이 안팔려 -턴turn이라고 불립니다.- 재고가 쌓여 있다면 , 축적돼 있는 고객 데이타 베이스에서 잘 사갈 듯한 고객을 선정한 후, 관련 제품에 대한 정보를 이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또한 브랜드 키워드를 쇼핑몰 내에서 잘 사용함으로써 구글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원가에 대한 이해



<이옷의 원가는 얼마일까?>


브랜드들은 일반적으로 키스톤 마크업이라고 불리는 생산비용, 양륙포함 가격, 그리고 운송과 주문처리비용 등 여러 비용들이 합쳐져있는 모델을 사용합니다. 가격책정에서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자신의 원가 기준에 대해 공부하지 않고 사업에 뛰어 드는 것입니다. 만약 가격 책정에 대해 아무런 이해와 지식이 없다면, 가격 책정을 잘못하여 사업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충분한 돈을 벌어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키스톤 마크업이란 가격 책정 방법론으로써, 의류 패션 업계에서는 원가의 두배가량으로 계산 되며 -귀금속 업계에서는 5배이상의 가격으로 책정되기도 합니다.- 다음 판매 사슬 단계의 가격을 좌지우지를 합니다. 키스톤 마크업은 소매업체에서 수익성을 쉽게 알 수 있으므로 업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됩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것 입니다만, 각 고유 시장 상황과 소매 인구 통계 등 여러가지 가격 책정에 영향을 주는 정보들을 다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소매업체의 수익성은 각 제품의 가격을 극대화시키는 것보다 판매 단위에 대해 더 집중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시장에서는 이러한 방식을 표준화된 가격 - 예를 들어 셔츠는 24.99달러에 판매-을 가지게 된 것 입니다.]


가격 체계는 다음과 같은 비용들이 합쳐져 만들어 집니다.


1. FOB (Free On Board) : 대다수의 신발 및 의류 회사들은 이 가격으로 구매합니다. 흔히 말해 원가라고 불리죠. 원가란 공장에서 조립, 포장, 그리고 항구까지 배송비를 합친 비용을 뜻합니다.

2. 해상운임 : 해상운임 비용이란 말그대로 컨테이너에 가득 채운 물품들을 배를 통해 운반 하는 데 드는 비용을 뜻합니다. 대부분의 선박 운임 비용은 홍콩 항구에서 엘에이 항구까지 보내는데 드는 가격으로 화물 운송 보험비와 창고비용, 그리고 기타 다른 비용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3. 세금과 관세 : 미국은 HTSUS (미국 관세율, Harmonized Tariff Schedule of the United States)라는 조금 복잡한 관세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섬유나 의류 물품과 신발에 대한 항목은 챕터 50~64이며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이곳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4. 창고 운반비 : 창고 운반비란 엘에이 항구에서 자신의 창고까지 운반할 때 드는 비용입니다. 만약 창고가 텍사스에 있다면, 크로스 도킹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물품 배송 속도에 도움이 됩니다.

5. 수취와 인바운드비 : 이 것은 물건을 창고에서 수취했을때 생기는 비용입니다. 물리적으로 물건의 갯수를 세며, 출하에 따라 나눠집니다. 온라인 상점의 경우 수요 예측에 따라 나눠둬야합니다.

6. 운송과 주문처리비 : 각 도매상에서 들어온 주문과 판매, 납기조정, 수량조정에 따른 패키징 과정에서 사용되는 비용을 뜻합니다.


양륙포함 가격 : 양륙포함 가격은 FOB, 배송비, 양륙비, 그리고 세금과 관세를 합친 가격을 뜻하며, 각 브랜드의 가격을 정하는 베이스 라인으로 사용됩니다.

차트로 보자면 이렇습니다.

매출 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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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홍콩 FOB)            $ 27.00
선박운임비                          1.00
세금과 관세                         2.41  (원가의 8.9%)
운반비                                 0.18
창고 운반비                         1.10  ($1.10/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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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69


* 양륙포함 가격을 산출 해내는 방법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사용된 비용을 정확하게 알려고 한다면 IRS 263A와 471 그리고 S.6401.92.30 와 MSC 같은 내용을 다뤄야하는데, 그러면 너무 재미없고 어려운 전문적인 이야기로 가득하게 될테니 이번 글에서는 건너 뛰겠습니다. 그래서 창고 유지/운반 비용과 주문처리비용, 그리고 재고 관리 비용을 합쳐서 운영 비용이라고 하겠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SG&S Selling, General & Administration Expense 에 속합니다.)


총 가격 : 저는 이 원가 기준법을 자주 체크 합니다. 왜냐하면 이에 따라 매일 현금이 얼마나 남는 지 알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한 아이템을 판매함으로써 생기는 돈을 대충 짐작 할 수 있기 때문 입니다.

매출 원가
------------------------------------------------------------------
원가 (홍콩 FOB)            $ 27.00
선박운임비                          1.00
세금과 관세                          2.41 (원가의 8.9%)
창고로 운반비                       0.18
창고내 운반비                       1.10 (물건당 $1.10)
창고 유지비                          0.75 (매달 $0.50이며 평균적으로 45 일동안 창고 대기)
아웃바운드 창고비                3.00 (직접주문 가격)
아웃바운드 운반비                7.95 (USPS 박스 고정금액)
CC비                                   0.00 (리테일 가격에 따라 차등)
------------------------------------------------------------------

총 가격                           $ 43.39




도매 가격 : 도매가격은 브랜드가 리테일러들한테 청구하는 가격을 뜻합니다. 아마존이나 어번 아웃피터, 저니, 갭등 여러 업체에서의 베이스라인 창고 비용을 산출 할 때 사용되는 가격입니다. 보통 키스톤이라는 이름이라고 불리는 가격에 2배를 붙히는 방법을 적용합니다.

[키스톤이 기본 방법이긴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도매가격이 양륙비포함가격의 2.1~2.2배까지 갈 수도 있으며 소매가격 역시 도매가격보다 2.2~2.3배이상 갈 수 있습니다. 가격들은 리테일러의 가격 결정력이나 브랜드의 인식능력 그리고 상품의 유효성등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 정해지는 것입니다.]

소매 가격 : 소매 가격은 구매자들이 살때의 가격을 뜻합니다. 이 가격 또한 키스톤을 적용합니다.

이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을 쉽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브랜드에서 소매업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이 3만원이라고 합니다. (FOB 가격을 뜻하는 것이죠.)
2. 이 원가에서 키스톤 방법을 적용합니다. 즉 FOB에서 2배를 곱하는 것 입니다.
3. 그러면 6만원이라는 도매가격이 나옵니다.
4. 이 6만원이라는 도매가에서 또 키스톤 방법을 적용합니다.
5. 그러면 여러분들이 구매할 때 내는 소매가격이 나오게 됩니다. 12만원입니다.

실제 사례를 예로 들기 위해 제가 판매하던 제품 중 하나를 이야기 해보자면, 저는 홍콩에서 38달러(FOB 가격)에 자켓을 띄어와서 1.98배인 75.24달러에 도매가격으로 판매하고 상점에서는 2.26배인 170달러에 소비자들에게 판매했습니다.






  1. 남가주는 south california입니다. 가끔은 south carolina라고 헷갈릴 수 있습니다.<3 [본문으로]
Posted by 알비노 호랑이


이 리뷰는 상당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읽을 때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이쪽동네 사람들은 딱히 어느 때라고 구체적으로 특정지어 말할 필요 없이 거의 항상 퀴어영화에 목말라 하고 있던 것 같다. 2012년 한 해 동안 <은교>가 사내들의 호기심을 부추겨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고 <건축학개론>에서 아렷한 첫사랑의 화신으로 남아버린 수지를 보며 애닯아 하는 동안, 그리고 <늑대소년>를 보며 수많은 여성들이 자신에게 고분고분하고 헌신적인 남자의 판타지에 눈물짓고 달달하게 녹아내리고 있는 동안 이쪽동네 사람들은 먹을 것도 얼마 없는 간촐한 삼첩반상에 그저 만족해야 했다. 한 해 동안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는 400여개가 넘어가는데 퀴어를 다룬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였던 걸 생각하면 우리는 1년 내내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었던 셈이다.  

이 지독한 배고픔을 견뎌내는 와중에 <백야>를 비롯한 이송희일 감독의 퀴어멜로 연작이 우리에게로 드디어 왔다. 내가 <백야>와 단편 <지난여름, 갑자기>를 처음 봤던 때는 6월에 열렸던 인디포럼에서였는데, 개성적인 이 두 편의 영화들이 가지고 있던 매력에 매혹되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이들을 다시 보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썩 괜찮은 것들 중 몇몇이 종종 그러한 운명을 맞이하듯 벽장 안에 갇혀 좀처럼 나올 기회를 잡지 못하던 것 같았다.  그로부터 제법 긴 시간이 지나 누군가로부터 이 영화들이 위에 켜켜이 쌓인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스크린 앞으로 나오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수 개월이 지난 지금도 내 머릿 속에서 정처없이 돌아다니는 막연한 이미지들과 조각들을 모아 언어의 미세한 채에 거를 필요성을 느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백야>는 하루 24시간 중에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밤 시간을 쏙 베어내어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밤만이 가지고 있는 왠지 모를 자유로운 공기와 차갑게 가라앉은 밤기운을 듬뿍 머금은, 도시의 고즈넉한 정경을 느리고 긴 호흡으로 담아내는 이 영화를 보면서 김태용 감독의 영화 <만추>에서 느낀 시애틀의 짙은 안개내음을 맡는 기분이 들었다.

(조명)과 어둠을 잘 활용하여 밤이 주는 양감을 풍부하게 살리고, 강렬한 이미지를 뽑아낸다는 점에서 <백야>는 참 근사한 영화이다. 가끔씩 도로를 활강하여 내달리는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소음과 한 점의 빛 외엔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에서 한 사내가 걸어나와 담배를 피워대던 첫 쇼트를 생각해보자. 그가 성급하게 빨아올린 흰 연기가 무색하게끔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는 남자(원규)는 도착하는데 그들은 얼굴 한 번 제대로 마주치지 아니한 채 발걸음을 옮긴다. 어둠과 정적, 피어오르는 담배연기의 이미지가 뒤섞인 첫 쇼트는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뒤이어 드르륵거리는 캐리어를 끌고 말없이 걸어가는 원규와 옛 애인으로 추정되는 사내, 그리고 담벼락에 걸린 채로 그 주인들을 따라가는 그림자가 스크린에 비춰질 때면 빛과 어둠을 최대한 활용했던 독일 표현주의 영화가 슬며시 떠오르기도 한다.

이 영화는 어둠과 빛을 인물의 내면과 심정을 드러내는 질료로써 활용하기도 한다. 옛 연인을 만나고 나서 돌아온 호텔 방은 원규가 돌아온 이후에도 불이 들어올 줄 모르며, 오직 그의 방에 존재하는 불빛이라고는 코끼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내보내고 있는 TV의 브라운관이 발하는 희끄무레한 빛뿐이다. 그 방에 가득 차 있는 어둠은 코끼리가 헤엄치는 영상을 멍하니 보던 원규의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는 데 익숙하다. 여기서 확장된, 이 영화를 둘러싸고 있는 어둠은 원규의 슬픔과 고통을 상징하고 때로는 은폐하는 장치인 동시에 원규 그 자체이기도 하다. 실제로 서사가 진행되는 내내 공간을 빽빽히 메우고 있는 어둠에 변화가 일어나는 때는 단 한 번으로, 원규로 하여금 고통을 겪게 한 그 사건에 대한 복수가 마침내 종결되고 원규와 태준의 관계가 다른 국면을 맞이했을 때 흰 눈이 흩날리며 어둠은 백야가 된다. 

처음에는 아무렇게나 내던져지는 듯 했던 대사와 미장센이 나중에 또다시 반복 혹은 변주되면서 완결된 구조를 취하는 점 또한 <백야>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임이 분명하다. 첫 만남에 이어 시도된 섹스에서 원규가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일방적인 태도를 보였을 때 태준은 분노에 가득 차 그곳을 금방이라도 박차고 뛰어나가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는 동시에 방으로 옮겨서 관계를 갖자는 원규의 은근한 제의를 무시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결과적으로 제의를 무시해버리고 오토바이를 타고 원규를 앞질러가는 듯하던 태준은 얼마 안 가서 멈춰선다. 한편, 태준의 이런 행동을 보고 제의에 넘어온 것으로 판단한 원규가 앞질러 간 태준의 위치에 도착하는 순간 일정 거리를 달려나간다.  또다시 원규가 발걸음을 옮겨보지만 아까 일어난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날 뿐이다. 제논의 역설에 등장하는 아킬레우스와 거북이의 경주처럼 거리가 도무지 좁혀지지 않는 이들의 움직임을 뒤에서 잡는 쇼트는 두 사람의 심리적 거리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흥미롭게도 이 쇼트는 뒤에서 반복, 변주된다. 사적인 복수가 끝난 뒤 원규와 태준이 계단에 앉아 대화를 나누다가 원규가 먼저 일어나 자리를 뜨고 얼마쯤 걷지도 않아서 태준을 태운 오토바이가 원규를 앞질러간다.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가 뒤에서 바라본다는 점까지 이 쇼트는 앞서의 것과 동일하다. 그러나 원규가 태준이 타고 있는 오토바이와 나란히 서게 되고 태준은 더 이상 뛰쳐나가지 않음으로써 두 사람의 심리적 거리는 완전히 소멸된다. 원규가 홀로 걸음을 걷기 시작한지 약간의 시간이 지난 다음 오토바이 소리와 동시에 태준이 등장해 원규를 앞질러가서 기다리고, 원규는 멈춰선 태준과의 거리를 좁히는 장면을 카메라가 뒤에서 담아낸다는 점까지 동일한 두 쇼트의 반복과 변주는 그 두 지점 사이에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그들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보여준다. 태준이 원규의 호모포비아적 범죄에 대한 개인적인 복수에 연대함으로써 보다 즉물적이고 도구적이었던 두 사람의 관계는 다른 국면으로 비로소 이행하게 된. 반복, 변주되지는 않지만 전반부에서의 두 인물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도구로 인형뽑기게임이 등장하기도 한다. 두 번째 시도한 섹스가 실패하고 난 후 슈퍼에서 담배를 사가지고 입에 물며 투덜거리는 태준에게 원규는 6시까지만 있어달라고 막무가내로 요구하는데 이로 인해 두 사람 간에 가벼운 마찰이 일어난다. 이들의 충돌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바로 인형뽑기이다. 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받으며 갈등상황이 진행되는 장면 사이에 원규가 하고 있는 인형뽑기장면이 삽입되는데, 인형이 집게에 잡혀올라가도 끝끝내 미끄러져 떨어지는 장면의 반복은 이들의 충돌상황을 은유적으로 제시하는 시각적 극대화이다.

어둠을 설명하면서 잠시 언급했던, 옛 애인을 만나고 온 원규가 어둠에 잠긴 방으로 들어오는 미장센은 다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 공간은 슬픔과 고통으로 가득 찬 무저갱이기도 하지만 어딘가에 갇혀 있는 혹은 폐쇄된 원규의 내면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 어딘가는 2년 전 사건을 의미하는 과거일 수도 있고 원규의 내면에 있는 자기부정일 수도 있다. 브라운관에서 나오는 희미한 빛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캐리어에서 짐을 꺼내 침대 위에 풀던 원규의 모습을 벽 사이에 있는 좁은 공간으로 들여다봄으로써 카메라는 원규를 벽으로 사방이 막힌 방 안에 갇힌 존재로 비유한다. 당구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원규를 만류하면서 말다툼을 하다가 태준이 분노에 가득차 건물을 뛰쳐나가는 쇼트도 마찬가지다. 계단을 내려가 막 입구를 나가려던 태준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벽에라도 부딪힌 것처럼 주춤거리며 나가지 못하고 다시 당구장으로 되돌아오는데 이를 촬영하는 쇼트 역시 벽과 계단으로 시야가 답답하게 가려져 태준이 어딘가에 갇힌 존재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미장센은 복수가 감행되는 현장에서 재현된다. 친구들과 당구를 치다가 화장실로 향하는 범인을 분노에 휩싸여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원규와, 뒤이어 당구공을 움켜쥐고 따라가는 태준을 담고 있던 쇼트, 그 다음 지점이 바로 그렇다. 카메라는 이를 화장실 밖에서 문을 통해 복수가 이루어지는 현장을 잡는데, 이는 일차적으로 폭력이 날것 그대로 카메라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장치인 동시에 사건이 일어나는 화장실을 폐쇄되고 닫힌 공간으로 그려낸다. 이 폐쇄적인 공간에서 태준과 원규는 나오지만 카메라는 그곳에서 나가는 그들을 바로 따라가지 않고 그 좁은 문 사이로 화장실 안에 쓰러져 있는 범인을 담는다. 이 쇼트는 화장실에 쓰러진 청년을 원규와 마찬가지로 어딘가에 갇혀 있는 사람으로 묘사함으로써 원규와 그 범인이 역설적으로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말하는 듯하다. 심지어 옛 애인과 태준이 원규에게 지금 사귀는 사람이 있는지를 묻는 대사 역시 전반과 후반으로 나뉘어 반복되고 원규가 독일에 사는 35살 혹은 24살의 연인으로 바꿔말할 때마다 라이터가 클로즈업되거나 그 소리가 중간에 끼어드는데 이를 통해서 이 영화는 생각보다 더 치밀하게 반복과 변주라는 씨실과 날실로 견고하게 직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영화의 중심소재인 종로무차별사건을 솜씨좋게 제시하는 동시에 그 쇼트에 흐르는 씁쓸하면서도 애잔한 정서에 무거리로 밀착해 있는 카메라의 연출은 이 사건을 대하는 감독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카메라의 시선은 폭행사건의 전모를 스마트폰 화면의 기사로 제시하여 관객에게 주지시키는 한편, 기사에 첨부되어 있는 폐쇄회로카메라에 잡힌 폭행현장사진을 보는 태준의 모습을 앙각으로 내려가 그의 머리 위에 있는 폐쇄회로카메라를 흐린 초점으로 얼핏 보여준다. 그 다음 화면에 가득 채운 클로즈업으로 CCTV카메라를 강조하는가 싶더니 CCTV카메라 시점으로 재빠르게 전환하여 우두커니 서 있는 원규의 모습과 그 주변을 화면 안에 담는다. 이 놀라운 카메라워킹과 편집으로 인해 관객들은 두 가지 사실을 재빠르게 캐치할 수 있는데 일차적으로는 지금 그 CCTV카메라의 시점에서 촬영되고 있는 화면과 기사에 첨부된 사진의 동일성이고, 뒤이어 그 지역이 예전 그 사건이 발생했던 피해현장인 동시에,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원규가 피해자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다. 그 다음 우두커니 서 있는 원규가 허리를 굽히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화면을 잡아당긴다. 허리를 굽혀 뻗은 그의 손가락이 바닥에 있는 날카로운 유리조각을 쓰다듬고 있는 화면은 제법 서늘한 느낌을 주는데 카메라는 이를 클로즈업으로 표현함으로써 당시 원규가 입은 뿌리 깊은 상처를 위로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이런 카메라의 위로하는 듯한 움직임은 관객을 그 자리에 불러들여 애도의 자리에 동참하게 한다.

물론 영화 <백야>는 과거에 있던 종로 무차별폭행사건을 부각시켜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거나 불구자로 남은 원규의 옛 애인과 떠돌이난민으로 전락한 원규에 대한 접근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고 원규와 태준의 관계 변화 묘사에 주력함으로써 선택적 집중을 한다. 예를 들어 가족들의 냉담한 반응과 기자들의 괴롭힘에 견디다 못해 떠돌이난민이 된 원규와 동일한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에서의 삶을 행복하게 잘 꾸려가고 있는 옛 연인의 비교를 통해 다른 퀴어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하곤 하는, 고통이 현존하는 이 공간을 떠나 이상적인 곳으로 망명하고 싶어하는 어떤 게이의 전형을 부각시킬 수도 있었겠지만, 이 영화는 그러한 데 관심이 덜해보인다.  그리하여 이 영화의 초점은 특별한 관계가 될 것이란 생각이 전혀 없던 두 사람이 주어진 지극히 짧은 시간 동안 그 사이에 작용하던 척력을 어떻게 인력으로 바꾸어가는가를 묘사하는 데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이런 지점에서 <백야>는 비로소 김태용 감독의 <만추>와도 겹쳐질 수도 있는 지점이 발생한다.

김태용 감독의 <만추>3일 간의 특별휴가를 받고 형무소에서 나온 죄수와 부잣집 여자들을 접대하고 돈을 벌다가 남편에게 쫓기게 되는 호스트가 조우하게 되면서 둘 사이에 있는 거리를 점차 좁혀가는 이야기이다. 애나(탕웨이)3일의 짧은 휴가가 끝나면 도로 모든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는 그곳으로 돌아가야 함을 알기 때문에 굳이 인연을 만들려하지 않으며 일부러 일에 자신이 관련되는 것을 피한다. (현빈)은 애나를 시애틀로 가는 버스 안에서 처음 발견하고는 가볍게 데리고 놀 상대로 생각하고 접근하고 애나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훈을 거부하려 한다. 김태용 감독의 코멘트를 빌리면 <만추>이렇게 우연히 만나, 특별한 사이가 될 것이라는 기대 전혀 없이 서로에게 존재하지 않는 사람에 가까웠던 두 사람이 하루를 같이 보내면서 다른 어떤 사람보다도 서로의 마음에 위로가 되는 그런 관계로 이행하는 내용이다.

<백야>에서 서사가 진행되는 내내 흐르고 있는 어둠이 단순히 배경 요소 이상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만추>에서 도시를, 등장인물들을 감싸고 있는 안개는 이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주인공 원규가 어둠을 압축해서 만든 인물이라면, <만추>의 애나는 무심하게 흐르는 안개가 인물로 화()한 것 같은 사람으로 두 사람의 절제하는 듯하면서도 무심한 표정은 영화 속 어둠과 안개와 어울려 하나의 미장센을 만들어내고 있다. 두 영화에서 모두 섹스가 시도되나 도중에 실패하고 마는 내용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으며 휴대전화가 원규와 애나에게 짧은 시간이 지나면 머무르고 있는 이곳을 떠나야 하는 처지를 주지시키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오랜 기간 떠나있다가 돌아왔어도 가족이란 공동체가 그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거나 거부하며 두 영화 모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시간이 극히 제한됨으로써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절박함과 아련함이 고조되고, 등장인물이 사회의 주변부에 속하는 사람들로 그들 사이에 작용하던 척력이 어떻게 사그라들고 끝내 인력으로 변해가는가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백야><만추>의 데칼코마니와 같은 영화라고 생각해볼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만추에는 있지만 백야에는 없는 것

<만추><백야>가 모두 두 인물이 조우하면서 각자의 마음에 이는 잔잔한 파문이 어떻게 확장되면서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지를 다루는 만큼 각 영화에서 두 인물의 관계를 어떻게 단단히 다져나가는지에 대한 묘사는 중요하게 다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추>와 비교해서 <백야>의 서사구조는 유달리 그 뼈대가 약해보인다.

특히 <백야>의 후반부에 사적 복수에 동참함으로써 소원한 거리를 좁히는 데 성공한 원규와 태준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다가 흰 눈이 내리는 밤 아래서 화장실에서 정사를 나누는 지점에서 서사가 진행되어 오던 맥락이 다소 흐트러지면서 과연 그 섹스가 이야기에서 필요한 부분인지가 의문시된다.

<만추>에서 애나와 훈이 서로의 거리를 좁히는 과정은 시애틀로 향하는 버스에서 우연한 그들의 만남에서 시작하여 훈이 손목시계를 주고 애나가 밀어내는 데서 관계가 얽히게 되고, 집에서 자신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마주친 애나가 도로 형무소로 가는 버스표를 사려다가 우연히 훈을 만나 마법과 같은 하루를 보내게 되기까지 밀도있게 서술되고 있다. 범퍼카를 타기도 하고, 배우들의 몸짓을 보면 각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놀이공원에서의 판타지시퀀스라든지 레스토랑에서의 데이트, 애나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같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 같은 일련의 견고한 서사가 <만추>에는 있고 <백야>에는 부재하다. <백야>에는 오직 시도된 몇 번의 감흥없는 섹스와 2년 전 사건에 대한 원규의 복수에 태준이 동참하는 것으로만 그들의 관계가 서술되고 있으며, 이러한 빈약한 서사로 인해 복수가 끝난 후 두 인물 간의 거리가 좁혀지고 작위적으로 낭만적인 분위기가 연출되는 상황에서 이어지는 두 사람의 섹스는 애절함이 묻어나기보단 그저 못다한 유예된섹스를 기계적으로 완결시킴에 가까워보인다.

물론 <백야>의 부족한 서사는 대부분 하룻밤, 6시간이라는 시간적 한계에서 기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만추>는 그에 비해 애나가 받은 3일 간의 특별휴가 동안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으며 훈과 함께한 시간은 거의 하루에 이를 정도로 비교하기엔 무색해지는 구석도 있다. 하지만 나는 <백야>에서 드러난 서사의 결핍을 단순히 시간적 제약에 그 탓을 돌리고 싶지는 않다. 이는 전작 <후회하지 않아>라든지 단편 <지난여름, 갑자기><남쪽으로 간다>에서도 드러나듯 이송희일 감독이 두 사람의 관계를 드러내는 지표로서 육체를 과다하게 활용하거나 영화의 종결어미로 진짜의 사랑에서 비롯되는 섹스를 호출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이기도 하다.

단편 <지난여름, 갑자기>에서도 상우는 끈질기게 경훈에게 접근해서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해도 자꾸만 자신을 거칠게 밀어내는 그의 행동에 답답해한다. 자신에게 책을 선물하거나 수업 중 수 차례 힐끔거리면서도 다가서면 질색을 하고 뿌리치는 경훈의 이중적인 모습 중에서 진짜를 분별하기 위해 결말 즈음에서 집을 찾아가 경훈을 만난다. 여기서 최종적으로 상우는 경훈의 몸을 껴안고 허리 아래로 손을 집어넣음으로서 경훈의 마음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 기이한 리듬에 몸을 맡기고 있는 건 상우뿐만이 아니다. 경훈 역시 상우가 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육체적인 접촉을 시도하는 걸 뿌리치거나 부인하지 못하고 되려 흔들리는 본심과 반대되는 반발을 꺼내면서 이에 진심으로 반응한다. 결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경훈과 상훈이 서로 몸을 떼지 않고 맞댄 채 음악이 흐르며 끝이 난다. 단편 <지난여름, 갑자기>는 육체를 마음 속 깊숙한 곳에 감춰진 진심을 꺼내는 수단으로써 긍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편 <남쪽으로 간다>에서 이러한 믿음은 더욱 강력하게 돌아와 서사를 이끌어가는 동인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이 영화는 말년휴가를 나온 후임이 이미 제대하여 사회에 복귀한 선임을 만나고 결국 납치에 다다르게 되는 과정과 그 후를 묘사하면서 손쉽게 이성애와 동성애를 구분해왔던 도식을 부인하고자 한다. 여기서 후임인 기태가 선임인 준영에게 집착을 보이고 납치하게 되는 동기는 군대에서 함께 생활하는 짧은 기간 동안 맺었던 수 차례의 육체관계에 기인한다. 그리고 다시 만나고 준영을 납치하여 결말로 달려가는 와중에도 기태는 준영과의 성애를 통해 그의 마음을 확인하려 한다. 준영은 자신이 기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 부인하려 하지만 차 안에서의 관계를 가지면서 보인 육체의 반응으로, 더 가깝게는 이를 성애를 통해 확인한 기태가 , 섰잖아!”를 절규함으로써 단번에 부정된다. 이송희일 감독은 단편 <남쪽으로 간다>를 통해 이성애와 동성애를 규정짓는 견고한 울타리에 균열을 일으키려 시도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육체를 이성애와 동성애를 가르는 더욱 강력한 매개로 재등장시킴으로써 무효화된다.

장편 <백야> 역시 잠시 언급한 바 있지만 원규와 태준이 왜 마지막에 섹스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뒷받침에 매우 부족하다. 구조상으로 원규가 사적 복수를 감행하기 전까지에 해당되는 영화의 중반부까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된 동력은 두 인물을 둘러싸고 있는 밀도높은 성적 욕구와 긴장감이라고 할 수 있다. 원규와 태준의 만남이 어떻게든 굴러가도록 기능하는 첫 지렛대는 절박한 성적 갈증을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이다. 그러나 입 밖으로 절로 나오는 숨소리를 참으며 고지까지 올라가는 노력을 들였음에도 성관계를 갖는 데 실패하는 지점에서 그때까지 이들을 연결하고 움직이던 고삐가 살짝 느슨해지고 만다. 그 후 원규가 방이 있으면 할래...?”라고 말을 던지면서 느슨해진 국면이 팽팽하게 유지되는 추이를 보이지만 다시 시작되는가 싶던 성애의 장면은 좌절되고,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동인으로 작용하던 성적 욕구는 분노한 태준의 손아귀에 쥐어짜여져 방바닥에 흘러내리던 젤처럼 흐물거리게 된다. 원규의 사적 복수가 시작되고 완결되는 후반부에는 그전까지 서사를 이끌던 성적 긴장감과 섹슈얼한 분위기는 흐려지고 2년 전 사건에 대한 부채, 연대 그리고 연민의 감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너만 2년 전 사건을 기억하는 건 아니라며 당구장으로 향하는 원규를 가로막은 태준의 대사,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지만 다시 돌아오는 행동, 마침내 화장실에서 원규 대신 복수를 대행하기까지. 카메라는 당구장에서 앉아 대기하던 태준과 원규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장면을 클로즈업으로 잡아 이 순간 그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축하면서, 부축받으면서 화장실을 빠져나올 때까지의 모든 지점에서 섹슈얼한 무엇이 자리잡을 곳은 전혀 없다. 결과적으로 그 사건을 통해 두 사람은 그들 사이에 있던 정서적 거리를 좁히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들을 메우고 있는 언어는 섹슈얼하기보단 차라리 연대와 다른 감정에 더 가까워보인다. 직후 계단에 앉아 서로의 사진을 가식적이거나 포토샵을 이용한 사기에 가깝다는 등의 장난스러운 대화를 끼워넣거나 애잔한 음악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어딘가를 향하는 장면을 제시하면서 한층 낭만적인 분위기로 유도하려는 노력은 분명 있다. 두 인물이 고지에 이르는 계단과 길을 나란히 걷기도 하고 여태까지 고요하게 어둠으로 만 가득 차 있던 하늘에 눈이 내리는 장면 역시 성적 긴장감을 고조하기 위한 낭만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결국 태준과 원규가 왜 섹스를 해야 하는지를 명백하게 제시해주지 못하며 섹슈얼한 분위기가 둘 주위를 농밀하게 메우기도 전에 강박적으로 진행된 유예된 섹스의 완성으로 조급하게 치닫게 만들 뿐이다. 흰 눈이 흩뿌려지는 하늘 아래 화장실에서 벌어지는 두 인물 사이의 섹스는 유예되어 왔던 순간을 보상하려는 듯 그 절정에 이른 쾌감을 화면에 담아내는 데는 성공하지만 이를 완성하는 건 서사의 자연스러운 구조로 관객을 설득하기보단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상황 자체를 당연하게 그 이야기가 되게끔 주입하는 것에 가깝다. 이러한 서사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에서 나누는 원규와 태준의 성애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그것은 극히 제약된 시간적 한계와 영화상에서 원규와 태준이 처한 상황이 자아내는 연민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낭만적인 환상이 그 빈 자리를 채우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죽기 전에 나한테 데이트 신청해봐.” “아무리 하룻밤이었지만 우리...진짜였지?” 등의 대사는 낭만적이기보단 되려 과호흡이며, 끓는점을 낮추기보단 되려 올린다.

이런 서사적 결함과 감정이 과잉되어 다소 부적절한 대사들이 몰입을 방해하더라도 <백야><지난여름, 갑자기>, <남쪽으로 간다>6년 동안 기다리느라 생긴 갈증을 채우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무더운 여름이라는 계절적 배경과 선생과 제자 사이에 펼쳐지는 답답한 상황, 그리고 이를 극대화시키는 클로즈업의 빈번한 활용은 <지난여름, 갑자기>의 정서를 선명하게 잡아주고 있다. 실루엣만 보이는 어두컴컴한 터널에서 울려퍼지는 노래와 한을 담은 듯한 기태의 춤을 담은 <남쪽으로 간다>의 마지막 장면은 이를 지켜보는 관객의 가슴에 균열을 내기 충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흰 눈이 흩날리는 하늘 아래서 펼쳐지는 원규와 태준의 성애장면은 머리로 이해되기 전에 그 애절함이 먼저 가슴에 와닿을 정도로 환상적이다. 이송희일 감독의 <백야> <지난여름, 갑자기> <남쪽으로 간다> 퀴어연작에 찬사를 쏟아내는 다른 관객과는 다르게 나는 불평 불만을 이렇게 입으로 쏟아놓고 있지만서도, 분명 나는 이송희일 감독이 내놓을 다음 퀴어영화를 스크린에서 손꼽아 기다리게 될 것이다. 그가 만들어낼 이미지에 가슴이 먹먹해질 그 순간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안녕하세요 te verde 입니다.

저번엔 한강예술섬을 했으니, 오늘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해보도록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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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찡의 ‘놓칠 수 없어, 나의 대.권.’ + ‘명품환장人st’ 한 성격이 비벼져 만들어진 DDP (Dongdaemun Design Plaza - 이건 뭐 농약도 아니고...)  이 합쳐져 만들어진 알흠다운 프로젝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시작하겠습니다.


1.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너는 누구니

2006년 9월. 동대문 운동장 공원화 계획이 수립됩니다. 말은 공원화였지만 현실은

 ‘디자인’  디자인 디자인 디자인.....

서울시의 드자이너 오세웨후운찡.

 ‘나으 대선을 위해선 큰 거 좀 해치워야 하는데^^’ 

+ ‘어머 유럽의 명품들은 한 벌에 저렇게 많이 남겨 먹는단 말이야?’ 

+‘동대문엔 의류상가들이 밀집해 있지’  

+ ‘동대문 운동장이 쓸모가 없네 ^^’ 

 =  그.. 그래!! 디자인!! 디자인 플라자가 좋겠다!!!

그리하여 2280억원 짜리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계획이 수립되었습니다.  저 프로세스는 농담이 아님. 

설계는 유명 건축가를 서울시가 초청하는 방식인 지명현상설계. 

국내 건축가는 최문규, 유걸, 승효상, 조성룡,  해외 건축가는 자하 하디드, FOA, MVRDV, 스티븐 홀이 초청되었습니다. 총 8팀이 벌이는 설계경쟁 잇힝.

 그 중에서 당선작은 2004년 프리츠커 상 수상에 빛나는 이라크게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환유의 풍경’ 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현상설계에 참여한 대부분의 건축가들이 동대문운동장의 역사성, 또는 300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동대문(흥인지문)과의 연계성을 살려낸 것에 비해, 자하 하디드는... 

없엉 

자하 하디드의 한국 경험은 ‘18년 전에 한국 사찰 잠깐 봄 ㅇㅇ’  + 서울시의 부실한 자료제공

덕분에, 자하 하디드의 디자인은 


‘동대문 운동장이었던 것을 드러내는 시설은 전광판 두 개 정도면 됨 ^^’

‘흥인지문? 먹는건가요?’ 

‘난 한국의 정원과 자연을 사랑함 ^^’  

이라는 결과를 빚어냈긔, 결국 동대문이라는 곳의 역사성과 고유성은 개나 주는 디자인을 툭… 아 시바... 심지어 운동장에서 2년동안 풍물시장을 운영하던 예전 청계천 상인들은 상권이 형성 되기도 전에 다시 쫒겨났어요. (뭐 자하 하디드의 해체주의적인 특성을 생각하면 어차피 이것들을 알았어도 별 다른 결과물은 없었을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자하하디드의 아스트랄한 설계능력 덕분에 시공비는 2011년까지 4200억으로 수직상승  예산을 두배로 불려야 겨우 건축이 가능한 놀라운 설계능력. 공모처에서 밀히 말하자면 조건으로 제시한 예산에 맞춰서 설계하는 것도 능력입니다. 무제한 시공비가 아니었잖아...

     그런데 현상공모 상금 3억, 실시설계비 70억. 그 이후에 자하 하디드의 스탭들이 한국에 체류하면서 쓴 돈들까지 다 합치면 모두 100억원이 넘는 돈이 자하 하디드의 손으로 들어갑니다. 짜..짱이긔. 외국 명품병 걸린 덕분이라 아니할 수 없다... 2등작인 조성룡 건축가의 설계가 훨씬 주변과 어우러졌지만... 세훈찡을 튀는거슬 원했긔

2. 지뢰밭 아. 아니, 유물밭 동대문 운동장 터

    2007년에 동대문 운동장을 헐어내고 기초공사를 위해서 계속 땅을 파던 2008년, 어마어마한 규모의 유적지가 동대문 운동장 터에서 발견됩니다. 

 일제시대 기와도로부터 시작해서, 

조선 후기 훈련도감의 일부 기관이던 하도감, 병영, 군수공방, 

조선 중기, 전기의 군사기구, 어영청 유적지 등. 거대 도시 한가운데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적 없는 거대한 규모의 군사유적들이 발굴되었지요.  

+ 270여미터에 이르는 동대문 성벽, 성벽의 수문이던 이간수문,  성벽의 부속 방어시설이던 치성 등등이 발굴됩니다. 

    이 정도 유적이면 로비만 잘하면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도 가능할 수준이죠. 한 국가의 수도 한복판에서 이렇게 큰 규모의 유적이 새로 발견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권을 향한 내 마음엔 브레이크가 없다네’

조까

놓칠 수 없어 나의 대선.

    원래 체육시설 등의 공원조성부지였던 곳에서 마침 성벽이 나왔기에 성벽의 일부는 복원하여 살리고, 이름을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 디자인 플라자’로 변경. 그리고 건물이 올라가기로 예정된 하도감 부지는 그냥 공사 강행.

    거기서 발굴된 유물들을 이전, 보관했다고는 하지만, 유네스코에서 크게 강조하는 부분이 ‘장소성’ 이란 점을 생각하면 뭐... 물건너갔지요. 서울성곽을 모두 뭉뚱그려서 유네스코에 올릴 경우 일부분 포함될 수는 있습니다.

원래 이러던걸

요정도 바꿈. 건물은 걍 두고 운동장만 싹.

세훈찡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프로젝트의 부제는 ‘과거와의 단절’ 이었나봐용.

3. 속 빈 새둥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2013년 하반기 완공,  2014년 중 개관을 예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속을 뭐로 채워야 할지 도대체 모르겠슴.

    일단 오세훈 찡은 2009년부터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의 안을 무엇으로 채울 지 의뢰를 해 놓았다고 합니다. 자세한 결과물이 무엇이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디자인 디자인’ 돋는 컨텐츠였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긔. 그러나 상큼한 우리의 박시장께오선

‘전면 백지화’

시민참여형 공간으로 재구성하고자 하는 박원순 시장의 의견으로 인해서 시민제안 등으로 다시 컨텐츠를 짜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뭐... 세부진행 계획도 잘 없는듯. DDP 홈페이지를 가보겠습니다.


<에... 그러니까 우리 계획은 무계획이 계획입니다>

은 좀 뻥이고 7월자 기사를 참조하면 ‘함께 만들고 누리는 디자인’을 컨셉으로 한답디다. 1층엔 도서관, 시민전시관을 2층에는 동대문 패션과 세계 최신 기술을 소개하는 ‘디자인 아카이브즈’ 3층엔 사회적 기업 지원과 산학현렵을 하는 ‘비지니스 플랫폼’ + 한옥, 한식, 한류 등 ‘서울다움’을 알리는 공간. 4층엔 청소년과 디자이너가 함께하는 창작체험공간. 그리고 지하에는 글로벌 기업과의 콜라보 공간, 신진 디자이너 전시공간이 들어서도록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결국. 잡탕이라는 거죠.    

    의류상가와 디자이너가 밀집되어있는 동대문의 특성을 고려하면, 천 명도 넘는 국내 디자이너들이 세계 트렌드와 기술들을 배울 수 있는 교육공간, 그리고 그와 관련한 비즈니스 플랫폼이 위치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근데 애초에 오세훈 전 시장이 DDP를 설립할 때도 명확한 목적이 없었다는 것이 함정. 무슨 패션계의 퐁피두 센터를 만들겠다는 목적이 있던것도 아니고. 

    오세훈 시장이 DDP를 추진하면서 쏟아낸 발언들만 보더라도 건물을 짓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가 없습니다. 건물에서 ‘무엇’을 하겠다기 보다는, ‘이 건물만 지으면 서울도 디자인 도시’  이런 느낌?

    결국 유에포와 같은 4200억짜리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오늘도 서울시의 행정과 서울시의 황금같은 땅덩어리를 유유히 유영하며 사람들의 정신줄을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날려버리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개념을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아핳하하핳하' 음... 오세훈 전 시장이랑 닮은거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첨언. 현재 동대문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주차장 문제입니다. 여기에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오픈 이후에는 더더욱 아름다운 교통체증이 발생하겠지요. ㅈ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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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관한 무언가 6. 서울의 궁궐들 5궁 (下)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안뇽하세요. 요즘 날씨도 추워서 밖에서 애인이랑 놀기 힘드시죠?

저번 글에 이어 영화 저렴하게 보는 방법을 연재하니 읽으시고 요령껏 따습고 어두축축한 곳에서 저렴하게 노닥거리십시오.

 

지난 글을 요약하자면,

1.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할인에는 KB국민카드가 짱이다.

2. 카드 사용실적(혜택을 얻기 위해서 최소한 사용해줘야 할 비용)을 통합관리하는 굴비시스템을 이해하여 사용.

3. 체크카드로는 KB해피포인트체크카드 스타체크카드 를 사용하면 월 4회, 연24회 7000원 이상 CGV, 메가박스, 프리머스 결제시 3000원을 나중에 통장으로 돌려주는 청구할인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선불기프트카드로 KB국민 프리셋마이포켓카드 를 잔액 10만원 이상 유지하면서 맥스무비 홈페이지에서 예매시 월 4회, 연간 10회 3000원 현장할인(승인시 할인된 가격으로 표시) 받을 수 있다.

 

였습니다.

여기서 대략 34번 영화를 할인받고 볼 수 있다고 설명드렸죠. 이제 신용카드로 영화할인을 받는 법을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영화 할인받을 수 있는 대표카드론 The CJ KB국민카드 (굴비, 카드통합실적 적용)가 있습니다.

 

 

1일 1회, 연 12회 CJ CGV에서 8500원 이상 결제시 6000원 할인, 8500원 미만 결제시 3000원 할인해주는 카드입니다. 말 그대로 CJ그룹 계열사에서만 엄청 빨아주는 카드죠. CJ그룹이 다양한 계열사가 있어서 제법 혜택도 다양한 편인데 영화할인에선 특이하게도 월 제한이 없어서 하루에 1번씩만 사용한다면 1달 내에도 12번을 전부 할인받을 수 있는 특이한 카드입니다. 2012년 10월 현재 서울 기준으로 1인 영화관람 비용이 주중 8000원 주말 9000원이므로 주중에 6000원 할인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유의해두시기 바랍니다. 주말 영화를 즐기기 좋은 카드입니다.

이외에도 요즘 바퀴벌레처럼 지점을 증식해나가고 있는 올리브영에서 The CJ카드로 결제시 10%현장할인을 해주고 있으므로 여기 자주 가시는 분에게도 유용한 카드겠네요. 아니면 CJMALL 에서 결제시 5퍼센트 추가할인을 해줍니다.


 

KB국민 MyOne카드 또한 영화할인카드(굴비, 카드통합실적 적용)로 유명하죠.

 

 

CGV, 메가박스, 프리머스,씨너스에서 4000원 이상 결제시 월 2회, 연 8회 4000원 청구할인이 가능합니다. 카드통합실적이여서 사실상 결제실적에 대한 부담도 없지만 이 카드는 특히 더 부담없습니다. 3개월 동안 월평균금액 10만원만 넘으면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거든요. 아무리 학교에서 밥을 먹어도 월 10만원은 사용하시잖아요. 그외의 혜택으로는 스타벅스 결제시(백화점 및 할인점 입점매장 제외) 10% 청구할인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전 카페인에 좀 민감하기도 해서 안 먹지만 데이뚜할 때 가게 구석에 오롯이 앉아 커플끼리 갈색물을 나눠마시는 양놈들의 풍습이 요즘 유행이라면서요? @.@

 

KB국민 스타카드(스타체크카드와는 다름)는 고객의 선택에 따라 맞춤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형 카드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양한 혜택을 직접 고를 수 있으며 1개 선택까지는 별도의 추가연회비 없이 혜택을 누릴 수 있고 2개 이상부터는 추가 연회비를 납부해야 하죠. 그나마 실속있는 게 영화할인서비스입니다. (굴비, 카드통합실적 적용)

 

 

KB국민카드 홈페이지(맥스무비 제휴)에서 영화예매시 1인당 1일2매, 월4매, 연간10매에 한하여 1매당 3,500원 할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1일 2매는 관람일 기준, 월/연간 제공매수는 예매일 기준)

 

 

컬처인KB에서 매달마다 추천영화이벤트를 하는데 선착순으로 KB국민스타카드의 할인과 별도로 1장당 추가 2000원 할인을 하고 있으므로 이런 이벤트에 보고 싶은 영화가 있을 경우 예매를 한다면 장당 최대 5500원 할인까지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이마트 KB국민카드도 쇼핑카드의 탈을 뒤집어 쓴 영화할인카드의 일종입니다.(굴비, 카드통합실적 적용)

 

 

인터파크 영화 홈페이지에서 영화예매시 월2회 연8회까지 승인건당 4천원 청구할인이 제공됩니다. 다만 인터파크 영화예매도 맥스무비처럼 예매수수료가 500원씩 추가로 붙으므로 3500원 할인이 제공된다고 보는 편이 바람직하겠죠. 전 주로 이 카드로도 조조영화를 봅니다만.

 

하나투어 KB국민카드, &D카드(2010.08.31로 발급종료) U&D카드(2011.10.28 부로 발급종료) 얘도 거죽은 하나투어의 혹은 우주로 가는 이상한 디자인의 거죽을 쓰되 아무도 거기서 쓰지않는 영화할인용 카드입니다.(굴비, 카드통합실적 적용)

 

 

 

맥스무비에서 영화 예매시 1일 2매, 월 4매, 연간 10매 (1일 2매는 관람일기준, 월/연간 제공매수는 예매일기준)까지 1매당 3500원 할인을 제공하며 최고 7000원 할인(그러니까 2매까지 할인제공)이 됩니다. 이미 목 댕겅댕겅한 카드가 두 개나 있네요. 게다가 &d, U&D는 형제자매카드라 둘 중 하나만 보유할 수 있습니다. 형제X밥 자매X밥 금지입니다

 

 

그 외로 ㅆㅌ카드 중에서 매우매우 바람직한 영화할인카드가 있습니다.

ㅆㅌ카드 발급방법은 예전에 제가 카드발급방법에 대해서 포스팅한 글에서 봐주세요!

씨티 리볼빙 플러스 카드가 바로 그것입니다.

 

 

월 1회, 연 12회 2인까지 월~목요일까지(금토일 국경일 공휴일 할인불가) CGV 현장매표데스크에서 결제시에만(CGV홈페이지 혹은 영화관 티켓판매기에서 결제시 할인불가능) 50%할인혜택을 제공합니다. 단 일반 상영관에 한합니다. 

이 카드는 영화할인혜택 외에도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는데 혜택을 받기 위해서 사용실적을 쌓지 않아도 되는 무실적할인카드라는 점이고, 어디서든지 결제금액의 1%를 포인트로 적립해주며(나중에 10,000포인트 이상시 카드결제금액에서 해당포인트만큼 차감할인 혹은 항공마일리지로 적립가능) 이동통신(olleh, SKT, Uplus) 통신료 카드자동이체 납부시에만(홈페이지 및 지점 즉시납부 할인불가) 4%현장할인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영화할인카드는 이외에도 다른 카드사에 수없이 널려있지만 할인받기 위해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이 드는 KB국민카드와 제가 쓰는 ㅆㅌ카드 위주로 설명해 드렸습니다. 얼마나 할인받을 수 있는지 마지막으로 요약해보죠.

 

KB국민카드 해피포인트체크카드 12회

스타체크카드 12회

Preset 마이포켓선불카드 10회

The CJ카드 12회

MyOne카드 8회

스타카드 10회

이마트KB카드 8회

하나투어KB카드 10회

&D(또는 U&D)카드 10회

리볼핑 플러스카드 12회

 

104회 할인이 가능하네요.

 

이제 돈도 별로 없는 제가 어떻게 영화를 많이 보고 다니는지 의문점이 좀 풀리시나요? 사실 우리나라 영화관람료는 상대국들에 비해서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중국, 일본, 미국 모두 영화 한 편 보려면 10,000원이 우습게 넘어가죠. 게다가 한국에 비해서 영화할인카드가 특별히 많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영화관람에 드는 비용은 압도적으로 비싸게 되는 구조입니다. 제 글을 읽으시고 이 기회에  영화 보기 좋은 한국에서 할인카드로 저렴하게 영화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Aㅏ... 데이뚜는 하든지 말든지 하시구요.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