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쓸만한 주제가 없을까 싶어서 과학저널 기사를 뒤적거리다가 한가지 공유하고 싶은 기사가 있어서 짤막하게 소개해 볼가 합니다.

뇌수막염이라는 질병을 들어보셨나요? 말 그대로 뇌를 둘러싸고 있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병입니다. 병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http://health.naver.com/medical/disease/detail.nhn?selectedTab=detail&diseaseSymptomTypeCode=AA&diseaseSymptomCode=AA000292&cpId=ja2#con 네이버 백과사전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 질병이 최근 몇년 사이 유행병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고 있나 봅니다. 특히나 게이 커뮤니티 사이의 전염병성 질병을 다루는 곳에서요. (좀더 학술적으로 말하면 MSM-men who have sex with men-에서요.)

 

이 그림은 최근 몇년간 MSM에서 뇌수막염으로 인해 사망한 케이스를 표시해 놓은 지도입니다. 뇌수막염 자체야 아이들과 이성 간 섹스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발생하는 질병인데 이게 무슨 대수냐 싶겠지만, 지도에 표시된 케이스들이 아마도 MSM간 섹스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이슈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위에 링크한 네이뇬 백과사전을 잘 읽어보시면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흔한 원인균 중 하나로써 수막구균(Neisseria meningitides) 이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이 균이 신체내에서 서식하는 장소는 보통 코와 목의 점막이라고 하는데요, 위의 케이스에서 사망한 게이 남성들의 경우 직장과 요도에서 균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막 연구가 이뤄지기 시작한 시점이기 때문에 아직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 알 수는 없지만, 한가지 가능성이 높은 설명은 Neisseria meningitides를 보유하고 있던 게이 남성이 다른 게이 남성에게 전파시켰다고 설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연구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Neisseria meningitides가 새로운 전파방식과 서식환경을 획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인가 봅니다. 또한 흡연이 상피세포를 보호하고 있는 점막층을 약화시켜서 Neisseria meningitides의 감염기회를 높이는 것처럼, 애널섹스 자체가 어떤 자극원인이 되어서 Neisseria meningitides에 대한 감염기회를 높이는 것은 아닐까 라고 여기고 있나 봅니다.

물론 아직은 가설에 불과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실험들이 이뤄져야 하겠습니다만, 생물학을 공부하는 저는 나름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설명이기는 하네요. 이에 대한 후속 연구는 아마 곧 이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생물학을 공부하는 저로서는 기존에 있던 어떤 병원성 세균이 새로운 전파방식과 서식환경을 획득한다는 것 자체는 크게 놀랍지는 않습니다. 진화론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사람의 몸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가 사람의 행동에 따라 진화적 선택압을 받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항생제를 많이 사용함에 따라 항생제에 대한 저항성을 진화시킨 세균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이 경우도, 오랄섹스와 애널섹스를 하는 집단이 늘어남에 따라 원래는 코와 목의 점막에 살던 Neisseria meningitides가 비슷한 환경의 요도와 직장 (이 두 조직 역시 상피조직과 점막으로 둘러쌓여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죠.)으로 생태적 지위를 확장했다는 설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뇌수막염은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한 질병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현재 몇몇 서구권 국가들 또는 도시들은 MSM들을 대상으로 한 뇌수막염 예방접종을 시행 또는 권고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럼 다들 더운 여럼 안전하게 포풍쎅쓰.

http://www.sciencemag.org/content/341/6144/328.full 의 기사내용을 참고하였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