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사이언스(Science)지에 엠바고까지 걸면서 출판된 논문이 있어서 궁금한 마음에 읽어보고 내용을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최근에 저도 인터넷 뉴스를 보고 찾아본 논문인데, 뉴스를 통해 소개된 내용은 대게 이렇군요.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3080259

http://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150102601021

뉴스에서 말하는 대로 학계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는지 까지는 잘 모르겠고이슈가 될 만한 내용이라서 내용을 공유해 봅니다.

 

암이 모든 조직에서 동일한 확률로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직 마다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폐의 경우 6.9%, 갑상선 1.08%, 0.6%, 골반 0.003%, 후두연골 0.00072% 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이미 백여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왜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지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연구들이 되어 왔고, 흡연, 알코올 섭취, 자외선 노출,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와 같은 인자들이 암 발생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만약, 암이 단순히 이러한 인자들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라면, 동일한 종류의 위험인자에 노출되는 장기들은 비슷한 수준의 암 발생률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비슷한 수준의 위험인자에 노출 되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소화관의 경우[각주:1], 식도 0.51%, 대장 4.82%, 소장 0.2%, 0.86% 로 암 발생에 있어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조직에 따라 그 편차가 더 큰데, 만일 외부 요인이 암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면 외부의 환경적 요인을 직접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장기보다 그렇지 않은 장기가 암 발생률이 더 낮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상을 보면 외부 물질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소장(0.2%)에서 보다, blood-brain barrier(BBB)[각주:2]로 보호받는 뇌의 암 발생이 3배 가량 높은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전적 소인과 암 발생 간의 관계는 어떨 까요?

APC라고 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증후군(familiar adenomatous polyposis (FAP) syndrome)이 발생하게 되는 데, 이것은 소장과 대장에 암을 유발시키는 매우 강력한 위험인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들 환자는 소장보다는 대장에서의 암 발생이 훨씬 많이 관찰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암 발생을 설명하는 데 있어 이러한 불일치를 설명하고자 이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자들은 기존에 알려져 있던 환경적, 유전적 요인 외에 제 3의 요인을 도입합니다. 어렵게 말하면 각 조직 내 줄기 세포의 평생 분열 횟수에 따른 확률적 영향 (The stochastic effects associated with the lifetime number of stem cell division within each tissue.)’ 이고 쉽게 말하면 운빨(bad luck)’ 입니다.

암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theory) 중에 체세포 돌연변이설(somatic mutation theory of cancer)’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암이 유전적인 또는 후성학적[각주:3]인 변화에 의해 발생하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배웠으리라 믿는데, 세포가 분열할 때 기존의 DNA를 주형 삼아 새로운 DNA를 합성합니다.

<반보존적 복제의 좋은 예>

그런데, 이 과정은 완전무결한 과정이 아닙니다. 인간의 DNA는 약 30억 개의 염기서열로 이뤄져 있고,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일정한 비율로 주형 DNA를 잘못 읽는 오류가 발생하고 이는 조직 마다 거의 동일한 비율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돌연변이는 무작위적으로 발생하고 대개는 중립적인 영향을 주지만, 일부 돌연변이는 암 발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게임의 크리티컬 데미지와 같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 까지는 기존부터 해오고 있던 생각이고, 딱히 새로울 것은 없는 시야입니다.

여기서 이 논문의 진가가 드러나는데, 논문의 저자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 그런데 조직의 항상성을 유지하려면 줄기 세포가 계속해서 분열해야 하잖아?[각주:4] 그럼 세포 분열을 많이 한 조직일수록 확률적으로돌연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겠네? 그럼 그러한 조직들은 그렇지 않은 조직들 보다 암 발생률이 더 높겠네? 어라? 그럼 이거 암에 걸리는 건 운빨이 중요한 거 아냐?” 라고 까지 사고를 확장시킨 겁니다.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연구자들이 직접적으로 실험을 하고 이를 통해 가설을 검증한 것은 아닙니다. 대신, 문헌 검색을 통해 기존에 조직 별로 줄기 세포를 정량적으로 측정해 놓은 논문들을 취합하고,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31가지 조직이 선정 되었고, 이들 조직에서의 암 발생 빈도를 대조하였습니다.[각주:5]

그래프가 2개 밖에 없는 간단한 논문이라서 데이터도 함께 보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도표의 X축은 사람의 평균 삶 동안 각 조직의 줄기 세포의 분열 횟수를 나타낸 것이고, Y축은 그 조직에서 암이 발생할 위험도를 나타낸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계산된 값들을 통계처리 해봤더니 줄기세포분열 횟수와 암 발생의 lifetime risk 간에 매우 강력한 상관관계가 발견되었다는 내용입니다.

논문에 따르면 이 그래프를 통해 각기 다른 조직들 사이의 암 발생 위험도 차이의 약 65%를 해당 조직의 줄기세포 분열 횟수로 설명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사람의 암 발생에 있어서 우연히 발생하는 돌연변이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된다는 것 입니다.

 

다음으로 저자들은 이 확률적인 효과를 환경적/유전적 요인과 구분하고자 하는 계산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를 위해서 “extra risk score (ERS)”라는 것을 고안하였고, 이에 따라 여러 종류의 암을 구분한 것이 아래의 그래프 입니다.

 

 

핵심만 말하면, ERS 수치가 높을수록-그래프에서 파랗게 표시된- 환경적/

 

유전적 요인이 암 발생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암이고 (그래서 deterministic-tumor/D-tumor 라고 명명함), ERS 수치가 낮을수록 줄기세포의 분열 횟수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는 (replicative-tumor/R-tumor) , 운빨이 중요한 암이라는 데이터 입니다.

 

아무튼 이 논문은 소위 운빨이라는 것을 암 발생을 설명하는 세 번째 원인으로 놓고 생각하면, 기존의 견해를 상당부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두 번째 그래프에서 초록색으로 표시되는 R-tumor들은 환경적/유전적인 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D-tumor 조차 이 운빨이라는 것에 환경적/유전적 요인이 부가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이언스 정도의 과학잡지에 암의 주요 원인이 운빨!’ 이라는 결과가 실리면, 직접 논문을 읽고 해석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뉴스 기사만 보고 ㅅㅂ 암 그까이꺼 어차피 복불복 이라는데, 술 쳐 마시고 금연 안해도 되겠구만!’ 이라는 이상한 결론에 다다를 수도 있는데요, 논문이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그것이 아닙니다.

일단 두 번째 그래프를 다시 보면 알겠지만, 동일한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환경적인 요인이 암 발생을 더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암들이 있습니다. 그래프에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을 보면 되는데, 건강한 간과 비흡연자의 폐에서 암이 발생하는 경우는 순전히 운빨로 작용하는 것이 더 크지만, C형 간염 바이러스(HCV)에 감염되었거나, 흡연자의 경우는 이러한 것들이 강력한 외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논문의 특성 상, 줄기세포의 분열 횟수에 관한 내용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조직들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각주:6], 이 결과가 모든 종류의 암에 대해서도 동일한 결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확대 해석하기는 아직은 어렵습니다 (물론 그럴 개연성이 상당히 크다고 말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면 이 연구에서 얻어 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일 까요.

일단 대개의 연구는 원인을 찾아내면서 특정 질병을 고치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의 연구는 원인은 알았지만, 이것이 통제 불가능한 것이므로 이를 이용하여 암을 고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개발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D-tumor에 속하는 암들의 경우 환경적/유전적 요인이 개입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이러한 것들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다면 관련 암의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겠죠 (물론 100% 억제 할 수는 없겠죠). 반면, R-tumor에 속하는 암들의 경우 어차피 개인의 생활 습관으로 예방이 힘든 암 이니만큼, 좀 더 적극적인 조기 검진과 수술적 요법들은 관련 암의 사망률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Referrence

Variation in cancer risk among tissues can be explained by the number of stem cell divisions. Science. 2015 Jan 2;347(6217):78-81


 


  1. 입~항문으로 이어지는 [본문으로]
  2. 혈뇌장벽 이라고도 한다. 뇌로 가는 모세혈관 벽의 내피 세포들이 단단히 결합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화학 물질이 뇌로 들어갈 수 없게 차단하여 뇌를 보호하는 기제. [네이버-실험심리학용어사전] [본문으로]
  3. http://en.wikipedia.org/wiki/Epigenetics [본문으로]
  4. 인체의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끊임없이 새로 만들어지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이를 통해 항상성을 유지한다.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이미 성숙한 조직들에도 성체줄기세포라는 것이 존재하여 조직이 계속해서 새로운 새포들로 교체 될 수 있게 한다. [본문으로]
  5. 때문에 이런 정보를 이용 할 수 없는 조직들은 이 분석 대상에서 제외 되었음. [본문으로]
  6. 주요 암이라고 볼 수 있는 유방암의 경우 분석되지 않았음. [본문으로]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