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내리더니 날씨가 많이 선선해 졌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햇살이 강하네요. 그만큼, 제대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주름엔 악영향을 줄 겁니다.

하지만 인체는 외부환경에 수동적으로 반응하지만은 안습니다. 겉보기에는 크게 변화가 없어 보일지 몰라도 그 안에서는 굉장히 능동적으로 외부 환경에 반응하며, 변화하는 외부환경에 대응하여 인체 내부는 항상 비슷한 환경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자외선은 피부의 세포들에 굉장히 강력한 데미지를 일으키죠. 신체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데미지 역시 내부 환경을 변화시키려는 외부환경의 일종이죠. 때문에 신체는 이러한 자극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일정한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 그렇게 할까요?

한여름의 태양빛을 장기간 받게 되면, 피부가 까맣게 타는 경험은 다들 해보셨을 겁니다. 물론 너무 오랜 시간 태양빛을 쪼이게 되면, 화상을 입고 허물이 벗겨지기도 하죠. 하지만, 적당한 양의(사람마다 달라요) 태양빛을 받게 되면 화상이 아닌 흑화현상을 유도합니다. 쉬운말로 해서 피부가 타는거죠(태닝).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자외선과 피부색에 대한 이야기요.

 

 

여섯가지의 광피부형(Skin phototype)

<어머 세상에. 저런 바람직한 등판을 보았나.>

광피부형(skin phototype)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이는 사람들이 자외선을 쪼였을 때, 피부가 얼마가 까매지는지를 그 정도에 따라 여섯 등급으로 분류한 것입니다. Fizpatirck 박사에 의해 그 기준이 정해졌어요. 분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각주:1]

유럽인들의 경우에는 형과 형의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겠죠. 반면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 인들의 경우는 ~ 형의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을 겁니다. 물론 피부색이라는 것이 한 집단의 구성원들에게서 모두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종형분포(Bell curve)를 그리며 나타나는 것이므로 사람마다 다양한 색깔의 피부색을 가지게 되겠죠.

2000년 대한피부과학회지에 실린 윤재일 외의 저자들에 의해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한국인의 경우 형을 제외한 모든 타입의 피부형이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구성 비율은 타입에 따라 상이한데, 2.4%, 8.8%, 48.8%, 22.2%, 17.8%의 분포비율을 보인다고 합니다. 이중 ~형의 사람이 전체의 88.8%로 존재하고 있다고 하네요. 또한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형의 피부타입을 가진 사람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많았으며, 남성의 경우에는 형의 피부타입이 여성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것은 남녀 간 호르몬의 영향이라고 생각이 되어 집니다.(1)

 

 

왜 광피부형이 사람마다, 인종마다 달라지는가?  

인종마다 피부색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동일 인종 내에서도 피부색의 스펙트럼이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피부에는 멜라닌(melanin)이라는 색소가 존재합니다. 이 멜라닌색소가 인종간 또는 사람들 간에 피부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멜라닌은 크게 검은색/갈색을 띄는 유멜라닌(eumelanin) 빨강색/노란색을 띄는 페오멜라닌(pheomelanin)의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들 두 가지 멜라닌의 비율이 피부색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학을 하게 됩니다.

당연히 피부가 까만색에 가까워 질수록 유멜라닌의 비율이 많아지게 되고, 피부색이 옅어지게 될수록 유멜라닌은 줄어들고 페오멜라닌의 비율이 많아지게 됩니다. 같은 한국사람이라도 피부에서 유멜라닌을 잘 못만드는 사람은 피부가 하얘지고 잘 만드는 사람은 피부가 까매지겠죠.

 

 

 

광피부형과 주름

보통은 간과하기 쉽습니다만, 피부색은 주름의 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런 속설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백인은 동양인에 비해서 피부가 더 빨리 늙는다혹은 노안이 빨리 온다는 얘기요. 사실 이 얘기가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제가 예전에 올렸던 포스팅(여기)에서 자외선과 피부노화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죠. 그리고 피부노화의 원인이 되는 자외선에는 UVAUVB 두 가지가 있고요.

또한 서로 다른 파장을 지닌 UVAUVB는 피부를 침투하는 능력 역시 다릅니다. UVB같은 경우 피부의 표피와 진피의 경계부분까지만 통과하는 반면, UVA는 진피 깊숙히 침투를 하죠.[각주:2]

그런데 유멜라닌은 자외선을 차단하는 능력이 있습니다.[각주:3] 비록 자외선을 차단 할 수 있는 능력은 그렇게 크지는 않습니다만, 차단제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비교해 본다면, 피부색이 짙은 사람일수록 하얀 사람에 비해서 자외선을 차단하는 효과가 좀 더 크겠죠. 그리고 이것이 평생에 걸쳐 누적된다면 그 효과는 아무래도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흑인과 백인간에 생기는 주름의 유형을 비교해 봤을 때, 백인의 경우가 흑인에 비해 좀 더 광노화가 심하게 진행된다는 연구결과들이 이를 뒷받침 합니다.[각주:4]

 

 

다양한 피부색

인류의 기원에 대한 여러 가지 이론들 중, 아프리카 단일기원설이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는 이론입니다.[각주:5] 이 이론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에 퍼져있는 인간집단들은 아프리카에서 퍼져나간 어떤 집단의 후손들 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현재 전세계에 퍼져있는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모두 아프리카 흑인이 가졌던 검은 피부색에서 파생되어 나왔다는 이야기죠.

그리고 사실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하는 분자적인 수준에서의 증거들 역시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흑인의 경우 멜라닌을 엄청나게 많이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멜라닌의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모두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피부색이 옅어질수록 멜라닌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에 변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서, 흑인의 경우 100%의 기능을 가진 유전자 사본들이 그 외의 집단들로 갈수록 점점 그 기능이 다운그레이드 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각주:6]

그리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사람들마다 다른 유형의 광피부형을 갖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오늘은 간단하게 피부색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서, 다양한 피부색을 나누는 의학적인 기준인 여섯 가지 광피부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각자 한번 자기는 어떤 피부형에 속하는 거 같은지 확인해보세요. 저는 ~ 형의 어딘가 쯤에 속해있는 것 같네요.

 

그럼 다음시간에 다시 만나요. 안녕.

 

 

출처

     1. Fitzpatrick 분류법에 따른 한국인의 광피부형. 대한피부과학회지. 2000;38(7) : 920-927

 


  1. Fizpatrick식 광피부형의 경우 자외선 노출 정도에 따른 후천적인 영향을 크게 반영한다는 것과, 백인의 경우 분류가 쉬우나 갈색피부의 한국 사람들과 같은 아시아인의 경우 단순하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기준이라고도 하네요. [본문으로]
  2. 여담입니다만, 그래서 UVA차단 기능이 있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중요해요. UVA는 진피 깊숙한 곳에 광노화를 유도할 수 있어서 깊고 굵은 주름을 만들 수 있어요. [본문으로]
  3. 반면 페오멜라닌의 경우 자외선 차단능력이 없어요. 오히려 자외선에 의해서 활성산소를 발생시킬 수 있고, 이것은 피부암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백인에게서 피부암이 많은 한가지 원인이죠. [본문으로]
  4. 물론 흑인 역시 주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은데, 이는 진피 깊숙히 침투하는 UVA의 경우 흑인들에게도 계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흑인들역시 광노화에 의해 깊고 굵은 주름이 생기게 된다도 해요. 다시한번 강조되는 자외선 차단제 사용의 중요성. [본문으로]
  5. 다지역기원설 이라는 이론역시 존재합니다만…저는 여러 가지 증거들에서 단일기원설이 좀 더 사실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본문으로]
  6.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이유로 가장 설득력을 지니는 이론은 자외선-엽산 파괴/비타민D 합성 간의 균형이 피부색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이건 다음에 좀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지요. [본문으로]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