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안녕하세요. Team Chatterbox에서 생물담당(응..?)을 맡고 있는 야생형(wildtype)입니다. 앞으로 제가 전달해 드릴 정보는 거의 99% 생물에 대한 제 개인적인 관심사를 다루게 될 예정입니다. 또한, 저는 ‘과학적 글쓰기’에 익숙한 사람이기 때문에, 제가 올리는 연재물들은 모두 이미 발표된 내용에 기반하여 쓰여질 것입니다. 제 글엔 미사여구 라던지, 수사적 표현 이라던지 하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어쩌면 투박해 보일 수도 있지만, 담백한 기분으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선, 이번에 팀 블로그를 하면서 가장먼저 연재하려고 하는 주제는 ‘피부노화(Skin Aging)’입니다. 앞으로 한동안, 주름이 왜 생기는지, 주름 생성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 주름 생성을 촉진 하는 생활 속 요인들 등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를 다뤄볼까 합니다. 학문적으로 보았을 때 각각의 주제들 자체가, 굉장히 광범위한 내용들이어서 모든 내용을 전달해 드릴 순 없고 최대한 간략하고 이해하기 쉽게 간추려 볼까 합니다.

그리고 시작하기 전 당부의 말을 드리면…저는 사실 피부가 ‘어떻게 늙게되는가?’ 라는 메커니즘적인 측면에 관심이 있어요. 물론 메커니즘을 공부하다보면 ‘예방을 어떻게 해야겠다.’라는 이론적인 측면이 도출되긴 하지만, 저는 ‘있는 주름을 없앤다’ 던지, ‘주름개선에는 어느 회사의 어떤 화장품이 좋다더라’ 와 같은 글을 쓰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관심 있긴 하지만 제가 미용업계 종사자나 피부과 전문의는 아니니 저런 내용에 관해서는, “샾 & 피부과 원장님과 상의하세요.”

그럼 시작해 볼까요? 우선, 간단하게 피부라는 것이 어떤 구조를 가진 기관인지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합시다.

 

1) 피부의 구조와 역할

흔히 ‘노화’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부터 떠오르나요? 개인적인 경험상, 제가 노화를 공부한다고 하였을 때 대개의 사람들은 “나 늙지 않게 좀 해줘” 혹은 “나중에 획기적인 주름개선 화장품 개발하는 거야?” 정도의 반응을 보이더군요. 그래요,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있어서 노화라는 현상은 보통 ‘외형적인 늙음’이 제일 먼저 떠오르나 봅니다. 주름진 피부, 피부에 생기는 기미, 검버섯, 탄력을 잃은 피부, 새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카락 등 노화에 따르는 부수적인 변화들은 흔히 사람들에게는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죠. 개인적으로, 노화라는 현상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노화란,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현상’ 정도로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맞아요. 우리는 늙는 것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이해한 것들에 기초하여 적어도 외형적인 늙음을 지연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이 늙었다는 정도를 판단할 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어디일까요? 저는 단연 얼굴, 그 중에서도 ‘피부’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보통 우리가 ‘노안이다’ 혹은 ‘동안이다’ 라는 기준이 바로 얼굴 피부의 상태를 보고 판단하게 되는 거잖아요.

피부는 우리 몸의 여러 가지 장기들 중 하나 입니다. 보통 ‘장기’라고 하면 우리 몸 속에 감추어져 있는 내장기관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피부는 눈과 더불어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장기이며(사실상 유일한 장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한 신체 장기들 중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장기이기도 합니다. 산술적으로 나타내었을 때, 성인은 1.6㎡, 어린이는 1.0㎡ 정도의 넓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피부는 신체에서 어떤 기능을 하고 있을까요?

 우선 첫 번째로, 외부 환경으로부터 신체 내부를 보호하는 물리적 보호막으로써 기능합니다. 신체 외부에서 호시탐탐 우리 몸 안으로 침투할 기회만을 엿보고 있는 수 많은 미생물들의 침입을 예방하죠. 또한, 신체의 수분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장벽’으로써 기능합니다. 특히, 이러한 물리적 기능을 수행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표피’의 ‘각질층’ 이에요.

 

피부의 간단한 구조 그림을 넣어보았습니다(Farage, Miller et al. 2007). 피부는 크게 표피층(epidermis)진피층(dermis)으로 나눌 수 있어요. 각각의 층들은 다시 여러 개의 층으로 구분 가능하지만 일단은 표피와 진피만을 생각하도록 합시다. 이 중, 각질층(stratum corneum)은 표피의 가장 바깥에 존재하는 층(layer)입니다. 흔히 우리가 '때'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각질층의 각질들 입니다. 보통 목욕탕에 가면 각질층을 벗겨내는데 모든 힘을 집중하시는데요, 사실 피부학적으로 보았을 때는 정말 안 좋은 습관이에요. 각질층은 굉장히 얇은 층이기  때문에 스카치테이프를 피부에 여러 차례 붙였다 떼었다 하는 행동만으로도 모두 제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얇은 층이 미생물의 침입을 억제하고 피부의 수분 손실을 막아주는 천연 보호막 역할을 한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실제로 피부과 선생님들 중에서도 때를 밀지 않으시는 분들이 많이 있고, 저도 때를 밀지 않은지 4~5년정도 되었답니다. 샤워할 때 비누칠 잘 하고, 샤워 후 바디로션 등으로 보습만 잘 관리해 주면 때를 밀지 않아도 각질층이 하얗게 일어나는 것은 예방 할 수 있어요.  

피부가 수행하는 두 번째 기능은, 비타민D의 합성입니다. 사람은 음식물을 통해 비타민D를 얻거나 아니면 햇빛을 통해 피부에서 비타민D를 합성해야만 해요. 신체에서 비타민D의 결핍은 골다공증을 비롯한 여러 질병을 일으킬 수 있어요. 비타민D는 피부에서 일차적으로 생성된 다음 최종적으로 신장으로 가서 우리 몸이 이용 가능한 형태로 바뀌게 됩니다.

그 밖에도, 땀의 배출을 통한 체온조절, 외부의 감각을 인식하는 감각기관으로 기능하고 있고, 또한 오늘의 주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람의 외모를 결정 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죠.

요 몇 년 사이, 한국에서 미의 기준에 ‘동안’이라는 항목이 새롭게 추가되었죠. 각종 동안 대회며, 동안으로 가꾸어 준다는 미용 용품 등, 동안인 것이 외모상 하나의 강점으로 부각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동안과 노안을 나누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요? 저는 1) 주름, 2) 피부의 탄력, 3) 트러블의 유무 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나이라도 주름이 많고, 탄력이 떨어져있고, 여드름을 비롯한 피부 트러블이 많이 있는 얼굴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나이 들어 보이겠죠? 이러한 요소들 중, ‘주름’에 초점을 맞춰보려 합니다.

 

2) 주름 왜 생기나?

학문적인 영역에서는 피부노화를 크게 ‘내인적 노화(intrinsic aging)’‘외인적 노화(extrinsic aging)’로 나누고 있습니다.[각주:1] 내인적 노화는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입니다. 반면, 외인적 노화는 피부를 늙게 만드는 모든 외부요인에 의해 촉진되는 노화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자연적인 노화 과정에 일종의 가속페달을 밟는 격이라고나 할까요? 여기에는 공해, 흡연, 스트레스, 알코올 섭취 등이 포함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자외선’ 입니다. 수많은 논문들에서 말하길 자외선은 전체 얼굴 피부노화의 80%까지 차지한다고 합니다(Uitto 1997). 그래서 흔히 외인적 노화를 일컬어 광노화(photoaging)라고 하기도 한답니다. 즉, 외부요인에 의한 가속화되는 피부노화의 속도를 늦추고 싶다면(특히 주름살) 무엇보다도 자외선의 차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피부노화에서 자외선이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요?

피부를 구성하는 성분들 중, 가장 많이 존재하는 성분은 콜라겐(collagen)입니다. 콜라겐은 피부의 구조를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해요. 주름이 없이 팽팽한 피부는 콜라겐이 잘 생성되면서 콜라겐이 적절한 구조[각주:2] 를 유지하는 피부죠. 반면, 피부에 콜라겐이 부족하고 제대로 구조를 이루지 못하게 되면 주름이 생성되게 됩니다. 그렇다면 합성되는 것만 중요할까요? 아니죠. 기능을 다하거나, 손상 받은 콜라겐을 잘 제거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피부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시 말해 주름 없는 피부를 유지하는 것-는 콜라겐을 생성 하는 것과 분해 하는 것, 이 두 가지 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유하자면, 균형을 맞추고 있는 시소와 같은 관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콜라겐이 너무 많아도 병적인 상태가 되고, 너무 없어도 문제가 되겠죠(예를 들면, 오늘의 주제인 주름과 같은 현상이요).

자외선이 콜라겐의 합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은 아직 논란이 있는 부분이라 생략하기로 할게요. 반면,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피부가 자외선을 받으면 콜라겐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 효소의 양이 증가하게 됩니다. 이러한 효소를 MMPs[각주:3] (Matrix MetalloProteases[각주:4])  라고 하며, 이 효소들에 의해 콜라겐 등이 분해된다고 알려져 있어요. (MMPs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적으로 그 양이 증가하기도 해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주름 없이 팽팽한’ 피부란, 콜라겐의 생성과 MMPs에 의한 분해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직 젊을 때는, 비록 자외선에 의해 MMPs의 발현이 증가하여 콜라겐의 분해가 많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그만큼 새로 생성되는 콜라겐의 양이 많기 때문에 주름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나이가 들수록 자외선에 의한 영향이 축적되고 콜라겐 분해가 콜라겐 합성보다 우세해 지는 시점에 도달하게 됩니다. 즉, 피부를 지지하는 구조물 역할을 하는 콜라겐의 절대량이 감소하게 됨으로써 주름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나이가 많아질수록, 그리고 자외선을 많이 받을수록 피부에서 MMPs의 발현이 증가되고, 이로 인해 콜라겐 분해가 합성보다 우세해지고 그러한 과정이 수십 년에 걸쳐 지속된 결과물로써 주름이 형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각주:5]

그렇다면 우리가 피부가 늙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할 지라도, 지금까지 읽어본 지식을 통해 최대한 주름발생을 지연시킬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건 바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 입니다. 태양광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완전히 노출되지 않을 수야 없죠. 때문에 평소에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발라주는 습관이 매우 중요합니다. 평소엔 바르지 않다가 놀러 갈 때만 바르는 당신! 기억하세요. 주름이란 어느 순간 느닷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아님을. 주름은 평소의 생활습관이 누적되어 발생하는 현상이란 것을. 다시 말해, 평소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돌보느냐에 따라 10년 20년후 당신의 피부가 주름으로 쪼글쪼글해질지 아니면 동안이시네요 라는 소리를 듣는지 결정된다는 것을요.

모든 의학이 그렇듯, 예방은 치료보다 중요합니다. 주름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모를까, 주름이 생기는 것이 싫다면, 평소에 얼마나 잘 관리해 주느냐가 중요하겠죠. 비록 지금은 노안소리를 듣는 당신일 지라도, 꾸준한 자외선 차단제의 사용과 관리가 10년후 당신을 동안 소리 듣게 만들어줄지 누가 아나요.[각주:6]

 


다음글 읽으러가기 #1. 피부노화(Skin Aging) - 2. 자외선 차단제, 알고 바르자 -1부-



<출처>

Farage, M. A., K. W. Miller, et al. (2007). "Structural characteristics of the aging skin: a review." Cutan Ocul Toxicol 26(4): 343-357.
 
Uitto, J. (1997). "Understanding premature skin aging." N Engl J Med 337(20): 1463-1465.



  1. 내인적 노화와 외인적 노화에 의해 생기는 피부노화의 결과물은 서로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전자가 상대적으로 매끈하고, 창백하며, 미세한 주름과 같은 현상을 나타내는 반면, 후자의 경우는 거칠고, 깊은 주름, 그리고 색소침착과 같은 형태로 나타납니다. [본문으로]
  2. 여기서 ‘구조’라는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포에서 분비된 콜라겐들이 적절한 형태로 결합하여야만 제대로 기능을 하게 된답니다. 벽돌을 아무렇게나 쌓아둔다고 집이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의 원리에요. 벽돌을 제대로 쌓아야 집으로써 기능할 수 있죠. [본문으로]
  3. 소문자 s는 MMP라는 효소에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음을 뜻합니다. 대표적인 MMP들로는 MMP-1, MMP-2, MMP-3, MMP-9, MMP-13등이 있어요. 이들 효소는 구조적으로 유사점이 많지만, 하는 역할이 조금씩 다르답니다. 본 글에서는, 굳이 이것들의 종류를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여 하나로 뭉뚱그려 표현했습니다. [본문으로]
  4. 또한 MMP의 의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matrix는 피부의 기질을 말합니다. 피부는 세포와 세포가 분비하는 여러 가지 단백질 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기질은 세포가 세포 밖으로 분비해놓은 물질들, 예를 들면 콜라겐이나 엘라스틴과 같은 구조물들 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겠네요. 이러한 기질은 보통 단백질들로 구성되어 있고, 조직의 형태를 유지하거나, 세포가 잘 붙어있게 할 수 있는 지지체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metallo-라는 것은 말 그대로 metal 금속을 뜻합니다. MMP라는 효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아연이온(Zn2+)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답니다. prote- 이것은 protein 즉, 단백질을 말하고, -ase 는 효소라는 의미죠. 다시 말해, protease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라는 의미가 됩니다. 정리 하자면, matrix metalloprotease란 ‘기질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 정도의 의미가 되겠네요. [본문으로]
  5. 물론, 주름의 원인이 오로지 MMPs증가와 콜라겐 감소만 의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피부에서 콜라겐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보았을 때,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은 사실이죠. 또한, 다른 세부적인 내용을 모두 다루기엔 글의 내용이 너무 복잡해 질 듯 하여, 그 외의 원인들에 대해서는 생략하기로 하였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다뤄보기로 할게요. [본문으로]
  6.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표현인데요. 동안과 노안이라는 것은 결국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가능한 표현입니다. 우리가 동안이라고 표현할 때, 본인 연령대의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어려 보이는지가 기준이 되죠. [본문으로]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