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 기갈스러운 새벽이네요.

여러분, 잘 살아가고 계신가요?

  최근 제가 동아리방에서 인상깊게 읽은 만화책이 있습니다. BL만화가로 유명한 요시나가 후미의 <어제 뭐 먹었어>가 바로 그 작품이죠. 여기에 나오는 남자주인공이 게이라는 사실을 더 이상 설명해드릴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여튼 제가 그 만화책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이유는 그 남자 주인공이 무척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소재로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날마다 자신이 먹을 요리를 생각해가며 마트를 돌아다니고 그에 알맞은 저렴한 재료를 사는 모습들은, 적어도 게이들에 대한 로맨스판타지로 가득 차 있는 BL만화책에선 찾기 힘든 것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 욕구불만과 게이판타지에 가득 차 있는 허난설헌 언니들이 집필하는, 지랄수와 집착광공이 난무하는 야오이에선 더욱 나오기 힘들구요.

 

, 게이들이라고 뭐 다를 줄 알아요? 어느 기갈년 남친이 바람을 폈다는 가십이 폭풍처럼 티타임을 휩쓸고 지나가고, 퀴어퍼레이드에 놀러나갔다가 운수좋게도 남친 생긴 년 이야기가 테이블 위에 오르는 경우는 있어도 마트에서 주방세제 1+1할인행사 한다더라, 어디 은행 적금이율이 다른 은행보다 0.5% 높다더라는 이야기는 나온 걸 본 적이 없습니다. 나란 년,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기로 게이들끼리 수다 떨어보는 게 소원인데 뭐 그리 어려운 소원이라고 아직까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내가 언제 원빈 만나고 싶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왜 들어주지 않는거야? 쳇, 짜증나.영화배우들은 정작 많이 만나봤는데 말이죠.

 

각설하고,

 장미빛 환상도 우리 게이들 인생에 그 나름대로 기여하는 바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전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한 파트너를 오랜 기간 만나기 쉽지 않은 사람들 중 한 사람으로서 보다 현실적인 삶들로 꽉꽉 들어찬 세상을 체험하고 싶어합니다. 그런 점에서 <어제 뭐 먹었어>는 비록 허구로 구성된 창작물에 불과하지만 보다 현실적인 정보에 대한 제 욕구를 만족시켜 주었던 거구요. (그런 점에서 조반유리와 샤오즈키님은 반성하도록 하세요! 실생활의 지혜로 가득 찬 야오이를 쓰란 말이다아아아아!) 요시나가 후미가 만화책에서 요리라는 소재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다뤄 우리 게이들의 삶을 현실 앞으로 얼마 간 끌어당기는 결과를 가져왔다면, 저는 앞으로 기본적인 재테크적 마인드와 상품들에 대한 글을 써서 어슴푸레한 수면 위로 게이들을 끌어올려 숫자들로 빼곡한 회색빌딩숲에 착지시키려고 해요.

 

게이, 더 나아가서 성소수자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어서 각자의 경제적 능력에는 큰 편차가 있을 겁니다. “돈에 쪼들려서 그런데 10만원 가지고 한 달 동안 도시락 싸들고 다닐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수시로 웹에 올려서 이에 짜증난 나머지 제가 그냥 소림사 들어가서 벽곡단 먹으면서 한 달 동안 면벽수련하세요.”라고 조언을 드리고픈 생활고에 가득 찬 게이도 있겠죠. 반면에 제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새벽에도 강남에 위치한 고급스런 이자카야에서 애인으로 삼고 싶은 남자 앞에서 거들먹거리며 사케를 킵해놓는 부유한 게이들도 어딘가는 있을테구요.

 

저만 해도 아직은 대학생이라서 제대로 된 경제적 소득은 없는 한계로 큰 돈을 벌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글은 쓰질 못해서 괜히 죄송한 마음이 앞서네요. 그저 제 분수에 맞게 제가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은 글은 은행, 카드사, 보험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용할 수밖에 없는 금융상품 등을 고르고 이용할 때 자신의 이해관계에 충분히 맞는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데 그 목적이 맞춰져 있습니다. 또한 고기를 직접 잡아주기보단, 고기를 쉽게 잡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힘있게 꿋꿋하게 쓸 것입니다. 현실적 한계로 인해 얼마나 자주 밀도 있는 글을 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만, 적어도 이 글을 그만 두게 되었을 즈음엔 여러분도 저도 어느 정도 목적했던 바를 이루기를 바랄 뿐입니다.

 

여러분 모두 부자 되셔서 행복하게 사세요~

 

-stress surplus로 가득찬 삶을 살아가는 잉여게이 stress surplus 올림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