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위생 시대의 출현

깔끔한 것은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의 남자도 깔끔한 남자에요. 물론 오늘 남자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하고 싶지만)

언젠가부터 한국사람들도 점점 위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위생은 중요해요. 특히 전염성 질병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요. 이제 비위생적인 환경이 전염병의 원인 이라는 것은 특별히 강조할 것도 없는 사실이죠. 특히나, 최근 몇 년간 사스, 조류독감, 신종플루 등등의 위협이 있고부터 위생에 대한 관심이 부쩍 증가한 것 같아요. 저런 전염성 질병이 세계적인 맹위를 떨치고 있을 때, 각종 개인위생 용품들의 품귀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었죠.

사실, 인류는 불과 몇 세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각종 전염성 질병으로 위협받고 있었죠. 유럽인구의 1/3을 절멸시켰다는 흑사병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죠.

 

위의 도표(1)를 보시죠. 1900년대와 2010년의 사망원인을 분석해 놓은 그림입니다.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보이시나요? 1900년대의 표를 보시면 1위 폐렴 또는 독감, 2위 결핵, 3위 감염성 장질환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현대인에게서 많이 발병하는 심혈관계 질환은 4위와 5위의 사망원인인 것을 알 수 있죠. 그런데, 2010년에는 이러한 수치가 뒤집히게 됩니다. 1위에 심장질환 그리고 2위에 암이 랭크되어있죠.

불과 100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망 1~3위를 휩쓸었던 각종 감염성 질환들은 현대에는 비교적 드문 사망원인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을 까요?

현대 의학이 발전하면서, 각종 질병의 원인이 위생적이지 못한 환경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한 개인위생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죠. 개인적인 위생환경의 개선과 더불어 과거에 비해 좋아진 영양 상태는 현대인을 전염병의 위험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면 그것은 동화 속 해피엔딩. 하지만 우리는 현실을 살죠.

 

 

선진국형 질병의 증가

선진국형 질병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지 않은 개발도상국이나 제3세계 국가와 비교해 보았을 때, 소득수준과 개인위생 수준이 높은 국가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발병하는 질병들을 말합니다. 심장질환, , 당뇨와 같은 질병을 비롯하여, 천식, 아토피, 알러지와 같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다양합니다.

이러한 질병들 중, 오늘 이야기 하고자 하는 주제에서 눈 여겨 보아야 할 범주의 질병이 있습니다. 바로 천식, 아토피, 알러지와 같은 면역계의 과민반응이 그 주된 원인 중 하나라고 알려진 질병들 입니다.

위의 도표(2)2005~2011년까지의 아토피 진단율의 통계자료 입니다. 90년대 이전의 자료와 비교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찾지를 못했어요. 보시는 바와 같이 해마다 아토피를 진단받는 학생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이러한 차이는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에게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동일한 나이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도, 매년 아토피로 진단받는 학생의 수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아토피를 진단받는 전체 학생수가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와 비교했을 때, 동일 나이 대에서 아토피를 진단받는 학생 수 역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도표(3) 하나만 더 보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아토피가 발생한 사람들을 나이대별로 분류한 그래프 입니다. 재미있는 점이 눈에 보이시나요?

19~20세까지의 연령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 눈에 띄게 아토피의 발생률이 높은 것 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가 갈수록, 30대에서의 발생률도 높아지고 있네요. 아무튼 다른 나이대의 사람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10~30대에 이르는 사람들에서 아토피의 발생이 눈에 띄게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그리고 재미있게도, 이들 나이대의 사람들은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이죠. 그리고 이 시기는 소득이 향상되면서 개인 위생상태가 좋아지기 시작하는 시점과 맞물리고 있습니다.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의 대두

위생 가설(Hygiene hypothesis)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위생상태가 나쁜 저개발국가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천식, 아토피, 알러지와 같은 면역계의 과민반응으로 인해 생기는 질병들이 위생 상태의 개선에 의해서 발생한다는 가설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위생가설을 뒷받침 하는 많은 연구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최근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하나 발표된 바 있죠.(4)

존스 홉킨스 대학(Johns Hopkins University )에서 인류학과 유전학을 연구하는 캐슬린 반스(Kathleen Barnes)라는 사람에 의해서 수행된 연구가 그것입니다.

반스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은 브라질의 콘데(Conde)라는 마을 주민을 상대로 연구를 진행하였어요. 이 마을 주민의 85%는 '만손 주혈흡충(Schistosoma mansoni)'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기생충에 감염된 마을 사람들에게 기생충약을 복용시켜 기생충을 제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관찰하였어요. 연구결과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기생충이 제거 되자 갑자기 천식과 알러지의 발병이 증가한 것입니다.

이게 고무된 연구팀은 과연 어떤 유전자가 이런 현상과 관계가 되어 있는지를 연구하였죠. 그 결과, 5개의 후보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 유전자들은 모두 기생충의 감염에 저항성을 갖게 해주는 유전자들이었죠. 더욱 놀라웠던 것은, 이들 유전자가 천식과는 역상관관계(inverse correlation)을 갖는 다는 것이었습니다. , 기생충의 감염에 저항성을 갖도록 해주는 유전자가 오히려 천식이라는 질병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이었어요.

우리의 면역체계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너무 활동적이거나 활동적이지 않은 어떤 적절한 지점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어야 합니다. 콘데 마을의 주민들은 연구가 시작되기 전에는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었고, 이들의 면역계는 기생충의 침입에 저항하는데 세팅되어 있었겠죠. 하지만, 기생충이 제거되어 버리자 기생충에게 세팅되어 있던 면역계가 갑자기 할 일을 잃어버린 거죠. 그리고 이러한 과하게 흥분한 면역계가 아마도 천식과 알러지 증상과 같은 과민성 면역질환을 일으키는데 일조하지 않았나 생각이 되어집니다.

 

문제는 다양한 항원에 노출될 기회가 적다는 것 

앞서 살펴본 연구의 마을 사람들처럼, 한때 한국 사람들도 각종 기생충에 취약하던 시절이 있었죠. 하지만, 이제 이러한 기생충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기생충이 아니더라도, 예전에는 주변환경이 수많은 종류의 미생물을 접하기 쉬운 환경이었죠. 1g에는 최소 수백만 최고 수억에 이르는 미생물이 있다고 해요. 그 가짓수만 해도 엄청나겠죠. 그리고 우리의 면역계는 이러한 미생물을 외부물질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면역반응을 통해 방어선을 구축합니다.

하지만, 요즘의 아이들은 이러한 미생물들에 노출될 기회가 부족하죠. 절대적인 노출 빈도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노출되는 미생물의 절대적인 가짓수도 부족한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흙으로 둘러싸인 환경과, 콘크리트가 주가 되는 환경 중에서 어떤 곳에 미생물의 종류가 더 풍부할 지는 분명하죠.

그리고 또한 최근 과학학술지 Science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어릴 적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에 노출되는 것이 면역계를 강화시켜 성인이 된 후에 과민성 면역질환에 걸릴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죠.(5)

이러한 많은 결과들로 미뤄보았을 때, 분명 너무 청결한 환경은 일부 면역관련 질환의 발생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되어 집니다.

 

그렇다면...

부모님들에게 있어 아이들의 건강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겠죠. 내 아이는 더 깨끗하고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은 그 마음 공감합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죠. 무엇이든 지나치면 문제가 됩니다. 인간 진화의 역사에서 우리가 이처럼 청결한 환경에서 생활하게 된지는 고작 많이 잡아야 1세기가 조금 넘었을 뿐입니다.

인간처럼 세대가 느린 생물에서 1세기는 어떤 진화적 변화가 나타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죠. 그리고 여전히 우리의 몸은 많은 부분이 각종 전염성 질병과 고군분투하던 선조들의 면역체계에 맞춰져 있어요.

위생가설에서는 이러한 면역계가 갑자기 싸울 대상을 잃어 버림으로써 그 결과로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 하는 연구결과들이 점점 쌓이고 있어요.

그리고, 위생가설에 바탕을 두고 이러한 질병을 치료해 보고자 하는 시도가 최근 증가하고 있어요. 실제로 기생충알을 투여하여 일부러 기생충에 감염되게 한 뒤, 여러 가지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해요.(6)

개인 위생의 개선은 인류를 각종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었죠. 하지만 그 대신 다른 질병이 그 빈자리를 채웠죠. 그리고 우리는 이제서야 이 두 가지 간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첫걸음을 떼었을 뿐입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죠. 하지만 한가지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깔끔한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과하게 깔끔한 건 때론 좋지 않기도 해요.

 

<출처>

1. Jones, D. S., Podolsky, S. H., and Greene, J. A. (2012) The burden of disease and the changing task of medicine.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66, 2333-2338

2. 국가통계포털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 : 아토피피부염 의사진단율'

3. 국가통계포털 '국민건강영양조사 : 아토피피부염 유병률 추이 : 성별, 19세 이상'

4. http://news.sciencemag.org/sciencenow/2011/02/what-do-worms-have-to-do-with-as.html?ref=hp

5. Olszak, T., An, D., Zeissig, S., Vera, M. P., Richter, J., Franke, A., Glickman, J. N., Siebert, R., Baron, R. M., Kasper, D. L., and Blumberg, R. S. (2012) Microbial exposure during early life has persistent effects on natural killer T cell function. Science 336, 489-493

6. http://www.docdocdoc.co.kr/news/newsprint.php?newscd=2012071900013

 

<Acknowledgement>

소재 고갈로 징징대고 있을 때 소재를 제공해 주신 '알비노 호랑이'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다 써놓고 파일을 날려먹어 새로쓰느라 고생한 나님께도 수고했다고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영화 연가시가 개봉을 했습니다. 원래 목표는 개봉 전에 글을 써서 유입자를 끌어들이자 였는데 말이죠...그리고 연가시가 흥행에 성공해야 어그로를 끌텐데...애인을 꼬셔서 연가시나 보러 가자고 할까...조금은 다른 이유로 영화 '연가시'의 흥행을 바라면서...글 시작합니다.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연가시, 당신은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저도 그렇지만, 그저 알고 있는 거라고는 메뚜기나 사마귀 와 같은 곤충에 기생하는 기생충, 그리고 숙주곤충의 뇌를 조종하여 물로 뛰어들게 만든다는 것 정도랄까요? 이러한 정보들 외에 곤충을 쉽게 볼 수 없는 도시인에게 연가시란 그저 단어 이상의 의미로 쉽게 와 닿지 않는 생물일 겁니다. 가장 좋은 학습이란 직접 경험하는 학습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가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글로 배우는 연가시! 라고 야심차게 준비했습니다만, 이정도 내용은 인터넷만 뒤지면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이에용.  ㅜㅜ

흔히, 한국말로 연가시라고 부르는 생물은 유선형동물문(Nematomorpha)[각주:1]에 속하는 생물의 일종입니다. 이들 생물들은 생활사의 일부분에서 기생생활을 하게 되는데, 주로 곤충이나 갑각류에 기생생활을 합니다. Nematomorpha는 다시 NectonematideaGordioidea[각주:2] 의 두 가지 (order)’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하네요. 두 가지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바로 이것들이 사는 환경과 관련이 있습니다. Nectonematidea와 같은 경우는 해양갑각류(, 새우 등)에 기생하는 녀석들, 즉 바다에서 사는 것들이 속해있습니다. 반면 Gordiodiea에 속한 종류들은 사마귀, 귀뚜라미, 딱정벌레 등등과 같은 육상 절지동물에 기생하고 민물생활을 하는 종류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생활사 Life Cycle>

연가시는 어떻게 보면 복잡한, 하지만 기생충들 사이에서는 그나마 간단한 생활사(life cycle)을 가지고 있어요. 연가시는 성충이 될 때 까지만 숙주의 몸에서 기생생활을 하는 생물입니다. 성충이 되면 물 속에서 자유생활을 하게 되죠. 그러니 우리가 곤충의 몸 속에서 볼 수 있는 연가시들은, 모두 아직 성충이 되지 못한 또는 거의 성충으로 자라난 것들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Paragordius obamai[각주:3] 의 알. 출처: http://www.nematomorpha.net/Eggs.html>

어쨌든, 숙주의 몸에서 빠져 나온 암컷은 알을 낳아요. 암컷 한마리가 천만개(10million)이상의 알을 낳는다고 하니... 알은 물과 가까운 곳에 낳게 됩니다. 알은 2~4주 정도가 지나면 부화를 하는데요 부화된 유충은 물가로 이동을 하게 되요. 갓 부화한 유충이 무거워봤자 얼마나 무겁겠냐마는무겁데요그래서 유충은 물 속으로 가라앉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알겠지만, 이 녀석들은 육상 곤충이 숙주인 녀석들이에요. 물속에는 당연히 이런 곤충들이 없죠. 때문에, 물속에서 다시 육상으로 자기들을 옮겨다 줄 중간숙주가 필요해요. 그래서 이들이 내놓은 해답이 무엇일까요? 답은 다른 생물에게 먹힌다입니다. 육지로 이동하기 위해서 유충은 물속에서 꼼질꼼질 거리면서 다른 생물에게 먹혀달라고 유혹을 해요. 날 먹어줘! 핡핡!!”

그런데 이 과정이 매우 무작위적이에요. 아무 생물에게나 먹히면 안됩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물속에 사는 생물들 중에서 다시 물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생물들에게 먹혀야만 하죠. 이런 생물들이 뭐가 있을까요? 가장 대표적인 예가 수생곤충을 들 수 있겠네요. 수생곤충은 유충시기를 물 속에서 지내다가, 성충이 되면 다시 물 밖으로 나가게 되죠?(: 잠자리) 연가시 종류에 속하는 것들이 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선 이러한 수생곤충들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물고기한테 먹혔다? 아주 그냥 ㅈ…되는 거에요. 기생생물들이란 것은 아무생물이나 다 기생할 수는 없어요. 최종 숙주는 정해져 있죠.[각주:4] 연가시와 같은 생물들의 최종숙주는 사마귀, 메뚜기와 같은 육상 곤충류인데 물고기에게 먹힌 녀석들은, 물 밖으로 나가게 될 일이 거의 없겠죠. 결국 이녀석들은 성충이 되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아지는거죠.[각주:5] 반면, 운 좋게 수생곤충의 유충에게 먹힌 녀석들은, 수생곤충이 우화하면 같이 육상으로 나가게 됩니다. 더군다나, 이러한 중간 숙주의 몸 속으로 들어간 연가시 유충은 일종의 포자(cyst)와 같은 상태가 되요. 이 상태로는 중간숙주의 몸 속에서 1년까지도 버틸 수 있다고 하네요.

아무튼, 연가시 유충의 포자를 몸에 품은 수생곤충이 드디어 육상을 팔랑팔랑 날아다닌다고 합시다. 그런데 육상에는 이들을 잡아먹는 포식자가 정말 많아요. 대표적인 것이 사마귀. 그리고 메뚜기나 귀뚜라미는 죽은 곤충들도 먹는다고 합니다. 결국, 이러한 방식으로 포자상태의 연가시 유충이 드디어 최종숙주인 육상곤충에게 먹혀 숙주의 몸속에까지 들어오게 됩니다. 연가시 암컷이 알을 왜 그렇게 많이 낳는지 이해가 좀 될 것 같기도 해요성충이 되는 퍼센트가 얼마나 될지...

최종숙주의 몸속으로 들어온 연가시 유충은 포자를 벗고 다시 활동을 개시합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장 속에 있어서는 장 길이 이상으로 길어질 수 없겠죠. 그래서 얘들은 장의 벽을 뚫고 복강 안으로 이동을 해요. 그리고 복강 안에서 숙주의 양분을 흡수하면서 점점 자라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현미경으로 봐야 보이더 유충이 숙주의 몸보다 큰 성충으로 자라게 되는 거에요. 이놈들이 다 자라면 숙주의 머리와 다리를 제외한 몸통의 공간을 모두 차지한다고... 그런데 재밌는 것이 이들은 후에 성충이 되었을 때, 물속에서 살기 위한 모든 에너지를 숙주의 몸 속에 있을 때만 섭식활동을 통해 얻는다고 해요.[각주:6]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충이 되면 숙주의 행동을 조절하게 됩니다. 숙주의 행동을 조절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에요. 성장과 번식이 독립된 장소에서 이뤄지는 이러한 기생충들에게 있어, 결국 성공적인 번식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죠. 하지만, 연가시의 숙주인 육상 곤충들이 항상 개울이나 연못과 가까운 곳에 사는 것은 아니에요. 최종 숙주까지 도달하는 것도 엄청나게 힘든 일인데, 번식을 위해서 숙주가 우연찮게 물에 빠져 죽는 것에만 의존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마, 이러한 번식 전략을 가진 기생충은 오래지않아 멸종의 길을 걷게 될 겁니다. 때문에, 진화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기생충이 숙주의 행동을 자신들의 번식에 유리한 쪽으로 조종하게끔 진화했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연가시는 이러한 진화적 전략을 충실히 이행한 모범적인 학생이고요.

연가시가 숙주를 조종하는 과정은 두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네요. 첫 번째 단계에서는 숙주가 이상행동을 하도록 하게 합니다. 그래서 숙주가 원래 살던 서식지를 벗어나 보통은 살지 않는 장소에서 발견된다고 해요. 그리고 이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숙주가 물가 근처에 도달하게되면, 두 번재 단계로써 숙주가 물 속으로 점프를 하게끔 됩니다. 그리고 불과 수 초 ~ 수 분안에 숙주의 항문을 통해 물속으로 나오게 되는거죠.

여기서 잠깐 비디오 감상의 시간을 가져볼까요?

작품명: 귀뚜라미 배안에 나있다 (출처: http://www.nematomorpha.net/index.html)

 

 

그럼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 기생충이 숙주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건가!

궁금증은 과학이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죠. 이 기생충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다들 그랬을 거에요. 그리고 결국 Biron D.G. 등이 기생충이 어떤 방법을 통해 숙주를 조종하는지 분자적인 수준에서 일부 해답을 내놓았습니다.(1) 잠깐 잡담을 하자면, 사실 연구라는 것도 결국 자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그리고 비종사자들이 들으면 까무러칠 만큼의 금액이 필요하기도 합니다.[각주:7] 언제나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각종 상이한 관심사를 가진 연구자들은 한정된 파이를 나눠먹어야 하죠. 때문에 연구비라는 것도, ‘우선 써먹을 수 있는 것에 투자되는 경향이 강해요. 특히 한국이라면요. 때문에, 사람을 숙주로 삼는 기생충도 아니고, 곤충을 숙주로 삼는 기생충에 이처럼 꾸준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연구자분들께 사실 존경심을 느낍니다. 연구비를 따오는 것도 쉬운일은 아니었을 거에요. 어쩌면 외국이라(이 연구는 프랑스에 진행)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어쨌든 기초연구에 투자가 빈약한 한국의 현실과 비교했을 때 놀랍기는 해요.[각주:8] 열폭은 그만하고

아무튼, 이 연구진은 연가시 만들어 내는 단백질의 종류 그리고 연가시에 감염된 메뚜기에서 특히 발현이 되는 단백질들을 조사하였어요. 수 많은 단백질들 중에 일부가 특히 연가시에게 조종되고 있는 메뚜기의 중추신경계에서 발현되는 것을 알 수 있었죠. 그리고 이들 단백질은 직,간접적으로 곤충 중추신경계의 올바른 작용을 위해 필요한 단백질들 이라고 합니다. 이상하죠? 기생충에 감염된 곤충이 자신의 신경계가 올바르게(그러니까 감염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기 위한)작용하기 위한 단백질들을 더 많이 만든다니 말이에요. 이건 아마도, 기생충의 공격에 숙주의 뇌가 저항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작이라고 생각이 되어져요. 숙주의 이러한 방어를 뚫기 위해 기생충은 숙주의 신경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단백질을 만들어 내요. 그리고 이러한 기생충의 공격과 숙주의 저항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숙주의 중추신경계가 손상을 입고, 이것이 숙주의 이상행동을 야기할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사람이 연가시에게 감염될 수 있을까?>

일부, 입증되지 않은 사람 몸에서 연가시가 나왔다라는 이야기가 있기는 하나 봅니다. 일단 이야기의 진위여부는 제쳐두고, 과연 연가시가 곤충이 아닌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지 알아봅시다. 일부 기생충의 경우에는 원래 기생하는 숙주의 몸을 벗어나 사람의 몸에도 기생할 수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대개의 기생충 들은 숙주특이성(host-specificity)을 지녀요. 사람이 기생충을 가지고 있는 어떤 생물을 먹었을 때, 한동안 기생충이 사람의 몸 안에서 생존 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위기생(pseudoparasitism, 가짜기생)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생충이 적절히 생존하기 위해서는 그네들이 선호하는 숙주가 필수적입니다. 때문에, 우연찮게 숙주가 아닌 생물의 몸에 들어온 기생충의 경우는 곧 죽어버린다고 하네요.

연가시 역시 숙주특이성이 있는 기생충입니다. 얘들은 성충이 되기 위해서는 곤충의 몸 속에 들어가야만 해요. 아마도, 사람 몸 속에서 연가시가 나왔다는 이야기들은 대개의 경우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혹은 실수로 연가시에 감염된 곤충을 먹게되고, 위액을 물로 착각한 연가시가 위속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라고 여겨집니다.[각주:9]

연가시가 사람에 기생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합니다. 물론 연가시가 진화를 통해 다른 숙주를 찾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진화란 것이 그렇게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에요. 수만~수백만년의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니, 그때까지 인류가 생존한다면 고민해볼만한 문제랄까요. 오히려 연가시 입장에서는 사람 몸에 들어가면 죽은 운명이니 연가시의 안녕을 걱정해야 할 거 같네요.

마지막으로, 연가시 외에 숙주의 행동을 조절하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기생충을 하나만 더 소개하고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들어보셨나요? 톡소플라즈마.

 

<톡소플라즈마 toxoplasma gondii>

고양이를 통해 전염될 수 있다고 해서 한때 유명세를 탔던 기생충이 있습니다. ‘톡소플라즈마 곤디’. 간단하게 톡소플라즈마라고 부르죠.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vet_love&logNo=80118698343

자세한 내용은 저곳에 잘 나와있으니 참고해 보세요. (그리고 고양이가 톡소플라즈마를 옮긴다고 하여 무분별하게 고양이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아무튼, 이 톡소플라즈마라는 기생충은 고양이가 최종숙주로 작용는 기생충입니다. 물론 고양이과 동물 말고 쥐, 야생 조류, , 그 밖의 수많은 가축, 그리고 사람을 비롯하여 엄청나게 많은 동물에 기생을 해요. 다만, 고양이과 동물 외의 동물에서는 유성생식을 통한 번식을 하지 못합니다.

다시 말하면, 톡소플라즈마가 성공적으로 유성생식을 하기 위해서는, 고양이의 먹이가 되는 동물이 고양이에게 최대한 먹혀야만 하겠죠? 마치 연가시에 감염된 곤충이 물속으로 뛰어들 듯이 말이에요. 그래서 고양이과와 고양이과의 먹이가 될 수 있는 중간숙주(예를 들면 쥐) 간에 강력한 선택압이 발생하게 됩니다.(2) 그런데 재미있게도,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된 쥐의 경우 고양이를 덜 무서워한다는 연구 결과가 실제로 있어요. , 톡소플라즈마가 쥐의 뇌를 조종해 고양이와 같은 포식자에게 더 쉽게 노출되도록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거죠.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인간 역시 톡소플라즈마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어요. 인간의 경우 정신분열증(schizophrenia)의 한가지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것이 정신분열증 치료제로 쓰이는 일부 약물의 경우 톡소플라즈마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졌다는 거에요.[각주:10]

기생충이 숙주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에요. 기생충을 전공하시는 분들에게는 상식적인 이야기겠죠. 그리고, 영화를 통해 어떤 생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대로 된 지식을 얻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이겠죠.

XX에서 연가시라는 검색어를 입력해 보았을 때, Q&A로 올라와 있는 것들을 보면 그저 한숨만 나옵니다. 그리고 저도 제가 쓴 글이 긴 글 이라는 것을 알아요. 그리고, 많은 성급한 사람들이 이 글을 천천히 읽고있을지는 저도 의문스럽기는 해요.

 

그래서 준비했어요. 아마 여러분이 제일 궁금해할만한 내용에 대한 답변.

Q. 연가시가 사람몸에 침입할 수 있나요?

A. 성충이 사람 피부를 뚫고 체내로 못들어 가요. 너님이 수영하다 물마셔서 삼킬 수는 있겠네요. 아니면 곤충을 씹어드셨던가...

 

Q. 연가시가 사람 몸에서 기생할 수 있나요?

A. 못해요. 연가시는 사람 몸에서 양분을 얻는 생물이 아니에요. 너님은 종이먹으면 살 수 있나여? 정도의 질문이네요.

 

Q. 그래도 진화하면 사람몸에 기생할 수도 있잖아요?

A. ...너님이 수백만년 후에도 살아있으면 진지하게 고민해 볼게요.

 

이상... 야생형(wildtype)의 연가시 특집을 마칩니다. 다음시간에 BoA요.

 

<출처>

1. Biron, D. G., Marche, L., Ponton, F., Loxdale, H. D., Galeotti, N., Renault, L., Joly, C., and Thomas, F. (2005) Behavioural manipulation in a grasshopper harbouring hairworm: a proteomics approach. Proceedings. Biological sciences / The Royal Society 272, 2117-2126

2. Webster, J. P. (2007) The effect of Toxoplasma gondii on animal behavior: playing cat and mouse. Schizophrenia bulletin 33, 752-756


  1. 일반적으로 생물을 분류할 때에는 ‘종(species)-속(genus)-과(family)-목(order)-강(class)-문(phylum)-계(kingdom)’의 순서로 분류하는 건 다들 아시죠? [본문으로]
  2. 분류학에서는 라틴어를 씁니다. 그리고 라틴어는 대충 발음대로 읽으면 됩니다. 읽기는 쉬워요. 전자는 ‘넥토네마티데아’ 후자는 ‘고-ㄹ디오디에아’ 정도로 읽으면 되요. ...아 뭐...내가 저거 알아서 어디 써먹을 것도 아닌데, 그냥 대충대충 읽읍시다... [본문으로]
  3. 케냐에서 새로 발견된 신종인데...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을 기념하여 obamai 라는 종명이 붙었다고 하네요. ㅋㅋㅋ [본문으로]
  4. 아...물론, 일부 예외가 있긴 하지만...아무튼, 연가시는 포유동물에서는 기생하지 못합니다. [본문으로]
  5. 그냥 죽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군요. [본문으로]
  6. 이 말은 숙주를 벗어나면 그렇게 긴 기간을 살아남지는 못한다는 말이겠죠? [본문으로]
  7. 실험에 사용되는 각종 시약이란 것들이 비싸요. ㅜㅜ 무진장 비쌉니다…어떤 제품이냐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보통 수십~수백만원까지 하는 것들도 많아요. [본문으로]
  8. 뭐, 요샌 기초연구에 지원을 늘린다는 얘기가 있기는 한데…두고 봐야 할 일이죠. [본문으로]
  9.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들 중에서 비슷한 케이스가 많이 있다고 해요. [본문으로]
  10. 정신분열증의 수 많은 원인들 중에 한가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 단일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