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주경야독하고 새벽엔 글을 쓰는 탓에 피부가 늙어가는 나님을 위한 피부관리 따윈 없다는 사실을 절절히 체감하고 있는 중입니다. 뭐 어쩌겠어요. 매달하는 미샤데이에 쟁여놓은 짭테라, 보라색병이나 처발처발하면서 글 써야지. 이쯤에서 안구에 차오르는 습기를 느낄 수 있게 되셨다면 저 위에 있는 광고를 한 번쯤 눌러주시는 건 어떨까요?
왠지 모르게 앞에 쓴 네 줄의 글만으로도 글의 목적을 달성한 느낌이라 글쓰기가 싫지만...그래도 써야겠죠?
심심하면 에어컨 바람도 쐴 겸 은행원 갈구려고 볼 일이 있어서 제가 은행 창구에 서 있노라면, 스마트폰과 책 때문에 건조해진 제 안구에 습기가 차오르는 걸 느낄 때가 있습니다.
"...주거래은행인데 카드발급도 거절하던데 바꿔야 할지 고민이네요"
"그동안 안면 튼 주거래은행에 대출상담하러 갔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나름 주거래은행인데 카드 연체 한 번 했다고 카드 바로 정지시켜 버리네요. 덕분에 물건도 못 사고 그대로 나왔어요.“
Aㅏ...남자들은 평상시 사귀고 있는 여친한테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란 말 들으면 급피곤해진다던데, 저런 말 듣는 제 기분도 바로 그렇습니다. 아오 피곤해. 그래서 현실에서 얻은 피로감을 온라인에서 풀어볼까 하고 금융정보를 가끔씩 얻는 사이트에 접속을 했습니다. 그리곤 다음과 같은 글을 보곤 이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를 되내이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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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함 100배. 은행에서도 이런 고객은 별로 원하지 않으리란 생각이 살포시 들게 되더군요. 저 글쓴이는 본인이 아쉬워서 궁시렁거리고 있으면서 자기를 놓친 은행이 앞으로 손해를 보게 될 거라고 자기합리화 시전 중이잖아요. 거절당한 순간 바로 뒤돌아서서 쿨하게 반응하지 못한 이상,저 글쓴이가 을이고 은행이 갑이란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겁니다.
심지어 네가 이런 얼굴을 해도 어림없단 말이지! 너는 을, 나는 갑! by 은행 및 카드사
맞춤법도 개판이고, 글 내내 질척질척거리고 툴툴대는 말투도 마음에 안 들지만 저 글쓴이에게서 뽑아내야 할 건 분명히 있습니다. ‘주거래은행 없이 여기저기 은행 쓰는 스타일’이 바로 그렇죠. 다행히도 한 철은 지난 느낌이지만 경제신문이나 재테크기법을 다룬 책에서 ‘주거래은행을 만들어라’는 주문을 신물나게 읊어댄 적이 있습니다. 다들 그런 건 어디서 귀신같이 찾아 읽으셨는지 자신의 기대와는 불일치하는 곤란한 상황을 만나면 ‘주거래은행, 니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따위의 대사를 주워섬기면서 비극에 처한 주인공처럼 우거지상을 하죠. 이제 제가 단호히 말씀드릴게요.
태어날 때부터 여러분들께서 금수저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여러분을 위한 주거래은행은 없습니다.(궁서체다.)
일차적으로는 여러분들이 사용하는 주거래은행의 정의와 제가 사용하는 정의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존재하고 있을 겁니다. 여러분께서 사용하는 주거래은행이란 단어엔 별다른 뜻이 없겠죠. 자기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은행 정도? 하지만 제가 사용하는 주거래은행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경제> 어떤 기업의 거래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융자하여 주고 자본 관계뿐만 아니라 인적ㆍ정보적으로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은행.
http://krdic.naver.com/detail.nhn?docid=34761000
적어도 저 사전상으로 주거래은행이란 말을 쓸 수 있는 자격은 기업에게 있습니다. 물론 반드시 기업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업과 비슷한 거래규모는 유지해야 주거래은행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다고 전 생각합니다.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주거래은행의 정의에는 인적, 정보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어야 할 조건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과연 여러분의 주거래은행과 여러분은 그런 긴밀한 관계에 있으신가요?
예의 따윈 저 멀리 던져버리고 말씀드릴 수도 있습니다. 매달 월급날 수시입출금통장에 잠시 돈이 들어왔다가 카드사들의 퍼가요~신공이면 금방 잔고가 바닥나는 분들께 주거래은행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은행이 여러분의 주거래은행으로 자리매김하고 이들과 거래할 때 각종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KB국민은행 MVP스타 기준으로 요구불예금 1억원은 있어야 합니다. 아래 국민은행의 고객등급산정제도인 KB스타클럽제도의 선정기준을 안내하고 있는 웹페이지 주소를 첨부해두었으니 가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obank.kbstar.com/quics?page=C019970
주 고객으로 대우받기 위해서 요구되는 기준은 이렇게 엄격한데, 그 주거래은행이 주는 혜택은 참 보잘것없습니다. 타행 송금수수료 우대, OTP무료발급, 현금서비스 20% 등 약간만 발품을 팔아도 쉽게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대부분입니다. 대여금고, 입출금문자통지서비스 등은 약간 쓸만한 서비스긴 하지만, 여러분들이 절실하게 필요한 혜택은 아닐 겁니다. 따져보면, 여러분께도 주거래은행은 참 필요없는 존재일 때가 많단 말이죠. 여러분이 갑자기 큰돈이 필요해 대출을 알아보고 다닐 때 여러분이 열과 성의를 다하여 10년 넘게 거래해 온 은행보다, 생전 한 번도 발걸음하지 않다가 슬쩍 들러본 듣보잡은행이 더 좋은 금리를 제공하는 이야기는 이쪽 세계에선 보기 힘든 사례가 아닙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어차피 주거래은행 따윈 없으니 여러분의 금융생활을 관리하지 말고 방임하라는 건 아닙니다. 은행 및 카드사에게 난 언제나 너밖에 없어~라고 겉으로 구애는 하되 실상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필요한 혜택은 얻고 다니는 금융의 화려한 싱글생활을 즐기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월급이체를 어떤 은행으로 받는지를 기준으로 그 은행은 자사에 대한 고객의 헌신도를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각종 수수료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금융상품의 설명을 찬찬히 뜯어보면 반드시 월급이체를 해당 금융상품을 통해 받을 것이라는 조건이 붙어있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우리의 월급이 나올 곳은 오로지 한 곳뿐입니다. 뭐 필요하다면 급여자작(해당은행이 급여이체라고 판단하는 조건을 파악하여 자작하여 맞추는 방법)이라도 써야겠죠. 은행에 집착하지 말고 또한 이체/출금수수료 면제혜택을 주는 상품의 보유여부를 기준으로 여러 은행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주거래은행은 잘생긴 남자직원이 상시 대기하면서 제가 오거든 활짝 웃으며 감동노동해주는 그런 지점이죠.호호호호 삼성역 산X은행 남자직원이 그리도 훈훈하던데...
너희를 위한 신용평가사 또한 없다!
신용등급에 대해서도 한 마디 적겠습니다. “제 신용등급은 1등급인데 왜 카드발급이 안된다고 그러죠?“ 내지는 ”내 신용등급이 킹왕짱인데 대출은 왜 불가능하다고 말하나요?“ 이런 소리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제가 한 번 물어봅니다. 그 신용등급 어디서 보고 오셨어요? SIREX24, 올크레X, 크레딧뱅X. NICE신X정보 등의 외부신용평가사에서 무료신용등급 조회를 하셨다고 대부분 말씀하십니다. 안 되는 이유? 간단해요. 여러분이 조회하신 등급은 거의 중요하지 않은 신용등급이고, 카드발급이나 대출가능여부를 알 수 있는 등급은 오로지 해당은행만이 비밀리에 자신들만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자신의 신용등급을 알 수 없어요. 따라서 저런 외부신용평가사에서 조회하신 등급은 거칠게 말해서 쓰레기입니다.
좀 더 깊게 들어가면 여러분의 신용등급을 산정하는 개인신용평가시스템(Credit Scoring System)은 신청평점시스템(ASS : Application Scoring SYSTEM)과 행동평점시스템(BSS : Behavior Scoring SYSTEM)으로 나누어집니다. SIREX24, 올크레X, 크레딧뱅X. NICE신X정보 등에서 유료결제로 혹은 무료로 조회할 수 있는 신용등급은 신청평점시스템(ASS)이며 여러분이 카드발급이나 대출을 받을 때 주로 기준으로 사용되는 건 각 카드사와 은행 등이 산정하고 평가하는 행동평점시스템(BSS)에요.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필요한 건 행동평점시스템(BSS)인데 신청평점시스템(ASS)이 높다고 자랑하는 건 아무 도움이 안 되는 거죠. 근데 이 행동평점시스템(BSS)은 주로 카드고객에 한하여 해당 카드사와 은행과의 기존거래내역, 즉 신용거래를 할 때 결제대금을 연체한 적이 있는지 담보로 잡을 수 있는 예금을 자사에 얼마나 예치하고 있는지 등 고객의 행동패턴을 보고 신용도를 평가하는 겁니다. 따라서 신용등급 떨어질까봐 신용카드 발급도 안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고객보다 신용카드 여러 장 발급해서 연체기록 없이 신용생활을 건실하게 꾸려나간 고객이 행동평점시스템(BSS)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우대를 기대할 수도 있는거죠. 그러니까 저런 사이트에 제발 돈 주고 결제하고 쓰레기정보를 받아보지 말라고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거의 도움이 안되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발 카드 여러 장 발급받으면 신용등급 떨어져서 함부로 받기가 겁난다 같은 소리도 하지 마세요. 한 카드사의 카드상품 여러 개를 신청할 경우, 각 신청한 건마다 신용조회가 이뤄지는 게 아니라 대체적으로 카드사당 1회의 신용조회밖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결국 차이도 나지 않아요.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는 경우는 여러 카드사(삼성카드, 롯데카드, KB카드 등)에 여러 개의 카드상품을 나눠서 신청하는 바람에 각 카드사에서 1번씩 신용조회가 들어가 도합 여러 번이 되는 때인데, 이것도 사실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신용조회로 인해 하락하는 신용등급은 지극히 소폭이며, 발급받은 카드들로 카드대금 연체없이 사용하다보면 기존의 신용등급보다 더 높은 등급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습니다. 신용카드 여러 장 발급으로 인한 신용등급 하락은 고려할 만한 기준으로 적당하지 않다는 거지요.
여태까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주거래은행이라는 단어에 대한 환상을 거둬내고, 그와 동시에 한 은행에만 지고지순하게 매달릴 필요없이 여러 은행을 최대한 이용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과 함계 신용등급에 대한 무지함에 대해 지적하는 글을 썼습니다. 이 글을 읽고 보다 풍부하고 재미있는 금융생활을 꾸려나가시길 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유용한 금융상품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KDB 산업은행에서 출시한 KDBdirect/HiAccount 수시입출금상품인데요.
우리은행/우체국ATM에선 입금/출금/이체수수료가 무료, 그외 다른은행에서는 출금/이체수수료가 무료로 아주 유용한 상품입니다. 편의점이나 지하철ATM기에서도 수수료가 부과된다고 화면에 표시되지만 실제로는 무료로 출금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수수료면제조건으로 까다롭기도 했는데, 7월 16일 이후로 아무조건 없이 면제로 바뀝니다.
심지어 타 은행에서는 3000원 발급수수료를 받는 OTP(보안카드 대용)기기도 무료발급입니다.
하지만 직접 만들러가기 귀찮으실 겁니다. 게다가 산업은행은 다른 은행과 다르게 지점도 많지 않죠. 이 상품의 장점은 영업시간 내로 산업은행 직원이 가입을 원하는 고객이 있는 곳으로 직접 와서 가입을 받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은행으로 가서 가입할 필요 없이 산업은행 홈페이지에서 신청 후 원하는 곳으로 부르시면 됩니다.
다만 주의하실 점이 있습니다. 산업은행에서 보이스피싱 등의 금융사기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비상금 출금용도로만 쓰일 것을 우려하여 일정한 제한을 걸어두고 있습니다.
영업시간(09:00~16:00) 이외(주말, 공휴일 포함)에 <10만원 이하 입금>과 <5만원 이하 출금>이 발생하면 해당계좌를 정지시켜 모든 거래가 불가능해집니다. 따라서 필요없더라도 영업시간 외에는 6만원 이상 출금하셔서 계좌가 정지당하지 않도록 하세요
-stress surplus로 가득찬 삶을 살아가는 stress_surplus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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