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것은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의 남자도 깔끔한 남자에요. 물론 오늘 남자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하고 싶지만…)
언젠가부터 한국사람들도 점점 위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위생은 중요해요. 특히 전염성 질병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요. 이제 비위생적인 환경이 전염병의 원인 이라는 것은 특별히 강조할 것도 없는 사실이죠. 특히나, 최근 몇 년간 사스, 조류독감, 신종플루 등등의 위협이 있고부터 위생에 대한 관심이 부쩍 증가한 것 같아요. 저런 전염성 질병이 세계적인 맹위를 떨치고 있을 때, 각종 개인위생 용품들의 품귀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었죠.
사실, 인류는 불과 몇 세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각종 전염성 질병으로 위협받고 있었죠. 유럽인구의 1/3을 절멸시켰다는 흑사병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죠.
위의 도표(1)를 보시죠. 1900년대와 2010년의 사망원인을 분석해 놓은 그림입니다.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보이시나요? 1900년대의 표를 보시면 1위 폐렴 또는 독감, 2위 결핵, 3위 감염성 장질환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현대인에게서 많이 발병하는 심혈관계 질환은 4위와 5위의 사망원인인 것을 알 수 있죠. 그런데, 2010년에는 이러한 수치가 뒤집히게 됩니다. 1위에 심장질환 그리고 2위에 암이 랭크되어있죠.
불과 100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망 1~3위를 휩쓸었던 각종 감염성 질환들은 현대에는 비교적 드문 사망원인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을 까요?
현대 의학이 발전하면서, 각종 질병의 원인이 위생적이지 못한 환경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한 개인위생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죠. 개인적인 위생환경의 개선과 더불어 과거에 비해 좋아진 영양 상태는 현대인을 전염병의 위험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면 그것은 동화 속 해피엔딩. 하지만 우리는 현실을 살죠.
선진국형 질병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지 않은 개발도상국이나 제3세계 국가와 비교해 보았을 때, 소득수준과 개인위생 수준이 높은 국가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발병하는 질병들을 말합니다. 심장질환, 암, 당뇨와 같은 질병을 비롯하여, 천식, 아토피, 알러지와 같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다양합니다.
이러한 질병들 중, 오늘 이야기 하고자 하는 주제에서 눈 여겨 보아야 할 범주의 질병이 있습니다. 바로 천식, 아토피, 알러지와 같은 면역계의 과민반응이 그 주된 원인 중 하나라고 알려진 질병들 입니다.
위의 도표(2)는 2005년~2011년까지의 아토피 진단율의 통계자료 입니다. 90년대 이전의 자료와 비교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찾지를 못했어요. 보시는 바와 같이 해마다 아토피를 진단받는 학생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이러한 차이는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에게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동일한 나이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도, 매년 아토피로 진단받는 학생의 수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아토피를 진단받는 전체 학생수가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와 비교했을 때, 동일 나이 대에서 아토피를 진단받는 학생 수 역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도표(3) 하나만 더 보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아토피가 발생한 사람들을 나이대별로 분류한 그래프 입니다. 재미있는 점이 눈에 보이시나요?
19~20세까지의 연령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 눈에 띄게 아토피의 발생률이 높은 것 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가 갈수록, 30대에서의 발생률도 높아지고 있네요. 아무튼 다른 나이대의 사람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10~30대에 이르는 사람들에서 아토피의 발생이 눈에 띄게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그리고 재미있게도, 이들 나이대의 사람들은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이죠. 그리고 이 시기는 소득이 향상되면서 개인 위생상태가 좋아지기 시작하는 시점과 맞물리고 있습니다.
‘위생 가설(Hygiene hypothesis)’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위생상태가 나쁜 저개발국가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천식, 아토피, 알러지와 같은 면역계의 과민반응으로 인해 생기는 질병들이 위생 상태의 개선에 의해서 발생한다는 가설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위생가설을 뒷받침 하는 많은 연구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최근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하나 발표된 바 있죠.(4)
존스 홉킨스 대학(Johns Hopkins University )에서 인류학과 유전학을 연구하는 캐슬린 반스(Kathleen Barnes)라는 사람에 의해서 수행된 연구가 그것입니다.
반스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은 브라질의 콘데(Conde)라는 마을 주민을 상대로 연구를 진행하였어요. 이 마을 주민의 85%는 '만손 주혈흡충(Schistosoma mansoni)'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기생충에 감염된 마을 사람들에게 기생충약을 복용시켜 기생충을 제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관찰하였어요. 연구결과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기생충이 제거 되자 갑자기 천식과 알러지의 발병이 증가한 것입니다.
이게 고무된 연구팀은 과연 어떤 유전자가 이런 현상과 관계가 되어 있는지를 연구하였죠. 그 결과, 5개의 후보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 유전자들은 모두 기생충의 감염에 저항성을 갖게 해주는 유전자들이었죠. 더욱 놀라웠던 것은, 이들 유전자가 천식과는 역상관관계(inverse correlation)을 갖는 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기생충의 감염에 저항성을 갖도록 해주는 유전자가 오히려 천식이라는 질병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이었어요.
우리의 면역체계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너무 활동적이거나 활동적이지 않은 어떤 적절한 지점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어야 합니다. 콘데 마을의 주민들은 연구가 시작되기 전에는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었고, 이들의 면역계는 기생충의 침입에 저항하는데 세팅되어 있었겠죠. 하지만, 기생충이 제거되어 버리자 기생충에게 세팅되어 있던 면역계가 갑자기 할 일을 잃어버린 거죠. 그리고 이러한 과하게 흥분한 면역계가 아마도 천식과 알러지 증상과 같은 과민성 면역질환을 일으키는데 일조하지 않았나 생각이 되어집니다.
앞서 살펴본 연구의 마을 사람들처럼, 한때 한국 사람들도 각종 기생충에 취약하던 시절이 있었죠. 하지만, 이제 이러한 기생충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기생충이 아니더라도, 예전에는 주변환경이 수많은 종류의 미생물을 접하기 쉬운 환경이었죠. 흙 1g에는 최소 수백만 최고 수억에 이르는 미생물이 있다고 해요. 그 가짓수만 해도 엄청나겠죠. 그리고 우리의 면역계는 이러한 미생물을 외부물질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면역반응을 통해 방어선을 구축합니다.
하지만, 요즘의 아이들은 이러한 미생물들에 노출될 기회가 부족하죠. 절대적인 노출 빈도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노출되는 미생물의 절대적인 가짓수도 부족한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흙으로 둘러싸인 환경과, 콘크리트가 주가 되는 환경 중에서 어떤 곳에 미생물의 종류가 더 풍부할 지는 분명하죠.
그리고 또한 최근 과학학술지 Science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어릴 적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에 노출되는 것이 면역계를 강화시켜 성인이 된 후에 과민성 면역질환에 걸릴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죠.(5)
이러한 많은 결과들로 미뤄보았을 때, 분명 너무 청결한 환경은 일부 면역관련 질환의 발생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되어 집니다.
부모님들에게 있어 아이들의 건강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겠죠. 내 아이는 더 깨끗하고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은 그 마음 공감합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죠. 무엇이든 지나치면 문제가 됩니다. 인간 진화의 역사에서 우리가 이처럼 청결한 환경에서 생활하게 된지는 고작 많이 잡아야 1세기가 조금 넘었을 뿐입니다.
인간처럼 세대가 느린 생물에서 1세기는 어떤 진화적 변화가 나타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죠. 그리고 여전히 우리의 몸은 많은 부분이 각종 전염성 질병과 고군분투하던 선조들의 면역체계에 맞춰져 있어요.
위생가설에서는 이러한 면역계가 갑자기 싸울 대상을 잃어 버림으로써 그 결과로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 하는 연구결과들이 점점 쌓이고 있어요.
그리고, 위생가설에 바탕을 두고 이러한 질병을 치료해 보고자 하는 시도가 최근 증가하고 있어요. 실제로 기생충알을 투여하여 일부러 기생충에 감염되게 한 뒤, 여러 가지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해요.(6)
개인 위생의 개선은 인류를 각종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었죠. 하지만 그 대신 다른 질병이 그 빈자리를 채웠죠. 그리고 우리는 이제서야 이 두 가지 간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첫걸음을 떼었을 뿐입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죠. 하지만 한가지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깔끔한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과하게 깔끔한 건 때론 좋지 않기도 해요.
<출처>
1. Jones, D. S., Podolsky, S. H., and Greene, J. A. (2012) The burden of disease and the changing task of medicine.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66, 2333-2338
2. 국가통계포털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 : 아토피피부염 의사진단율'
3. 국가통계포털 '국민건강영양조사 : 아토피피부염 유병률 추이 : 성별, 만 19세 이상'
4. http://news.sciencemag.org/sciencenow/2011/02/what-do-worms-have-to-do-with-as.html?ref=hp
5. Olszak, T., An, D., Zeissig, S., Vera, M. P., Richter, J., Franke, A., Glickman, J. N., Siebert, R., Baron, R. M., Kasper, D. L., and Blumberg, R. S. (2012) Microbial exposure during early life has persistent effects on natural killer T cell function. Science 336, 489-493
6. http://www.docdocdoc.co.kr/news/newsprint.php?newscd=2012071900013
<Acknowledgement>
소재 고갈로 징징대고 있을 때 소재를 제공해 주신 '알비노 호랑이'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다 써놓고 파일을 날려먹어 새로쓰느라 고생한 나님께도 수고했다고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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