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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0.09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에 대하여


2012108일 월요일.

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이 발표되었습니다.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하여 9일 물리학상, 10일 화학상, 12일 평화상, 15일 경제학상, 그리고 아직 발표일이 미정인 문학상까지 6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겠지요.

워낙 유명한 상이라 따로 부가적인 설명은 필요치 않아 보입니다. 해당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을 이룩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상이라고 하면 충분하겠지요.

다른 분야의 상은 그러려니 합니다만, 아무래도 몸담고 일하고 있는 분야가 생물학 분야이다 보니, 매년 생리의학상은 어떤 사람이 받는지에 대해서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편입니다.

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은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Yamanaka Shinya)[각주:1] 박사와 영국의 존 거든 (John Gurdon) 박사가 수상했습니다. 이에 대해 노벨위원회는 발표문을 통해 두 과학자가 성숙하여 제 기능이 정해진 세포라도 인체의 모든 형태의 조직으로 자랄 수 있는 미성숙 세포로 재구성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1. 복제연구의 문을 연 '존 거든' 박사 

 

<랩미팅 하는데 학생발표가 맘에 안 들면 큰 호통을 치실 것만 같은 위엄 포스의 거든 할아버지>

 

한때, 황우석 박사의 영향으로 한국 국민들도 줄기세포에 대해 열광을 했었죠. 가히 신드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때의 열광은 사그러 들었을지라도 그의 영향으로 전 국민에게 줄기세포(stem cell)’라는 단어가 더 이상 생소한 단어가 아니게 된 것은 확실합니다.[각주:2] 그리고 그때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기술에서 가장 핵심적인 방법이 핵 치환방법이었죠.

존 거든은 바로 그 핵 치환 방법을 실제로 구현해낸 선구자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각주:3] 한때, 세계적인 유명세를 떨쳤던 복제양 돌리도 이 방법을 통해서 만들어 졌고, 현재도 수많은 복제동물들이 이 방법을 통해서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거든의 실험에 대한 간단한 모식도. A개구리의 난자에 B개구리의 체세포에서 얻은 핵을 이식하여 새로운 올챙이를 발생시킴.>

이에 대해서 네이쳐Nature는 온라인으로 “His work revolutionized the understanding of developmental biology and cell fate, showing that a genome contains all the information needed to tansform a cell into a whole organism. (거든의 연구는 게놈에 하나의 세포가 전체 유기체로 발생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발생생물학과 세포의 운명에 대한 이해에 혁명을 가져왔다.)” 라고 평가했습니다.

 

2. 복제와 줄기세포

거든의 연구가 단순히 생물체의 복제에만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단순히 복제를 위한 테크닉을 구현 하는 데에 머물렀다면 노벨상과 같은 인류의 복지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한다는’ 상을 받을 수는 없었겠지요. 오히려 이 기술을 사용하여 줄기세포 연구에 획기적 발전이 일어났다는 데에 더 큰 의의를 둘 수 있을 것입니다.

야마나카 박사의 연구 이전까지 줄기세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배아에서 유래한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 이고, 다른 하나는 성인의 몸에서 발견되는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 입니다.

그림을 보면서 설명하도록 하지요.

난자가 정자와 수정이 되게 되면 태아로 발생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배반포(blastocyst)라는 구조가 형성되는 단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배반포에서 얻어지는 세포는 인체의 모든 장기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이를 만능성(pluripotency)라고 하며 이런 만능성을 가지고 있는 줄기세포를 만능줄기세포(pluripotent stem cell) 또는 배아에서 얻었다고 하여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라고 하기도 합니다.

줄기세포가 중요한 이유는, 일반적인 성인의 조직에서 얻어지는 세포들이 분열능력에도 한계가 있고 다른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없는 한계가 있는 반면, 줄기세포의 경우 끊임없이 분열할 수 있으며(이를 줄기세포의 self-renewal한 특징이라고 합니다), 신체의 모든 조직세포로 분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되었죠.

하지만, 이 배아 줄기세포에는 가장 큰 장애물인 윤리적인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죠. 바로 하나의 개체로 발생할 수 있는 배아를 파괴하여 줄기세포를 얻는다는 것인데요. 하나의 배아를 잠재적인 생명체로 보는 종교적인 시각에서 이것은 살인과 다름없는 큰 이슈거리였죠.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할 때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많은 제도적 장치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새롭게 각광을 받던 줄기세포가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입니다. 사람의 신체를 구성하는 장기의 세포들은 끊임없이 사멸하고 사멸하는 만큼 다시 재생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끊임없는 세포의 재생은 각 장기들에 존재하고 있는 성체줄기세포를 통해 그 재생이 유지되고 있어요. 하지만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성체줄기세포는 분화할 수 있는 종류의 세포가 제한되어 있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다능성(multipotency)라고 합니다.

, 배아줄기세포가 신체의 거의 모든 부분으로 분화 할 수 있는 만능성(pluripotency)을 가진 세포라면, 성체줄기세포는 여러 조직으로 분화는 할 수 있지만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되어 있는 세포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성인의 몸에서 직접 채취가 가능하고, 본인의 몸에서 얻은 세포를 본인에게 치료용으로 투입할 경우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장점으로 인해 여전히 많은 연구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3. iPS (induced-Pluripotent Stem cell)의 대두

 

<야마나카 박사. 온화해 보이시네영. 하지만 실험실에선 어떨지…>

 

 

많은 질병의 잠재적인 치료법으로 줄기세포가 각광을 받았지만, 여전히 윤리적 혹은 기술적인 문제들로 인해서 이를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적용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06년 줄기세포 분야에 큰 획을 그을만한 논문이 발표되었죠. 바로, 야마나카 박사가 Cell지에 발표한 <Induction of pluripotent stem cells from mouse embryonic and adult fibroblast cultures by defined factors> 라는 논문입니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쥐의 배아섬유아세포 와 성체섬유아세포에 한정된 인자들을 사용한 세포배양을 통해 만능줄기세포를 유도정도로 번역이 되겠네요.

이 논문이 발표되기 전까지 학계에서는 이미 분화가 끝난 세포는 그 이전 단계의 세포로 되돌아 갈 수 없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죠.

그런데 야마나카 교수는 4가지 인자[각주:4]를 사용하여 이미 완전히 분화가 끝난 피부세포를 다시 줄기세포로 바꾸는데 성공을 하게 됩니다. 더군다나 성체줄기세포처럼 한정된 분화능력만을 가진 세포가 아닌 배아줄기세포처럼 거의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한 줄기세포로 말이에요. 이러한 줄기세포를 유도된 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또는 분화의 과정을 거꾸로 돌렸다고 하여 역분화 줄기세포 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 논문은 정말 엄청난 반응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 전까지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 방법론적 패러다임을 뒤바꾼 논문이니까요. 이제 한정된 분화능력을 가진 성체줄기세포의 분화능력을 어떻게든 더 늘려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아도 되고, 생명을 죽인다는 윤리적인 비난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새로운 유형의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열린 것이니까요.[각주:5]

그리고 윤리적 문제는 적으면서도 배아줄기세포만큼의 분화능력을 가진 iPS는 줄기세포 연구의 새로운 큰 흐름이 되었습니다. 이미 많은 국가들에서 배아줄기세포 보다는 iPS를 통한 줄기세포 연구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4. 앞으로의 전망과 가능성

야마나카 박사의 iPS를 만드는 방법이 확립 된 이후, 이 방법을 계량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학계에 꾸준히 소개가 되어왔습니다.[각주:6] 그리고 이제 단순히 iPS를 만드는 것에서 벗어나 실제로 이를 통한 치료가 시도되고 있습니다.

현재 줄기세포의 연구는 iPS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iPS를 통해 각종 질병의 치료약을 생산하고, 직접적으로 세포를 환자에게 투여도 할 수 있으며, 여러가지 질병의 모델로써 사용할 수 도 있습니다. 앞으로 적용 가능한 분야는 무궁무진 하다 할 수 있겠죠. 더군다나 그 동안 줄기세포의 연구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던 윤리적인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입니다.

물론, iPS 역시 여러가지 기술적인 한계 또는 문제점이 존재하기는 합니다.[각주:7] 모든 줄기세포 연구가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이식 시 세포가 암세포로 바뀔 가능성 이라던지, iPS제작시의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등이 그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기세포가 인류의 질병치료연구에 시사하는 바는 여전히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iPS의 발견 이후 최근의 연구동향은, 분화가 끝난 세포도 다시 역으로 분화능력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통해 iPS를 만드는 중간과정 없이 하나의 세포를 다른 종류의 세포로 바로 바꿀 수 있는 기술들이 꾸준히 그리고 활발히 학계에 소개가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전에는 피부세포 -> iPS > 심장세포의 세 단계를 통하던 것을, 이제는 피부세포 > 심장세포iPS 없이 바로 세포의 종류를 바꾸고 이를 치료에 응용하는 것이죠.

고든 박사가 줄기세포를 확립할 수 있는 기술적 배경을 마련하고 40년에 걸친 줄기세포연구가 결국 iPS라는 새로운 종류의 줄기세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인간의 수많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발판을 마련했다는데,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이 되네요.

 

 

 

 

 


  1. 이미 노벨상을 받기 이전부터, 이 분의 연구업적이 줄기세포 분야에서 워낙 큰 영향을 미쳤던 지라 일본에서는 국가차원의 대우가 이루어 지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이제는 더 귀한 대접을 받으시겠죠. [본문으로]
  2. 황우석 박사 죽이기 음모론이 아직도 심심찮게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과학계 내부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은 사실임이 확실합니다. 이해관계 없는 일반 과학자들과 저널 리뷰어 들이 서로 작당하지 않고서야… 그리고 정직이 가장 중요한 덕목인 과학계에서 그러한 속임수는 학자의 경력에 치명적이고, 때로는 영구퇴출로 이어지기 까지 합니다. 어쨌든, 복제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최근 계속해서 좋은 결과를 내놓고 있으신 것 같으니, 앞으로 좋은 연구 계속 하셨으면 좋겠네요. [본문으로]
  3. 복제를 다루는 생물학 교과서라면 이 분의 실험내용이 꼭 소개되어 있을 정도죠. [본문으로]
  4. 이들 4가지 인자는, Oct3/4, Sox2, c-Myc, Klf4 라고 하는 유전자들 입니다. 그리고 이후 이 네가지 인자들은 야마나카 인자(Yamanaka factors)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5. 물론, 각각의 줄기세포들이 각자 고유한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iPS의 대두가 다른 두 종류의 줄기세포 연구를 사장시키지는 않았습니다. 서로 보완가능한 장단점들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본문으로]
  6. 주로 안전성을 높이고, iPS 수득효율을 높이는 방법들 [본문으로]
  7.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앞서 언급한 Yamanaka factors를 세포에 도입할 때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부분인데, 이 문제는 상당부분 진척이 이뤄진 상황입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