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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5.29 Homo Surplus: a Guide 7













#1. 말로써 다할 수 없는 순간이 있습니다. 어느 무료한 오후, 몇 번 징하게 싸워 빈말로도 마음에 쏙 든다곤 할 수 없는 친구가 나와 같은 걸 느껴 동시에 그걸 원한다고 말했을 때와 같이. 이 블로그는 그런 순간이 있었기에 세상에 존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필요한 이상으로 남은 부분. 피자 도우 가장자리와도 같은 그런 부분이 사람에게 있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비록 ‘잉여인간’이란 자조적인 호칭만이 허락될지라도, 멍 때리는 순간이 있다는 것은 사람을 훨씬 풍부하게 만들어줍니다. 아니라면 슬프니까, 적어도 그렇게 믿기라도 하려고요.



#3. 언제나 있었겠지만 최근에야 ‘아, 너희도 있었구나’ 하는 주목을 받게 된 게이 인구가 있지요. 모두가 TV의 어지러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않을지라도 열심히들 살아갑니다, 곳곳에. 천형[天刑]을 숨기고 사는 은둔자일 수도 있지만, 그 정도의 투철한 역할 놀이조차 피곤합니다. 아, 역시나 잉여일 뿐이었어.

 

 


 

게이 다섯이 모였습니다. 그냥 게이는 아니고, 할 짓 없는 잉여 게이들. 한국말은 다들 조금 합니다. 대개 한국에 살고 있지만, 더러는 세계 곳곳을 주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터넷이 우리를 이어줬지요. 문과가 조금 많긴 합니다만, 이과도 있습니다. 고정관념과는 다르게 예능 게이가 없네요. 대학생도 있고 휴학생도 있고 대학원생도 있고 직업인도 있고. 공통점이라면, 열심히 사는 것 같지만 가끔 잉여질에 푹 빠진다는 정도?


아, 또 하나 있네요.

 

우리에겐 모두,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수다쟁이 다섯 게이가 모여, 만들었습니다.

수다쟁이에게 걸맞는 팀, 팀 채터박스(Team Chatterbox)를요.


그리고 잉여로운 게이라는 말만큼 우릴 잘 드러내주는 말도 없다고 생각했기에,

블로그 이름도 지었습니다. Homo Surplus


잉여로운 게이들이지만, 잉여로운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상당히 진부해지지요. 게이의, 혹은 퀴어의 목소리를 들려주자는 기획과 시도는 끊임 없이 있었으니까요. 저희 입장에서야 여전히 부족하지만, 이미 들을 만큼 들었다고 생각하는 당신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기획들은, 읽으면서도 끝없이 퀴어의 글이란 자각을 하게 되지요.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글쓴이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글이야말로 가장 좋은 글이지요. 하지만 소재의 제한이라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왜 게이는, 그리고 퀴어는, 인권에 관한 글만 써야 하는가? 혹은 다른 글을 쓸 때는, 자신이 게이/퀴어라는 점을 숨기거나, 고정적 클리셰로만 다루게 될까?


이 블로그는, – 적어도 저에게는 – 이러한 다소 피상적인 문제의식에서 시작했습니다. 게이의, 퀴어의 사고 단편을 보여주는 글은 있었을지라도, 사고의 흐름을 우리와 다른 이들에게 내보일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게이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나름의 공부를, 일을 해온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우연히 우리를 뭉쳐준 것은 게이라는 점이었지만, 그 점에 한정되지는 않는 글을 써볼 생각입니다.

 

 



정확히 무엇을 다루냐고요? 야생형은 생명과학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피부노화학에서부터 생물 진화에 관하여 다루고, 사면발니의 생태에서 출발하여 과학의 탈을 쓴 미신의 정중앙에 중성자탄을 꽂아 넣습니다. 그에게 생물학은 밥벌이이며, 공부해 도전할 대상이지만, 세상을 보는 눈이며 프라이드 있는 게이 되기의 수단이기도 합니다.

 

알비노 호랑이는 언제나 ‘빅 가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아니, 그런 의미는 아니에요…) 비즈니스에서 심지어 정치의 영역을 넘나들며 그가 본 것들은 그를 다분히 현실 속의 냉소가(realistic-cynic)로 만들었습니다. 단편적 키워드로만 우리에게 다가오는 미국의 이야기를 심층으로부터 전하는 특파원이 되기에 충분하지요. 아! 또한 그는 훌륭한 요리사이기도 합니다. 당장은 아닐지라도, 언젠가 심야에 올라오고야 말 그의 요리 포스팅을 조심하시길.

 

MECO는 논리괴물 지망생입니다. 엄밀히 말해 그의 ‘논리’는 순수한 논리라기엔 처세술/관계론 과 뒤범벅된 무엇입니다만, 그는 퀴어에 관해 분명 말할 것이 있습니다. 물론 그 또한 다른 관심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파이터의 기운을 뿜어내지 않을 때면 티 없는 소녀의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한답니… [쿨럭] 추리 소설과 학술서를 사랑하며, 간간히 여러 실용적인 전공을 넘나드는 글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stress_surplus는 게이이기 이전에, 생활인 입니다. 오지에서의 생존율은 장담하지 못해도 ‘빌딩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특화되었지요. 카드 체리피킹과 각종 소셜 커머스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당장 도움되는 ‘한 방’이 있는 글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세속적이기만 한 사람은 아니지요. 거시 경제의 역사적 연원에서부터 최신영화 비평까지, 다룰 수 있는 주제의 한계가 없는 필진 이기도 합니다. (가끔 영화 비평 중 훈남 배우에게 침은 흘리지만, 해치지 않아요)

 

te verde는 건축에, 그리고 공간과 그 공간을 배치한 시간에 관심이 있습니다. ‘카더라 통신’과의 경계가 모호하지만 재계와 시장의 뒷이야기에도 능합니다. 그 이외에도 많은 것들, 이런 이야기는 대체 어디서 도는 지조차 궁금한 것들, 역사적 맥락과 배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가장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게 될 겁니다. 가끔은 그 또한 상식이란 이름의 오해에 직격탄을 꽂아 넣겠죠.  

 

 



나름 열심히 살아온 게이들의 폭넓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으로도 의미는 있겠으나, 이로서 끝은 아닙니다. 더욱 넓은 크로스오버와 논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혼자 쓰는 싸이어리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쓰는 팀블로그에 모였다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을 겁니다… 아마도.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중요한 것은 결국 할 말이 있는 사람들이 입을 열게 되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할 말이 있음에도, 그리고 언제건 입을 열 수 있다 해도, 실제로 글을 써 블로그를 열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집니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말이지요.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들께도 그러길 바랍니다. 잉여한 게이들의 주저리에서 시작하였지만, 그 한 마디 한 마디를 모아 여러분의 피드백까지 얻는 과정은 잉여롭다 표현하기 아까울 정도로 생산적일 겁니다.





영광스럽게도 첫 글을 열며


MECO, of Team CHATTERBOX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