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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19 애인있는 남자가 혼자서 휴가보내는 방법 4


안녕하세요. 야생형 입니당.

휴가를 다녀왔어요. '다녀왔어요'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은 어색하네요.

어디 먼 동네를 다녀온것도 아니고 그저 평소엔 좀 힘들었던 가보고 싶었던 서울을 돌아봤을 뿐이라서요.

 

이공계 대학원생의 삶이란 것이 다 그렇겠지만,

논문쓰지 못한 대학원생에게 휴가란 사치일 뿐이죠. 엉엉.

사실, 올해는 휴가를 갈 생각이 없었어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 하나가 애인놈이 8월 한달간 없거든요.

애인도 없는데 쉬면 뭐하나 하는 심정으로 일이나 하자...란 마음이었는데, 뭐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서 갑자기 급 휴가를 가게 된거죠. 계획에 없던 휴가였던 만큼, 도대체 어딜 가야할지 감이 안오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취미가 사진기 들고 돌아다니는 거에요. 물론 취미가 실력을 반영한다면 세상에는 요리천재, 음악천재, 그림천재 등등이 넘쳐나겠죠. 실력은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만... 아무튼 그래서 평소에 가고싶었는데 못갔던 곳들을 가기로 결정했어요.

이 포스팅은 지난 금~토일간의 애인있는 게이의, 애인없이 혼자서도 잘놀아 특집으로 꾸며봤습니당.

 

1. 남자는 남잔데...할아버지만 많아... "보라매 공원"

보라매 공원...출사지로 나름 유명한 공원이죠. 네. 근데 저는 못가봤어요. 사진에 취미 붙인지 한 4~5년 되었는데요. 네, 안가봤어요.

그래서 휴가의 첫 목적지는 보라매 공원으로 정했습죠. 

<보라매 공원 근처 도림천? 에서 만난 일광욕하는 비둘기떼>

여름엔 낮출사를 가면 안되요. 정말 덥거든요. 무진장 덥습니다. 한시간 걸을때마다 주름살이 한개씩 늘어나는 기분이에요.

근데, 저는 출사 안나간지 좀 오래되었거든요. 그런 개념따위 애저녁에 까먹었었죠. 정말 패기로운 마음으로 출발했던 첫걸음인데...Aㅏ...정말 덥던데요...

더군다나, 보라매공원은 처음 가보는 곳이어서 신대방역에서 내리고나서 공원과는 반대방향으로 한참을 걷는 참사가...거의 삼십분정도를 공원을 찾아 헤메었어요.

어쨌든 결국 동네 주민들께 물어물어 찾아간 보라매공원, 가장 먼저 한 일은...썬크림 다시바르기...

공원을 찾느라 이미 땀을 있는데로 흘려서 피부보호막의 안전이 의심스러웠거든요. 하지만 이미 얼굴은 땀범벅...손수건도 없고, 이렇게 젖은 얼굴에 썬크림을 발라도 잘 발릴까 걱정이 되었지만...전 여름엔 방수제품을 쓰죠.

피부가 젖어있어도 무진장 잘 발리는 방수제품의 위엄.

왠 할아버지가 옆에서 세수를 하던 손을 씻던 신경안쓰고 열심히 썬크림을 처덕처덕...내 피부는 소중하니까요...

 

<공원에 들어서자 처음 본 풍경은 넓은 연못에 가득찬 연꽃...>

알고보니 음악분수로 유명한 연못이더군요. 아쉽게도 분수는 보지 못했어요. 그리고 이곳은 정말...할아버지들이 많더군요...정말 많았어요...왜이렇게 많지 싶을 정도로...

그늘마다 할어버지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장기며 바둑이며를 두면서 놀고계시더라고요. 참...평화로운 풍ㄱㅕㅇ.....

하지만, 젊은남자는....?? 그런거 없ㅋ어!

 

<바람이 불어서 요런 사진도 찍어봤죠. 움짤은 재밌어요.>

바람에 흔들리는 연잎을 보니 참으로 시원해 보이긴 합니다만...진짜 무지막지하게 덥던데요...세상에 제가 고등학교 체육시간에도 그렇게 땀을 흘려본적이 없는거 같았음...(사실...체육시간에 공놀이 안했...)

 

호수 옆 화단에는 도라지꽃이 한창으로 피어있었고요...

 

공원안에는 플라타너스 숲이 있어서 쉬어가는 사람들로 가득...(사람이 잘 안보이긴 해요..)

젊은 사람들은 정말 가뭄에 콩나듯 한두 커플씩 있었고요...대부분 마실나온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이셔서 이것저것 드시거나 쉬고 계시더라고요...

훈나미들은 이런데 놀러 안오니....ㅜㅜ

 

공원에 있는 넓은 잔디밭에서는 이런 쌩뚱맞은 풍경도 보이고요...무슨건물인지...?

 

이런데 놀러왔으면 하늘사진 찍는건 디폴트로 저장된 기본소양이죠.

 

첫경험한 보라매 공원은 참 좋더군요. 다음에 애인이 끌고선 소풍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만...좀 시원해 지면요...제가 어딜 돌아댕기는걸 딱히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이런데 올때 준비물을 생각하지 않고 왔거든요.

이런 날씨엔 음료수를 필수로 들고 다녀야...정말 저 수분부족으로 쓰러지는줄 알았슴...공원안에 매점이 없는건지 못찾은건지...

 

2. 2시간이면 다 둘러볼 줄 알았던 "국립중앙박물관" & 혼자서도 밥 잘먹어

 

<박물관 앞 청자정>

 

원래 휴가 첫날의 계획은 이랬어요.

<보라매 공원에서 사진을 찍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문화를 즐길줄 아는 차도남 코스프레를 한 뒤, 친구를 만나서 저녁을 먹고 노닥거리다가 녹차군을 만나서 간단하게 술한잔. 만약 비온다면 공원을 영화관으로 바꾸기>

다만...보라매공원을 못찾아서 좀 많은 시간을 지체하고 미칠듯 뜨거운 날씨에 약간 정줄을 놓아 첫 단추를 잘못 끼웠나 싶은 생각이 좀 들긴 했지만...어쨌든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했죠.

국립중앙박물관은 일이년 전쯤에 한번 출사를 나간적이 있긴 한데요. 박물관 안에 유물을 보기위해 간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언제나 첫경험은 설레임...(다른 여러가지 의미로도...응...?)

 

<이거슨 바로 그 유명한 뭐시기 십층석탑>

사실, 박물관이 커봤자 얼마나 크겠냐는 생각에서 국립중앙박물관도 넉넉잡고 2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굉장히 느긋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입장을 했었더랬죠.

아놔...긍데 이거 왜이렇게 넓음...?

시간개념없이 구경하다보니 어느덧 한시간이 훌쩍 넘었는데...난 왜 아직도 일층...??(지상부만 3층...지하는 있는지 모르겠고...)

6시에 저녁약속이 있는데...5시가 가까워 지도록 삼국시대를 훑고있는 나를 발견하자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져서..(1층의 반도 못돌았어요) 고려와 조선은 패쓰다 하고선 2층으로 올라감 ㅋㅋㅋㅋㅋ

2층엔 개인 소장품을 기부한 것들로 이뤄진 코너와 서화, 글씨, 불교그림 등등이 따로 있더군요. 3층은 아시아 유물관이라는데...이미 보라매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저로서는 그곳까지 구경하는 것은 무리무리데스요.

마침 2층 구경하고 있는데 슬슬 6시 약속장소로 가야하면 이제 나가야 할 것 같아서, '다음에 애인데리고 다시한번 와야겠다' 라는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발을 돌리려는데...

저녁먹기로 약속한 냔한테 전화가 왔어요.

'이선생 나야!'

'응 왜? 나 보고싶어?ㅈㅅ...'

'지금 우리 실험실에 큰일 하나 터져서 오늘 못보겠어! 미안해!'

'...응?....이런 ㅆㄴ...'

이런 연유로...전 갑자기 저녁같이 먹어줄 사람이 사라짐. ㅋㅋㅋㅋㅋㅋ 설상가상으로 원래 그 전날 같이 저녁먹을래? 라고 제안했던 동생이 있었는데...내가 찼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동생에게 재빨리 다시 연락하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사이에 다른 사람 구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진짜 멘붕상태였음.ㅋㅋㅋㅋㅋ

어떤 마음이었냐면...

'시밤. 내가 휴간데! 휴간데! 햄버거집에서 햄버거로 저녁을 때우긴 싫다! 이런 야속한 년놈들을 보았나! 하지만, 난 아직 김치맨의 습성을 다 털어내지 못해서 음식점에서 혼자먹을라면 졸 뻘쭘한데...우미ㅓ대뱌ㅓ히ㅏㅓ미아ㅓ피마ㅓㅇㄹ'

하지만 결국 '휴간데 햄버거로 때우긴 싫다'는 마음이 이겼음 ㅋㅋㅋㅋㅋ

물론 저도 가끔 음식점에서 혼자 밥먹어 보긴 해요. 그래도 이날은...삼계탕 집에 혼자갔음. 이건 저에게 위대한 첫걸음. ㅋㅋㅋ 나 존나 성공할수 있을거야....ㅜㅜ

근데...그거 알아요? 휴간데...난 더군다나 쏠로도 아니고 애인이 있는 남자란 말이지! ㅜㅜ

졸라 재밌게 이리저리 뒹굴어야할 휴가에 저녁을 혼자먹는 내기분...가고싶었던 삼계탕집에서 밥먹는데도 뭔가 억울한 그 기분...ㅜㅜ

아무튼 이런 이유로 이래저래 일정이 꼬이네요. 원래는 같이 저녁먹기로 한 여자사람님과 밥먹고 아홉시까지 딩가딩가 수다떨다가 아홉시에 가토랑 종로에서 술마시려고 했던건데...갑자기 6시부터 9시까지 3시간 가량이 붕 떠버렸어요...

뭐 별 수 있나요. 그래서 카페에서 된장남 놀이 시작. 다행히 저는 외출할때는 읽을것과 놀거리를 잘 챙겨서 다니죵.

내사랑 스벅에 커피한잔 시켜놓고 폭신한 쇼파에 앉아서 호랭이가 추천해준 Veep을 보면서 시간을 떼우기 시작했어요. 미드보다 지치면, 요새 읽고있는 니나 자블론스키라는 분의 'Skin'이란 책을 읽으며 '나 커피숍에서 이런책 읽는 교호양 있는 남자야' 코스프레도 좀 했고요. 라지만, 현실의 저는 존나 애인놈한테도 "자기 가끔 좀 천박해" 란 소리나 들으며 살고 있음...씨앙...

그리고 아홉시가 넘어서 우리 귀여운 가토와서 종로에 있는 칵테일 바를 가서 칵테일 마시면서 수다수다. 이렇게 휴가 첫날이 저물었네염.

 

 

3. 둘째날엔 사진전을 가겠어요. 근데 또 가토...

첫째날에 하루종일 너무 걸었더니 연약한 저는 좀 피곤했...ㅈㅅ...

아무튼 간만에 일도 없겠다 무진장 늦잠을 잤더랬죠. 근데 일어나자마자 든 생각이... '오늘은 뭘하지...?'

아 진짜! 휴간데 애인놈이 없으니 이건 뭐할지 정하는 것도 힘들어요. 생각하기 귀찮으면 애인놈한테 대신 생각하라고 시키면 되는데! 뭐 그것도 아니면 그냥 뒹굴뒹굴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아무튼 졸라게 짱구를 굴리다가 '오늘은 전시회나 보러가자' 라고 결심. 그래서 부랴부랴 찾아봤는데, 마침 부암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박노해 사진전'을 한다고 하더군요.

네. 맞아요. 그 시인 박노해 맞아용. 유명한 시인이죠?? 근데 전 읽어본적 없음 ㅋㅋㅋㅋ -_ㅜ

혼자갈까 누굴 데려갈까? 고민하고 있는데...Aㅏ...제가 인간관계가 좀 엉망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당장 연락하면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이 없ㅇ..........ㅜㅜ

그래서 트위터에 '오늘 부암동 카페에 사진구경 하러 갈건데 갈사람 없나영' 이러는데..ㅋㅋㅋㅋㅋ갸토가 낚였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 전날에도 만났지만ㅋㅋㅋㅋㅋ 바로 며칠전에 갸토랑 밥을 먹기도 했거든요 ㅋㅋㅋㅋㅋ 일주일 사이에 세번을 만남. 애인보다 더 많이 만나!!!!ㅋㅋㅋㅋㅋㅋ

아무튼 ㅋㅋㅋㅋㅋ 이 자리를 빌어서 이틀연속 나와 함께해준 갸토찡에게 감사의 박수를 드려요.

 

요런 빌라옆에 있던데요

카페 이름이 <라 cafe>

카페가 요렇게 생겼어영.

4층인가 되는데, 1층은 모르겠고 2층은 카페겸 전시장 3,4층은 연구소로 쓰인다고 하네영.

 

카페에 들어가면 전시장에는 무료로 이런 사진전을 하고 있슴당.

사진이 많은거 아니고 대략 10점? 정도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어요. 좋은 사진 구경도 했는데 그냥 가기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커피랑 새느위취 시킴. 사진도 몇개 찍긴 했는데...ㅋㅋㅋ 궁금하면 가서 구경하세염. 참고로 사진을 찍어도 괜찮다고 하네요.

 

저같은 도시의 향기를 즐길줄 아는 남자에게 어울리는 '아메뤼까노 앤 새느위취'

요새, 진보는 아메리카노 마시면 안된담서요? 내가 이땅의 애국보수.

 

빵에 꽂혀있는 저 녀석이 좀 귀여움.

"너 내가 우습냐?"

 

 

카페 여기저기에 이런 귀욤귀욤 돋는 소품들이 많아용.

아무튼, 샌드위치도 맛있었고 분위기가 좀 조용해서 혼자와서 책보면서 공부하기 좋은 분위기의 카페더라고요. 거기에 사진전은 덤으로...

아무튼 이렇게 저의 휴가가 대충 마무리 되었습니다. 사진전 구경하고 아는 게이님들과 저녁 겸 술도 한잔 했고요.

그리고 함께 해준 가토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요. 우리 귀여운 가토찡 데려갈 남자 빨리 나타나라!

애인과 함께 하지 못했던 것이 제일 아쉽긴 했지만...사실 가끔 애인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것도 좋기는 해요. -라는것은 가진자의 여유.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