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T. 개봉을 앞둔 이송희일 감독의 신작 퀴어영화 '백야' '지난여름, 갑자기' '남쪽으로 간다' 특별시사회 나눔그~을!
옆집 게이 형 이야기 2012. 11. 6. 02:32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전 채터박스 블로그를 뒤로 제쳐놓고 푹 쉬면서 간만에 학문에 정진하는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다른 팀채터박스 일동들도 다들 말은 안 하지만 글을 안 올리는 걸로 보아 저와 같은 마음이었으리라는 걸 의심치 않습니다 흐흐흐흐
나날이 실력이 늘어만 가는 잠수에 푹 빠져있던 와중에도 가슴이 선덕선덕한, 반가운 소식이 있어 이렇게 이벤트글로 여러분들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송희일 감독이 2006년에 퀴어영화 '후회하지 않아'를 들고 찾아온 지 정확히 6년 째인 2012년 11월 15일에, 뜨끈뜨끈한 퀴어영화 연작들로 다시 나타날 예정이랍니다. 영화 '백야 White Night' (2012), '지난여름, 갑자기 Suddenly, Last Summer'(2012) '남쪽으로 간다 Going South'(2012)가 바로 그것이죠. 물론 그 사이에도 김조광수 감독의 '친구 사이?' '두 번의 결혼식 한 번의 장례식', 김경묵 감독의 '줄탁동시', 소준문 감독의 '올드 랭 사인' '종로의 기적' 'REC 알이씨' 등이 영화관에 걸리긴 했지만 KOFIC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으로 2010년, 2011년 한 해 동안 모두 429편, 439편이 극장에 걸리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해 본다면 이는 바닥이 쩍쩍 갈라진 논바닥에 붓는 가느다란 물줄기 몇 개에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절대적인 양조차 부족했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송희일 감독만의 퀴어영화를 그리워 하던 이들에게 지난 6년간은 결코 어떤 영화로도 채워지지 않는 빈 자리를 감내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요? 바로 이제, 그 갈증을 풀 시간이 온 것 같아 정말 반갑기까지 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다들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는 건 반가운 일이 분명한데, 이게 그토록 가슴선덕선덕해할 반가운 소식인지에 의문을 갖게 될 분도 계실 줄 압니다. 하하, 물론 이게 끝은 아니구요. 영화의 성공적인 흥행을 위해 불철주야 일하는 것 같은 백야 트위터 공식홍보계정 @2012whitenight 의 지원에 힘입어 다가오는 11월 12일 월요일 저녁 7시 무렵에 종로 부근에서 열리는 이송희일 감독의 퀴어연작 '백야' '지난여름, 갑자기' '남쪽으로 간다' 특별시사회에 팀 채터박스가 초대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팀 채터박스 블로그를 열독해 주시는 독자 여러분 중 몇 분들께도 같이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너무나도 가슴이 벅찹니다.
이벤트 참여를 위한 자세한 설명을 드리기 앞서 영화 소개를 간략히 해드릴까 합니다. 일단 주시는 떡(?)은 웬 떡이냐며 감사히 넙죽넙죽 받았지만 단순히 떡의 대가로서가 아닌, 올해 6월에 열렸던 인디포럼에서 앞서 이 영화들을 감명깊게 보았던 관객의 경험으로 비춰보아도 인상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소개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차 ㅎㅎㅎ 연작 중 '남쪽으로 간다 Going South'는 올해 6월까지도 나오지 않았던 작품이라 이 작품에 관해선 아무런 말씀을 드리지 못하는 점은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같이 가서 보아요!
백야 White Night, 2012
"...우연히 만나, 특별한 관계가 될 것이라는 생각 전혀 없이 호감보다는 반감, 혹은 무관심에 가까웠던 두 사람이 하루를 같이 보내면서 자신을 잘 알고 아껴주는 그 누구보다도 서로의 마음에 위로가 되는 그런 관계가 된다,(중략)...가 ...와 함께 보낸 하루의 기억으로 인해 영화가 끝났을 때 인생에 조금 더 힘을 얻었으면 했다. '만남'이란 건 그런 것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오늘도 어딘가에 사는 어떤 게이는 분명히 한국을 하루 빨리 뜨고 싶은 공간으로 마음 속으로 호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에게 이 곳은 오늘 와서 내일 가야 하는 경유지로서의 의미밖에 지니지 않을지도요. 한편, 지금은 당장 비록 척박스러운 땅이라 침을 뱉더라도 여기도 사람 사는 곳으로 여겨 언젠가 자신이 지지고 볶고 살 공간으로 바라보는 게이도 있을 겁니다. 이런 이중적인 공간에서 서로 아무런 접점없는 이들이 얽히게 되는 어느 실 한 자락의 끄트머리에 해당되는 이야기를, 백야는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들의 얽힘을 담아낸 이 영화를 보았을 때 왠지 현빈과 탕웨이가 주연했던 김태용 감독의 영화 '만추 Late Autumn' (2011)가 떠올랐습니다. '만추'에서 그려낸 하루 동안 현빈과 탕웨이가 거닐던 시애틀이 안개를 듬뿍 머금은 공간이었듯이 영화 '백야'에서 화면에 담아낸 원규와 태준이 다니는 종로거리는 그 특유의 쌀쌀하고 어두운 밤기운에 둘러쌓여 있는 곳입니다. 접점을 찾기 힘든 이 두 사람들이 우연히 만나 함께 보낸 밤시간이 어떻게든 굴러가 '진짜'로 되어가는 이야기는 또한 '만추'에서 애나와 훈 사이에 작용하던 미묘한 척력이 인력으로 변해가는 과정과 유사하기도 하죠. 제논의 역설에서 등장하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려나가면서 거리는 점차 좁혀가지만 결코 만나지 못했다던 아킬레우스와 거북이마냥 좀처럼 서로를 마주 보지 못하던 두 사람이 어떻게 변해가고, 끝내 진짜가 되고 마는가에 대한 차분한 서술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엔 지난해 일어났던 모 사건을 배치해 소재로서 활용하는 솜씨도 흥미롭기도 했고,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비로소 나오기 시작하는 배경음악은 ...다소 애잔하기도 하네요.
아, 그리고 백야 소개글 서두에 인용한 말은, 이송희일 감독의 '백야'에 관한 말씀이 아닌 김태용 감독의 '만추'에 대한 코멘트입니다. 안 놀라셨어요? 놀라야 하는데... ㅜㅜ
지난 여름, 갑자기 Suddenly, Last Summer 2012
어느날 느닷없이 선생님의 일상에 끼어들어 자리 하나를 차지하는 남학생의 이야기를, '지난 여름, 갑자기'는 담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가 펼쳐지는 시간적 배경이 되는 여름날만큼이나 답답하고 속이 타는, 도무지 알기 힘든 그들의 사연을 담담하게 생각해보게 되는 영상입니다.
단편영화 '지난여름, 갑자기'에서는 꽤나 자주 중간중간 선생님과 남학생의 모습들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데 이로 인해 그 모습들이 더 확대되고 분명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차 안에서의 그들이 대치하는 상황을 보여줄 때 부러 그들의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이 스크린에 나타날 때 느껴지는 그 무더움과 답답함이란!
더운 날, 귀를 꽉꽉 틀어막은 헤드폰, 있으나마나 한 바람을 감질나게 일으키는 미니선풍기, 주르륵 흘러내리는 땀을 닦을 손수건, 그 와중에 그나마 시원해 보이는 한강유람선. 안 그래도 더운 날 이 두 사람이 설익은 감정을 우컥 쏟아내는 모습들을, 슬슬 추위가 찾아오는 가을이 되고 나선 가끔씩 그리워하게 되는 그 모든 더위를 이 영화에서 맛보실 수 있습니다 ㅎㅎ
남쪽으로 간다 Going South, 2012
이는 올해 6월에는 만들어지지 않았던, 혹은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단편이라 여러분과 같이 공평하게 감상하게 될 것 같습니다. 어서어서 이벤트에 응모하셔서 같이 즐겁게 감상합시다! 사진만 봐도 가슴이 뛰네요~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벤트 응모방법!(궁서체임. 내리던 스크롤 그만 멈추셈)
1. 이 글(이벤트: 특별시사회 나눔글)에 '응모합니다'라는 댓글과 함께 이메일주소를 남긴다.
혹은
2. 팀채터박스의 공식트위터계정(http://twitter.com/chatterbox_gays)의 이송희일 감독의 퀴어연작 특별시사회 나눔이벤트를 홍보하는 트윗을 RT한다.
응모하시는 분들 중 몇 분을 뽑아 팀 채터박스 일동들과 동일한 날, 동일한 영화관, 동일한 스크린, 동일한 퀴어영화를 보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특히 이번 특별시사회에는 157분에 달하는 상영이 끝난 후에도 이송희일 감독과 출연배우들의 GV가 있을 예정이라니 더욱 알찬 자리가 될 겁니다.
추첨은 금요일, 팀 채터박스 멤버들이 모일 때 한꺼번에 추첨할게요.
모두들 Good L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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